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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이미 2012년에 다른 분이 추천을 해주셨네요. 좋은 책이야 평이 다양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남깁니다.
살라미나의 병사들. 하비에르 세르카스가 썼고 21세기 최초로 스페인문화권 밀리온 셀러를 기록한 책입니다. 2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200만부가 판매된 책. 그리고 무려 스페인 현대 정치사를 바꾸는 구심점이 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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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도 패배할 수 있고,
무력이 정신을 굴복시킬 수 있으며,
용기를 내도 용기에 대한 급부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바로 스페인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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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고백이 풍기는 낙담과 절망.
지금껏 많은 영화와 소설의 소재로 삼게 했던 스페인 내전에서 다루어진 거대담론에서 초점을 이격시켜, 이 소설은 내전의 주인공이었으나 결국엔 잊혀진 무명의 용사들을 상기시킵니다.
무려 36년을 군림하던 독재자 프랑코가 1975년에 죽은 후, '민주주의 이행기'라고 불리우는 1977년 체결된, 우파가 주도하고 좌파가 합의한, '망각 협정'으로 인해 깨끗히 잊혀졌던 어느 공화파 병사와 그의 동료들을 이 소설은 깊은 망각에서 살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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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픈 상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화의 길에서 과거 청산은 미래를 향한 출발이다. 그러나 스페인은 달랐다. 진실과 정의의 회복도, 청산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온건우파와 온건좌파는 ‘과거를 잊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의와 진실을 그냥 덮고, 화해하기로 했다. 침묵협정 혹은 망각협정(Pacto del Olvido)이라고 부르는 구두계약이다. 계약의 법적 형식은 1977년의 사면법으로 구체화됐다. 내전과 내전 이후 모든 정치범죄를 사면한다는 내용이다. 내전의 패자, 즉 공화주의자들에게도 연금을 지급하고, 해고자들의 복직을 허용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다. 그러나 사면 대상에 군·공무원·경찰 등 프랑코 체제를 유지해온 모든 공권력의 범죄행위도 포함시켰다.
<김연철, 망각에서 기억으로 침묵에서 청산으로, 한겨레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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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협정에 동조한 스페인 국민 다수. 그들은 과거의 아픈 역사가 재연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프랑코는 죽었으나 프랑코 정권은 여전히 내전의 기억을 지배했으며 현실에서 살아있는 권력이었습니다. 2000년대가 되면서, 과거에 대한 두려움도 트라우마도 없는 내전의 손자세대가 출현하며 "기억을 위한 투쟁"이 시작됩니다. 2001년 3월에 출판된 '살라미나의 병사들'은 이러한 투쟁에 단초를 제공한 책입니다.
그리고 2004년 사회노동당의 승리와 함께, 2007년 '역사기억법'이 1년 여의 논의와 협상 끝에 마침내 통과되어 그때까지 스페인을 지배하던 프랑코의 적폐를 청산하고 심판하는데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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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차를 입으로 후후 불며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찻잔을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이봐요, 내가 솔직하게 얘기하죠. 수년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난 아옌데를 욕했어요. 모든 잘못이 그 사람한테 있다고 생각했지요. 우리한테 무기를 주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한 내 자신을 욕합니다. 기가 막히게도, 그 인간은 우릴 자기 자식처럼 생각한 겁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우리가 살해되길 원하지 않았던 거지요. 만약 우리에게 무기를 주었더라면 우린 파리 목숨이었을 겁니다." 다시 잔을 잡으면서 말을 마쳤다. "결국 아옌데는 영웅이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럼 영웅이란 뭡니까?"
그 질문에 댕황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한 번도 그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아니, 어쩌면 늘 그 질문을 자신에게 해오고 있었던 것처럼, 그는 잔을 든 채 언뜻 내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항만으로 돌리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나서 어깨를 들썩했다.
"모르겠네요. 그는 말을 이었다. "자신을 영웅이라고 믿고 그렇게 잘 해내는 사람. 아니면 선에 관하여 용기와 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결코 실수하지 않는, 아니 적어도 실수해서는 안 되는 유일한 순간에 실수하지 않기에 영웅이 아닐 수 없는 사람 혹은 아옌데처럼 영웅은 사람을 죽이는 자가 아니라 죽이지 않는 자,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자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 모르겠네요. 당신이 보기에 영웅은 어떤 사람입니까?"
"모르겠는데요, 존 르카레에 따르면, 영웅의 기질을 가져야만 기품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죠."
"그래요, 하지만 기품 있는 사람과 영웅은 같지 않죠." 볼라뇨 씨는 즉각 반박했다.
"기품 있는 사람은 많아요. 필요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죠. 영웅은 반대로 아주 적습니다. 사실, 내가 보기에 영웅의 행동에는 거의 언제나 뭔가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이고, 본능적인 것이 있습니다. 뭔가 자기 본성 속에 있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지요. 게다가 사람은 평생토록 기품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숭고한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영웅은 단지 예외적으로 어느 한 순간만 영웅인 것입니다. 아니면 고작해야 광기와 영감을 지니는 일정한 기간 동안에만요. 아옌데가 바로 그랬어요. (191-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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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영화화되었고 저도 영화를 보았습니다. 원작과 달리 여성 작가를 주인공으로 삼는 등, 소설과는 다른 영상의 문법에 충실하게 영화를 잘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소설을 먼저 접한 저로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가 힘들더군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대한민국. 반도 국가의 종특일지도 모르겠는데...... 역사적으로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이 맞물리는 지점이라 다양한 신념과 의견이 살아 숨쉬다 보니 그 반대 급부로 한결 더 억압적인 폭력과 획일화에 대한 갈증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첫댓글 헤헤 제가 추천했었죠 근데 저땐 제가 스페인 현대사에 별로 아는게 없어서... 저 역시 원작 소설은 좋은데 영화는 쫌 시무룩.
아내의 나라긴 하지만, 인터넷에서 스페인 너는 자유니 하는 대책없이 스페인 찬양하는 사람들이 특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죠.
여배우는 참 아름답더라는... 기승전외모지상주의
명작이죠...번역이 조금 늦어서 그런지 카탈루냐 찬가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 비해 아는분들이 적더군요
오호 스페인 내전에 관심이 생겨서 여기저기 뒤젹거리고 있었는데 좋은 책 발견했네요. 함 읽어봐야죠
책대한 평가는 좋은데....반도국가의 종특...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맞물리는 지점이라 다야한 신념과 의견이 살아 숨쉬니 그 반대급부로 한결 더 억압적인 폭력과 획일화에 대한 갈증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동의하기가 무척어렵네요. 에스파냐와 이탈리아에 거대한 섬나라가 개입해 나라를 어지럽힌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너편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탈리아, 에스파냐를 괴롭힌거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일본이란 나라가 수백년 쇄국과 분열을 깨고 19세기에야 팽창을 하고, 그 배후에 거대한 제국 미국이 19세기에나 출현하면서 대륙대 해양이란 구도가 나왔기에 진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들 나라들--대한민국+북한, 에스파냐, 이탈리아가 영국, 프랑스, 미국에 비하면 진짜 민주주의를 늦게 받아들인 반면, 권력이란 쾌감, 돈의 유혹에 굴복한 자들이 그들 특유의 병폐---나빼고는 모두 이단이다. 돈, 힘, 군대면 반항하는 놈은 다 항복시킬수 있음--를 시전하고, 경우에 따라선 제국(일본과 미국, 프랑스와 합스부르크등)이 개입해 한국, 에스파냐, 이탈리아를 괴롭히면서 생긴 문제라 보는 것이 나으리라 봅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데... 이태리나 스페인이나 해양세력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랍니다. 서유럽이라 평가되지만 특이하게 이슬람 문화를 대거 수용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고요.
이태리나 스페인 음식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SDHZ 죄송합니다만 어느 해양말입니까? 이슬람세력인가요? 그들은 뭍에서 태어나 로마제국 접수해서 지중해로 나간거라 해양이라 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00년전부터--지금의 판세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 에스파냐, 이탈리아가 이슬람세력의 간섭을 더는 받지 않은 것도 있어서 더욱 제외했습니다. 해양이다 뭐다하는 것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수 있는 것은 인정하겠습니만, 일단은 그런 관점때문에 이슬람은 제외시키고 말씀드렸습니다.
@밸틴1 서양사는 주로 활동하던 해양의 확장과 함께 확장되어온 세계관입니다. 흑해 -> 지중해 ->대서양. 말씀하신 이슬람이 대륙에서 태어나서 해양이라 치지 않는다는 점은 지금 시점에서 이해하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당시에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도 유럽 입장에서는 바다 건너 섬나라입니다. 굳이 이슬람은 배제를 하시겠다니 그렇다면 로마 건국 초기에 그리스와 아프리카에서 건너간 영향력은 역시 대륙이니까 무시하시렵니까? 동일한 논리라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도 해양세력이라고 부르면 안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