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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0편입니다!!!!!!!!!!! 자축!!!!!!!!!!!!!!!!!!!!!
자축의 의미로 오늘은 거의 2배 분량!!!!!!!!!!!야호!!!!!!!!!달립시다!
<10>
비범하거나 비참한 주말 上
주말이다. 보통 주말이 되면 늘어지게 한 숨 자고 일어나는 것이 정석이지만 전날 고기먹고 술 퍼마신 장수는 새벽부터 산뜻하게 속을 게워내느라 아침 7시에 눈 말똥말똥하게 떠 침대 위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주말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주말이라고 좋다하겠지만 무병장수 형제는 주말이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때였다. 장수만해도 기본적으로 집 생활비 20만원에 자기 용돈까지 벌어서 써야했기 때문에 적어도 한달에 40만원은 버는 알바를 찾아야했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무병과 죽자고까진 아니더라도 꼴통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자고 약속한 바람에 평일 알바는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주말은 무병과 장수 둘 다 미뤄놓았던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었다. 시급 많이 주는 알바라 하면 주말 야간 호프집이라던가, 고기집 혹은 잘만하면 얼굴로 호텔 당일 아르바이트를 얻을 수도 있었다. 장수같은 경우는 고깃집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새벽 2시 정도면 집에 들어오지만 무병은 6시쯤 술집에 출근하기 때문에 가끔은 장수가 아침밥을 차릴때 들어오기도 했다. 그대로 밥을 먹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로 가 제대로 된 생활을 할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월요일의 무병장수 형제는 건드리면 바로 터지는 시한폭탄, 혹은 반 시체 상태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무병은 지난번 평일 알바를 한번 대신 해 준적이 있는데, 그 알바 형이 대신 매꿔주는 날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 자유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장수는 자신이 아르바이트 가기 전까지 형과 놀 생각에 조금 들떠있기도 했다. 물론, 자기 알바가기 전까지 놀아달라고 약속을 미리 잡아놓진 않았지만 일이 없는 날의 무병은 대부분 집안 청소를 하거나 게임 조금 건드리는 정도였지 누굴 만나러 나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무병에게 접근하는 놈들은 다 때려부순다는 것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장수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무병에게 딱 붙어있었기에 무병이 그만의 친구 그룹을 만들 수 있었을리가 없었다. 사실, 무병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성격이기도 했고 말이다. 오히려 같이 다니는 사람이 많으면 챙길 사람이 많아진다고 싫어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무병이 시끄럽고 귀찮다고 싫어하는 줄 알지만 그건 무병의 다정함을 모르는 놈들이나 지껄이는 소리고.
"오늘은 뭐할까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랜만에 먼저 일어난 기념으로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 지난 몇년간 터득해온 요리 레시피 중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만들 줄 아는, 그리고 무병이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팸에 밥 한조각도 좋지만 기왕이면 기분도 낼 겸 예쁘게 차려진 오므라이스에 깔끔한 식탁이 좋지 않은가.
"아, 진짜 나 장가가면 사랑받겠다."
기분 좋은 향기가 주방에 퍼지고 그 중앙에서 양파와 잘게 다진 재료들을 제법 노련하게 들들 볶던 장수가 키득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실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결혼 했다가 인생 말아먹은 케이스를 눈 앞에서 보기도 했고, 그 책임감 없는 결혼의 희생양이 된 것도 자신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결혼하지 않고 이대로 형과 늙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신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매일같이 생각하지만 정말로 형에게 좋은 여자, 형만을 위해줄 수 있는 참한 여자가 나타나면 등이라도 떠밀어 결혼하게 만들 각오 정도는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건 언제가지나 그런 여자가 있다면, 이라는 가정 아래고 장수 자신은 그 참한 여자의 기준을 낮출 생각 없었다.
두명 분의 밥을 식탁에 차려놓고 장수는 신이 나 앞치마도 벗지 않은 채 무병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눈 앞에 떡하니 펼쳐진 두 사나이의 침대 위 그림에 장수는 핀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하나
둘
셋
인내심의 한계다. 비록, 두 남자의 몸이 겹쳐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이불을 덮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란은 참수형에 처할 일이었다. 란의 허리라도 분질러버리려 침대에 가까이 다가갔을때 장수는 한순간 자리에 우뚝 서 버리고 말았다.
무병이 너무 편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자다 깨 보면 언제나 약간 찡그린, 어딘가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자고 있던 무병이 란과 얼굴을 마주하고 자고 있는 지금은 평화, 그 자체라는 모습으로 자고 있는 것이다. 순간 맘 어딘가가 비틀렸지만 형이 제대로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조금 누그러져 란을 주먹으로 깨우는 건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역시 무병의 옆에서 자고 있는 꼴은 못 봐주겠다.
장수는 혀를 쯧 하고 차며 란의 어깨를 잡아 끌어 침대 아래로 내던져버렸다. 퍽 소리가 나며 침대 아래로 란이 떨어지자 장수는 침대 위로 기어올라가 무병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쿡 쿡 찔렀다. 여자같이 말캉말캉하진 않지만 살짝 건조한 듯 한 그 피부가 더 맘에 든다.
"형, 일어나."
잠귀가 밝은 무병은 한번에 장수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듯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밥 해놨어. 벌써 10시야."
"...얼마 안 됐네."
미간을 살짱 찡그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야하던지, 대체 왜 야한건지는 모르겠다만, 장수는 온 몸에 성호를 그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잠에서 덜 깬 낮은 목소리라니. 그 목소리가 귀를 쑤시며 들어오는 것이 참 깨우는 보람있게 만든다. 장수는 싱글벙글해져서 뒤에 저가 떨궈놓은 란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무병을 달래기 시작했다.
"형, 일어나자."
"5분만 더."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 구나 싶었다. 깨울때 한번 싫은 소리 안 하던 무병이 오늘은 5분만 더, 라는 깜찍한 대사를 뱉어낸 것이다. 장수는 이 순간 무병이 저보고 농노 계약서를 찍으라 하면 지장이 아닐라 혈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함박 웃음을 띄면서도 장수는 최대한 소리를 낮춰 웃으며 무병의 어깨를 흔들며 일어나라 칭얼거렸다. 그동안 란은 온 몸을 쑤시는 근육통 때문에 깼지만 멍타임인지라 일어나 앉아 두 형제가 벌이는 아침쇼를 풀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눈을 반쯤 뜨다만 무병이 앞치마 차림으로 저를 닥달하고 있는 장수의 모습이 웃겨 그만 눈을 뜨다 말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졸지에 제대로 된 눈웃음을 친 무병의 모습에 그를 바라보고 있던 두 해바라기는 정신적 공황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무런 자각이 없는지 손을 대충 뻗어 닿는 장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을 뿐이었다.
"잘 잤어?"
동생이라서 행복해요. 장수는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일어나 그렇게 외치고 픈 심정이었다. 오늘은 신이 관대한가보다. 이렇게 한껏 풀린 모습의 형을 보여주시다니. 장수는 행복에 겨워 베개에 푹 드러누웠다.
"응, 잘 잤어. 형은?"
"어. 간만에 잘 잔 것 같아."
일어나 앉아 기지배를 펴며 목을 한바퀴 돌리고 있던 무병의 눈에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입을 벌린채 저를 바라보고 있는 란이 걸렸다. 앞치마 입은 장수도 웃겼지만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란도 웃겼다. 어제 술을 그렇게 들이 부었는데도 잠을 잘 잤더니 몸이 가뿐해 기분이 좋은 무병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란에게도 물어보았다.
"잘 잤냐. 좀 좁았지?"
갑작스럽게 저에게 던져진 무병의 물음에 란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중간에 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깨닫고서는 아니라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저 놈 아직 덜 깼구만.'
무병은 킥킥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장수에게 맛있는 냄새 난다며 말을 걸었다. 장수는 아침부터 칼질 한 제 노력이 벌써 다 보상받은 것 같아 신나게 나이스가이 키스, 가슴팍을 두번 두드리고 검지에 입을 맞춘다, 를 해댔다.
"쉐프라고 불러줘."
"맛 보고."
"와, 너무하네."
잠시 그렇게 히히덕거리다 장수가 쭈뼛대며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말을 장난처럼 툭 던졌다.
"그건 그렇고 왜 여기서 둘이 잤어. 불편하게. 그냥 내 방 와서 자지."
그러자 무병은 그렇게 당연한걸 왜 묻냐는 듯 평소처럼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너 불편하잖아."
사실,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몇번 술에 취해 같이 거실이나 방에서 이야기하다 잠든 적이 있는데 잠귀가 그렇게도 어두운 녀석이 꼭 무병이 악몽으로 이 악문 신음소리를 낼라치면 일어나 형 괜찮냐며 깨우는 것이다. 물론 무병이야 그렇게 깨워주면 구원이라도 받은 듯 하지만 그러고 나면 그 다음날 장수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부터는 가위라던가 악몽을 좀 꾼다 하더라도 혼자 자는 것을 버릇처럼 들여왔었다. 자다 한번 깨면 그 다음부터는 잔 것 같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됐어. 딱히 불편하지도 않았고. 불편했어?"
이대로는 장수와의 말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무병은 은근슬쩍 란에게 SOS를 보냈다. 그 즈음 멍타임이 풀려 일어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팔을 뒤로 꺾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란은 평상시 템포를 찾은 듯 여유있고 능글맞게 대답했다.
"그럴리가. 마이무랑 같이 자는데 어떻게 불편할 수가 있었겠어."
란의 말에 장수의 눈초리는 매서워졌고 무병은 한숨을 쉬며 두 손가락으로 찡한 코를 잡았다. 이 인간아, 그런 반응 말고 좀 정상적인 반응을 하란 말이야. 아니나다를까 장수가 발끈해 달려들라하자 무병은 말리고 란은 낄낄거리며 무병과 장수에게로 다가왔다.
"기다려봐. 핸드폰 좀 찾아올게, 달링."
말과 동시에 무병과 장수가 반응할 틈도 없게 무병의 귓바퀴에 쪽하고 기습 뽀뽀를 하고 란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쳐 집에서 나가버렸다. 란이 방을 나가버리고 난 뒤 침대에 덩그러니 남은 두 남자는 어이가 없어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 란이 도망친 방문을 한번 보다, 서로 또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며 비범한 주말을 열었다.
"뭐야, 저새끼."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는 것을 보니 형제가 맞긴 맞나보다.
오므라이스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아침엔 많이 먹지 않는 무병까지도 장수가 사랑 담뿍 담아 푼 한 그릇을 싹 비우고야말았다. 우스갯소리로 무병이 네가 앞으로 매일 밥 하면 남은 평생 같이 살아주겠다, 하니 장수는 그 답게 받아쳤다.
"그럼 매일 오므라이스만 먹어."
그 말에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트린 무병은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많이 컸다, 너?"
"이젠 내가 형보다 키도 커. 마음은 전부터 훨씬 컸지만."
"내가 곧 죽어도 그건 인정 못하지."
수도꼭지에서 쏴하고 물이 제법 세게 쏟아져나왔다. 그 물소리에 섞인 무병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아 장수는 탁자에 엎어져 설거지를 하고 있는 무병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병은 단 한번도 자신에게 아쉬운 소리 한 적이 없다. 어렸을때야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어가겠지만 이제와서까지 싫은소리 한번, 약한 소리 한번 한 적 없다는 건 어쩐지 '넌 의지가 안되는 녀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싫었다.
왜 혼자서 짊어지려 하는걸까. 1년, 2년이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단지 10초 차이인 쌍둥이일 뿐인데 왜 그렇게 형이라는 이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장수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형."
"왜."
"형은 내가 못 미더워?"
설거지를 하던 무병이 뒤를 돌며 눈썹을 미묘하게 치켜올렸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듯 한 그 표정에 장수는 조금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못 미덥냐고."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난 좀, 형이 나한테 아쉬운 소리도 하고 짜증도 부리고 했으면 좋겠어."
장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무병은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싱크대로 몸을 돌렸다.
"천성이 자비로운 걸 어쩌겠냐."
"엄마 일만 해도 그래. 가봤자 속만 썩어 올텐데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건데? 그리고 간다고만 하면 다야? 왜 항상 제대로 된 이유는 안 가르쳐줘?"
말을 뱉다보니 정말로 자신의 무병에게 의지가 되지 않는 짐같은 존재인 것 같아 사납게 따져물어버리고 말았다. 말을 끝내고 나서야 후회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들 수 없을만큼 창피했다. 장수는 자신이 믿을 수 없을만큼 어리다는 걸 새삼 깨달아버렸다.
고개 숙인 장수의 머리통을 잠시 쳐다보던 무병은 웃음섞인 한숨을 내쉬며 손의 물기를 매달린 수건에 닦아냈다.
"엄마잖아. 날 못 알아보면 어때."
"...그건 못 알아보는 정도가 아니잖아."
"뭐, 어찌됐건 엄마잖아. 안 그래?"
한쪽 입꼬리가 조금 더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니 억지로 웃고 있는거다. 그 얼굴에 또 한번 무병이 얄미워져 장수는 고개를 숙였다. 사실 엄마같은거 이젠 별로 필요 없게 느껴진다. 다정했지만, 좋은 추억도 많지만 5년전부터 받아온 부정과 고함소리가 그 추억으로 가는 길을 잘라내버렸다. 자기 아들들도 못 알아보는, 남편 하나만 찾아대는 아줌마따위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보다 더한 꼴들을 당한 무병은 아직까지도 그녀를 놓지 않고 있었다.
왜? 단순하게 낳아줘서? 그게 고마워서?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더 이상 어린애짓을 할 순 없었다.
"그리고, 네가 못 미더운게 아냐. 아, 그걸 뭐라하드라?"
냉장고에서 파인애플 팩을 꺼내 뜯으며 포크를 두개 꺼내 장수에게 내밀었다. 그리곤 그 맞은편에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무병은 제법 진지하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단어에 대해 고민했다.
"최후의 보루, 어 맞아. 최후의 보루였다. 어, 그거라고 생각하면 돼."
"뭔소리야."
"최후의 보루라고. 내가 이젠 정말 못해먹겠다, 다 때려칠래! 하면서 깽판칠때 피 팔팔한 네가 막아주는거지. 너 밖에 막을 사람 없을테니까. 어때, 좀 이해가 돼?"
반칙이다. 아침에 일어날때 보여주었던 그 편안한 웃음을 또 지어대는 무병을 보며 장수는 속으로 반칙이다, 라는 말을 수십번 해댔다. 반칙이다. 이건 반칙이야.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런 식으로 말을 수백번 포장하고 감춰놓아도 콧방귀만 뀔텐데 무병이 그렇게 말하니 그대로 믿고싶어져버린다. 싱거울정도로 간단하게 정의내려버린다. 그럼 엄청난 발언을 하고도 장본인은 파인애플을 잘라먹으며 너무 달다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예전부터 무병과 장수의 세계는 늘 좁았다. 언제나 그 중심엔 둘이 손을 잡고 있어야했고 그랬기 때문에 타인에게 내줄 수 있는 것은 나머니 손 하나 뿐이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브라콤이라고 불릴 정도로 쌍둥이 형을 따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나 저를 지켜주었던 형보다 더 커져버렸다. 거기서부터 장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병은 너무나도 쉽게 말해버린다. 거기 있으라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내가 무너졌을때, 그때 나를 받쳐달라고. 반칙이다. 약았어. 하지만 장수는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마. 좀 슬프다."
"...형."
"아침부터 신파극 찍지 말자, 동생님."
오버스러운 장수의 눈물연기에 무병이 장수의 코를 꼬집었다. 코가 아려 눈물이 찔끔 흘러나올 것 같았지만 입은 제멋대로 바보같이 헤 벌어져 웃고 있었다. 그때 언제 돌아온건지 핸드폰을 한 손에 쥔 란이 무병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능청스럽게 말을 던졌다.
"마이무, 도덕상 근친은 안되지. 이 바닥에도 기본이란게 있...으다다다다다다."
턱을 무병의 어깨에 걸쳐놓고 있던 란은 한쪽 볼이 뜯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두 손을 들고 새는 발음으로 항복이라 외쳤다. 패배자에겐 관심이 없는건지 이 이상으로 시끄러운 아침을 맞고싶진 않은건지 무병은 깔끔하게 손을 떼며 란에게도 파인애플 한 조각을 꽂아 건네주었다.
"오, 왠일이야?"
"뺨 맞고 온 놈 위로 차."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장수는 무병이 꼬집지 않은 반대쪽 볼이 아직 빨갛게 물들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란이 제 뒤에서 끌어안기 전에 그 얼굴을 보았단건데.
'왜 앵기게 냅둔거지?'
자신이야 등지고 있었으니 보지 못했다 치지만 확실히 무병의 쪽에서는 란이 주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간격을 허락했다는 것은 장수로썬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었다.
"역시 예리하네, 달링."
"닥치고 먹기나 해. 밥은 먹었냐?"
"아니. 아침부터 말 싸움해서 지쳤어. 마이무에게 오는 길이 이리도 험할줄이야."
"다시 가, 그럼."
"내가 어떻게 허니를 버려."
넉살좋게 테이블 한 구석을 차지해 앉아 늘어져버린 란은 말로 하진 않았지만 무병이 파인애플을 찍어 먹을때마다 저도 옆에서 새끼새마냥 입을 벌리며 하나 넣어달라고 능청을 떨어댔다. 하지만 그에 넘어갈 무병이 아니었기에 결국은 보다 못한 장수가 성질을 내며 아예 한 덩이를 란의 입에 쑤셔넣었다.
"먹고 떨어져!"
하지만 란은 그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그 웃음에 옆에 있던 무병도 웃어버리고 말았다. 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식탁이 셋이 되니 모자란다는 생각보다는 꽉 찼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아, 나 보고 싶은 영화 있는데. 같이들 보러 갈래?"
결국 그 한덩이를 다 먹고야 만 란이 두 형제를 번갈아쳐다보며 물었다. 무병은 어차피 오늘 하루 노는 날이라 암묵적으로 장수와 약속이 되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장수를 쳐다보았고, 무병이 대답없이 장수를 쳐다보자 란 또한 장수를 노리기 시작했다.
"가자. 어? 영화관에서 보고 싶긴 한데, 혼자 가긴 좀 그렇단 말이지."
원하는게 있으면 그대로 돌진하는 타입인 란은 협박해봤자 장수에겐 씨알도 안 먹힐거라는 걸 알았는지 아예 처음부터 애교스럽게, 장수가 가장 부담스러워 할, 조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장수는 식겁을 하며 대답 대신 오만상을 찡그렸고 란은 그에 마지막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좋아, 그럼 가는거다. 가자, 가자. 자, 일어나!"
장수는 어떻게 좀 해보라며 무병을 쳐다봤지만 무병은 장수가 란에게 말리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그냥 어깨만 으쓱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걸 알아버린 이장수, 17세 봄이었다.
"...이게 뭐냐."
"너 진짜..."
"왜, 좋잖아?"
태연자약하게 표와 음료수 장수에게 주고 무병에게는 '달링은 나랑 같이 마시면 돼악!'이라는 미묘한 끝맺음을 선물받은 란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상영관 앞 영화 포스터를 보며 싱글거렸다.
표를 받고 손을 부들부들 떨던 장수는 결국 뻥 터져버리고 말았다.
"야 이 새끼야!!! 넌 주말에 남자 셋이서 흙둘 이야기3를, 그것도 3d로 봐야쓰겄냐!!!!"
그것도 엄마 손 잡고 따라나온 유치원 애들이랑?!!!
하지만 란은 제 손에 들려 있는 콜라를 쭉 한번 빨며 장수의 손에 무언가를 하나 더 올려주었다.
"자, 여기 네 안경."
"야!!!!!!!!"
"마이무~ 우린 가자. 저렇게 무식하게 소리만 빽빽질러대는 애는 유치원 생들한테도 손가락질 받아."
정말이지 란의 말이 한치 틀림이 없었기에 주변 상황을 둘러본 무병은 어쩔 수 없이 짧게 한숨을 쉬며 장수를 버렸다.
"조용히 할거면 따라오고, 아니면 말어."
졸지에 버림받은 장수는 저를 손가락질 하는 유치원생들과 어머님들을 향해 짜증섞인 으르렁거림을 마지막으로 3d 안경을 눌러쓰고 란과 무병의 뒤를 쫓아 들어갔다.
"지랄같은 새끼...재미 없기만 해봐라."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질질 짠건 장수 뿐이었다.
*
이번편은 본격_장수_죽이기.txt 였습니다. 푸하하하하 란이랑 무병이랑 진도 나간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찾아보시면 중간 중간에 스킨쉽 하나 둘씩 자잘하게 들어가 있어요. 그걸로 용서해주시기ㅋㅋㅋㅋ^.~ 장수 웃기네요, 얘.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무병이는 장수 앞에만 가면 너무 다정해져서 ㅠㅠ감당을 못하겠어요. 게다가 란은 너무 띨해!!!!!!!!!!!!!!!...네, 이래저래 만들어놓고 불만이 많습니다.ㅋㅋㅋㅋ그래도 오늘 밤 새서 쓴거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곰 손이라 이거 쓰려면 진짜 5시간은 훅 가네요. 오타도 많을거예요. 보시면 즉시 신고해주세요!! 지난화에 리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기분 좋았어요!ㅎㅎ
오늘 안에 시간 있어서 또 쓰게 되면 저녁때 또 한편 들고 올게요. 왜냐구요? 오늘은 놀토니까요!ㅋㅋㅋ어서 가서 씻고 자야겠네요.
업쪽은 [장수야 힘내] 적어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하하하
첫댓글 장수는 감성이 풍부하네요- 재미있어요~
장수는 애기니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병이의 손에서 길러진 큰 애기...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장수야 힘내]
꺅! 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다 좋지만 역시 무병이가 젤 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장수는 왜이러케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곰 같아ㅋㅋㅋㅋㅋㅋㅋ
ㅠㅠ사실 저도 무병이가 제일 좋아요...............ㅋㅋㅋ란이도 좀 좋아해줘야 애가 이쁘게 나오는데 무병이만 좋아하다보니 이젠 무병이를 란이한테 보내기 싫은 이 복잡한 심정..
장수야 넌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이뤄질수없는 브라콤을 하고 있는 장수니까요ㅋㅋㅋ
[장수야 힘내]
으아니 ㅋㅋㅋㅋㅋ 오늘따라 장수가 너무 귀엽네요 ㅎㅎ.. 게다가 오늘은 유난히도 다정한 무병이를 보고 ! 잘 읽었습니다.
무병이는 장수 앞에선 진짜 ~솜사탕 그대~ㅎㅎㅎㅎ매번 감사드립니다!
[장수야 힘내]ㅋㅋㅋ
키 포인트네요. 장수야 힘내 하악하악
아 진짜!! 너무 재밌잖아요~~ ㅋㅋㅋ 장수도 귀엽구 ~ 우리 무병이 눈웃음칠때 저도 같이 웃고있다능 ~~ ㅋㅋㅋㅋㅋ
나 어쩔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재미있게 읽어주시니 맘이 가볍습니다. 마성의 무병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무병이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수 완전 귀여워!!!!!!!!!!!!!!!!!!!!!
귀요미를 맡고 있는 이장수입니다!!!!!!!!!!!!!!호잇
장수야 힘내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몰것지만 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혀,현실적이에요 7-11님1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하하핰ㅋㅋㅋㅋ장수에게 전해줄게요
아항항항 장수 넘 귀여워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동생할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납치하시면 눈감아드릴게요. ?!!!!절대로 제 눈앞에선 못 가져가심 앗흥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뻐해주세요~~~~~~~~~~~~~끝까지 솔로 일 것 같아서 저 놈은...흑흑
장수 완전 너무 귀여워요!!ㅎㅎ 내 동생으로 쌔벼가고싶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