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는 택시 안(밤)<br><br>조수석에 앉은 복수. 다소 불안한 표정이다.<br>뒷좌석에 앉은 미래와 경.<br>복수가 힐끔대며 백미러로 뒷 좌석에 나란히 앉은 미래와 경을 본다<br>걱정스레 복수의 뒷통수를 바라보는 미래.<br>경은 백미러를 뚫어져라 바라본다.<br>복수가 훔쳐보는 눈길과 마주친다.<br>복수, 외면한다. 그러다, 다시 한 번 힐끔 백미러를 본다.<br>경은 여전히 백미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복수와 눈을 맞춘다.<br><br><br># 미래의 집 앞(밤)<br><br>택시가 서고 미래가 내린다.<br>미래, 문을 연 채 경을 본다.<br><br><br># 택시안(밤)<br><br>문밖에서 경의 팔을 툭 치는 미래.<br><br>미래 야, 오늘은 복수 아프니까, 니가 복수부터 데려다 주구 집에 가.<br>복수 (당황하며) 미래야.<br>경 (미래를 보며 인상을 쓴다.) 싫어요.<br>미래 아, 조고... 진짜.<br>복수 미래야. 됐어. 얼른 들어가.<br>미래 ...(복수를 보며) 계속 아프면 진통제 먹어. <br>복수 어, 어. ...얼른 가.<br>미래 (다시 경을 본다.) 아, 조고... 진짜. (복수를 보며) 가. (문을 닫는다.)<br>경 (계속 복수만 야리고 있다.)<br><br>택시가 출발한다.<br>복수, 경의 눈치를 보다가 잠을 청하려는 듯 눈을 감는다.<br>복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경이 손바닥으로 복수의 정수리를 한 대 툭 때린다.<br>놀라서 고개 돌려 경을 바라보는 복수.<br>경이 분해서 운다. 꺽꺽댄다. 그리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운다.<br><br>복수 (난처한 표정으로) 경이씨.<br>경 (계속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엉엉 울어댄다.) <br>복수 경이씨.<br>경 (여전히 외면한채 울어댄다.)<br>복수 (안전벨트를 풀더니 그 자리에서 뒷 자리로 넘어가려 한다.)<br>운전기사 (점잖게) 아고, 아저씨, 위험해요오.<br>복수 저 아가씨가 더 위험해요, 아저씨. <br><br>뒤쪽으로 기어가듯 몸을 가져가면 경이 복수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면서 운다.<br><br><br># 복수집 근처 큰길(밤)<br><br>택시에서 내리는 경. 울면서 부랴부랴 걸어간다.<br>복수가 계산을 마치고 뒤늦게 내려 경을 쫓는다.<br><br>복수 (쫓아가 경의 손을 잡는다.)<br>경 (복수의 손을 뿌리치곤 걷는다.)<br>복수 (다시 쫓아가 경의 손을 잡는다.)<br>경 (다시 뿌리친다.)<br>복수 (다시 잡는다.)<br>경 (다시 뿌리친다.)<br>복수 (다시 잡는다.) 여기서 내리면 어뜩해요? ...내가 데려다 줄께요, 집에...<br>경 (뿌리치지만 거세게 잡은 손이 놓여지지 않는다. 소리친다.) 놔아.<br>복수 경이씨. <br>경 (잉잉 울어대며) 니네 둘이서 잘 먹구 잘 사세요.<br>복수 (비실 웃는다.) 아, 뭘 먹어요오? 먹을게 어딨다구?<br>경 알아서 먹어요. (팔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또다시 성큼성큼 걸어간다.)<br>복수 (미소) 아, 땡깡 대단하다. <br><br><br># 거리(밤)<br><br>편의점 앞에서 기다리고 선 복수.<br>경이 담배를 사서 담배를 까며 나온다.<br>벗긴 비닐과 종이껍질을 꼬깃꼬깃 구겨서는 길에 휙 버린다.<br><br>복수 아, 쓰레길 아무데나 버리구... (주변을 두리번대다가 신경질을 낸다.) ... 어뜩케 길에 쓰레기통 하나가 없냐? ...잘했어요, 경이씨. 기냥 막 버려.<br><br>복수를 무시하고 걸어가는 경.<br>복수가 쫄래 쫄래 따른다.<br>경, 담배를 입에 물고 걸어가다가 문득 선다.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난감한 표정.<br><br>경 (지나가던 고교생에게) 학생, 불 좀 빌려 줄래요?<br>남학생 (멈춰서서 경을 아래 위로 훑는다. 눈매가 매섭다.) <br>경 (겁먹었다. 남학생을 피해 다시 뒤돌아 걷는다. 궁시렁) 없으면 말구...<br>복수 (황당한 표정으로 경을 바라보며 경의 옆에서 따라 걷는다.) 또 어디 가 요?<br>경 (인상을 쓰며 소리친다.) 라이터 사러가요. 왜요?<br>복수 (경 앞에서 경의 어깨를 양손으로 힘껏 잡아 흔들며 꾸짖듯, 하지만 표정 은 자상하다.) 아, 그만. ...경이씨. ...그만.<br>경 (인상을 긁으며 복수를 본다.)<br>복수 (경 입에 문 담배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물곤) 그릏게 섭섭했어요?<br>경 ...<br>복수 (미소띤 얼굴로) 미안해요. ...너무 아퍼서... 너무 아펐어요. ...그래서, 짜 증이 났어요.<br>경 ...<br>복수 너무 아프니까... 응?<br>경 ...(다소 누그러 들었다.) 아프면... 그럴 수 있지요. 근데, 어뜩케 안 만난 단 말을 해요?<br>복수 아파서 그랬다니까?<br>경 ...(여전히 노려본다.)<br>복수 그릏잖아요. 아픈데에...<br>경 ...(인상은 여전하지만 목소린 한결 죽었다.)...그럼... 어디가 아픈데요?<br>복수 머리요.<br>경 그래서 병이 뭔데요?<br>복수 머리병이요.<br>경 ...(다시 소리친다.) 왜 제대루 안 가르쳐요? 죽을 병이라두 걸렸어요? <br>복수 (미소) 네.<br>경 (어이없는 표정으로 복수를 본다.)<br>복수 ...(미소)<br>경 (인상을 쓰며 눈치를 살핀다.) 지금 장난쳐요?<br>복수 (미소) 장난 아니예요.<br>경 근데, 왜 웃어요?<br>복수 ...(서서이 미소가 가신다. 경의 어깨에 올린 손을 내린다. 진지한 눈빛) ...장난... ...아니예요.<br>경 ...(멍한 눈으로 복수를 바라본다.) <br>복수 (어두운 눈으로 경을 본다.)<br>경 (어렵게) ...머리요?<br>복수 (담담하게) 네.<br>경 ...(어렵게) 뇌종양이요?<br>복수 네.<br>경 ...(입을 벌린채 복수만 본다.)<br>복수 ...(무심한 표정으로 경을 본다.)<br>경 ...심해요? ...죽을 정두루?<br>복수 네. (참 담담하고 무심하다.)<br>경 ...(눈만 깜박이며 복수를 본다. 슬픔도 놀라움도 없다. 아무 감정이 느껴 지지 않는 표정이다. 무감각...)<br>복수 (옅은 미소) 놀랬구나?<br>경 네.<br>복수 (담담하다.) 인제, 화 풀려요?<br>경 네.<br>복수 아 됐다. 화 풀렸네, 경이씨가... ...충격을 대빵 줘야, 화가 풀리네.<br>경 (복수의 손을 덥썩 잡는다.) 가요. 집에 데려다 줄께요. <br><br>경의 손에 이끌려 가는 복수.<br>복수의 손을 잡고 가는 경. 계속 벙찐 표정으로 힐끔힐끔 복수를 본다.<br>복수도 힐끔힐끔 경을 본다.<br><br><br># 복수집 산성 근처(밤)<br><br>손을 잡고 천천이 걸어가는 둘.<br>경의 표정 무감하고, 복수의 표정 담담하다.<br><br>복수 (실소) 미래가 하랜다구, 증말 하냐아? ...집 못찾아 갈까봐요, 내가? 병 걸려서, 집두 못 갈까봐?<br>경 ...<br>복수 (경의 팔을 툭 치며) 네, 경이씨?<br>경 힘들었잖아요. ...나한테, 그 말 하느라...<br>복수 ...잘 아네.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아깐, 증말... 다리에 힘 빠지드라.<br>경 업어줄까요?<br>복수 (실소) 경이씨. ...아, 왜 이렇게 웃겨요? 나, 참. 암 걸렸다는데... 반응이 이러냐? 웃기게?<br>경 (걸어가며 어둡게) 왜 수술 안해요?<br>복수 ...복잡해요.<br>경 ...근데...(멈춰선다.)<br>복수 (멈춰선다.)<br>경 (넋이 나가서) ...어쩌자구 날 만나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나, ...어뜩하 라구?<br>복수 ...(물끄러미 경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피한다.) 나두...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을 안해 본 건 아니예요. 근데... (다시 경을 본다.) 어뜩케 안 만나요? ...안 만나지지가 않는데... 어뜩케, 그래요? ...(답답한 듯) ... 괴롭다.<br>경 ...(무심하게) 나두요. 괴롭다. ...근데... 나두 그래요. ...어뜩케 안 만나요? 안 만나지지가 않는데...<br>복수 ...그죠? ...(무심한 경을 바라본다.) 근데... 지금, 속 괜찮아요?<br>경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이상하게, ...아무렇지두 않네. 슬프지두 않구...<br>복수 ...<br>경 (복수의 팔을 다정하게 훑어댄다. 그리곤 미소) 내가... 뭐 해주까요?<br>복수 (물끄러미 경을 본다.)<br>경 네?<br>복수 ...그냥... 아무것두 하지 마요.<br>경 (고개를 끄덕) 그럴께요. 난... ...아무것두 안할래요. ...난, ...몰라요, 아무 것두... <br>복수 (입 끝에 걸리는 여린 미소)<br>경 (미소짓는다. 그리곤 복수의 정수리를 쓰다듬는다.) 하필이면, ...아까 머 리를 때렸네. ...복수씨. 이젠 목 위쪽으루는, 조심할께요.<br>복수 (가만히 경의 손을 잡는다.) 말하길 잘했네. ...화두 풀리구... 기분두 좋 구...<br>경 ...조기 앉아서 담배 한 대만 피구 갈까요?<br>복수 네.<br><br>산성 위에 앉는다. 서울의 야경을 향해, 야경을 바라보며...<br>가방에서 파이프를 꺼내 무는 경의 표정이 쓸쓸하다.<br>살랑대며 부는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자꾸 얼굴을 덮는다.<br>파이프를 문 채, 가방에서 고무줄을 꺼내 머리를 묶으려 한다.<br><br>복수 내가 해 줄께요.<br>경 (고무줄을 준다. 그리곤 복수에게 등 돌린다.) <br>복수 (고무줄로 머리를 묶으며) 경이씨... 기분 드럽게 좋아요, 나아. ...기대이 상이야, 우리 경이씨. ...내 병 알면, ...울구, 이상하게 나 보구, ...아, 진짜 구질구질할 줄 알았네. ...그래서 경이씨 꼴두 보기 싫을까 봐, 얼마나 겁 났는데... ...이렇게 웃어주구, 너무 쬐끔 웃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br>경 (머리가 씹혔다.) 아. <br>복수 어? 너무 당겼나. 살살 묶어 주께요. ...(미소) 이렇게 머리두 묶어주구... 증말 살맛 난다. ...난... 지금 죽어두 좋다, 뭐.<br>경 ...(어둡게) ...죽는게 뭐... 별건가?<br><br>그러나, 등돌린 경의 눈에선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다.<br>어떤 떨림도 느껴지지 않도록 무심한 표정으로 앞만 보는 경의 눈에선 한방울 두 방울 계속 눈물이 떨어진다.<br><br>복수 ...(경의 등뒤에서 정성껏 고무줄을 묶으며 미소) 인생을 알어, 경이씬... (머리를 다 묶었다.) 다 됐다. ...돌아 봐요, 이쁜가...<br><br>그러나 여전히 돌아앉지 않고, 복수에게 등 돌린 경.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br>슬픈 눈으로 경의 가는 떨림을 등 뒤에서 느끼는 복수. <br>복수가 자신의 한 손을 경의 어깨에 지긋이 올린다. 고개 숙이는 복수.<br>경이 한 손을 올려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복수의 손등 위로 포개어 놓는다.<br>같은 방향을 향한채,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는 경과 고개숙인 복수.<br>둘의 옆 모습이 서울의 불빛을 역광으로 그림자진다. 아득하다.<br>F.O.<br><br><br># 복수집-복수방(아침)<br><br>헛구역질을 해대는 복수.<br>방바닥을 뒹구는 복수의 고통.<br><br><br># 복수집-주방(아침)<br><br>쌀을 씻는 중섭의 귀에 언뜻 복수의 신음소리가 들린다.<br>의아한 눈빛으로 복수방으로 향하는 중섭.<br><br><br># 복수집-복수방(아침)<br><br>문을 열어보는 중섭.<br>등돌린채 잠을 자는 복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을 닫는 중섭.<br>복수, 등 돌린채 입에는 이불을 물고 있다.<br>핏발 선 눈을 꼭 감은 붉은 얼굴. 이마에 돋아난 힘줄...<br><br><br># 중국집(낮)<br><br>경과 미래가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br>경은 짬뽕, 미래는 짜장면.<br><br>미래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맛있냐?<br>경 짬뽕 맛이 다 그렇죠, 뭐.<br>미래 (꼬나본다.) ...사주는 사람 앞에 두구, ...말을 그렇게 싸가지없이 하냐? 그냥 맛있다 그르지.<br>경 짜장은 맛있어요, 언니?<br>미래 짬뽕 먹으니까, 짜장 먹구 싶지?<br>경 네.<br>미래 나두 짜장 먹으니까 짬뽕 먹구 싶다? ...바꿀래?<br>경 네.<br><br>서로 그릇을 바꾼다.<br>이젠 경이 짜장을 먹는다.<br><br>미래 야. 경아.<br>경 (놀라서 미래를 본다.) ...<br>미래 왜 그렇게 보냐?<br>경 (미소) 아우. 내 이름을 그릏게 부르니까, ...진짜 언니같다.<br>미래 그래. 내가 오늘은... 언니로서, 너한테 주의사항을 줄라구 불렀다.<br>경 (짜장을 먹으며) 뭐요?<br>미래 복수가 너한테 아직 암말 안했지?<br>경 ...네.<br>미래 나두 거기에 대해선 말 안해. ...복수가 죽기보다 더 싫어하니까...<br>경 ...<br>미래 근데... 말은 않겠는데... 복수가 좀 아프거든?<br>경 알아요.<br>미래 알어?<br>경 치질이라면서요?<br>미래 그래. ...근데, 치질이 심해. ...그래서 전체적으로 몸이 안 좋아. ...그래서, 너한테 주의를 환기를 시킬라구 불렀다. (눈에 힘이 들어간다.) 하여간... 걔 피곤하게 하지마. 골 아프게 하지 말라구, 응?<br>경 내가 뭘 어쨋는데요?<br>미래 괜히 삐지구, 뭐 힘든 일 부탁하구, 술맥이구, 그르지 마. 또... (뭐 없나 생각한다.) 때리지 말구...<br>경 내가 복수씨를 왜 때려요?<br>미래 넌 안 때리냐? ...뭐, 내 입장에서 생각한 거니까, 너한테 해당이 안되는 걸 수두 있어. ...어쨋건 그래. ...만약 걔 속 썩일거면, 아예 걔한테서 떨어 져. 응? 알았냐?<br>경 ...치질 하나 갖구...<br>미래 아, 치질이 심하니까 그렇지, 이년아.<br>경 언니.<br>미래 왜?<br>경 (우울하게) 언니한테 복수씨는 인제, 남자가 아니예요?<br>미래 뭐?<br>경 (상념에 빠진 듯) 복수씨가 나한테 와 버렸을 때, ...언니는 꼭 복수씨 부 인같은 얼굴루 날 봤어요. <br>미래 ...<br>경 근데, 지금은... 간호가 같은 얼굴루... 날, 환자 보호자 대하듯 해요.<br>미래 ...(쭈뼛댄다.) 그래에. 나, 간호사 공부 하잖어.<br>경 ...언니가 간호사 노릇하는 거 참 좋은 일인 거 같애요. ...그치만, 나까지 간호사 만들진 말아요, 언니. ...나한테 복수씬 환자가 아니라, 남자거든 요. ...난, 그 사람 애인 할래요. ...속두 썩이구, 일두 부려먹구, 싸우구, ... 그럴래요. (그리곤 짜장을 먹는다.)<br>미래 ...(한참을 꼬나본다.) 이기적인 년. ...저 좋은 거 다 한다네.<br>경 (입을 오물대며) 병 하나 땜에, 주변사람들이 다 환자 취급하면, ...숨 막 히잖아요. (입가에 묻은 짜장)<br>미래 ...입이나 닦어, 이년아. ...그래두 주변에서 긴장 빡 하구 있어야 돼. ...(한 심한 듯) 니가 뭘 알겠냐?<br>경 (냅킨으로 입을 닦는다. 어둡게) 그깟 치질, 뭐.<br>미래 ...(바락)아, 빈혈두 있잖아, 기집애야. ...으유, 짜장 국물이나 흘리구... 다 큰 기집애가...<br>경 (얼핏 앞섶을 본다. 짜장국물이 튀었다. 냅킨으로 힘껏 닦아댄다.)<br>미래 (인상을 쓰며) 옷에 구멍나겠다.<br>경 (문득 미소가 어린다.) 귀엽죠?<br>미래 드럽지, 귀엽냐?<br>경 헤.<br><br><br># 연습실 앞(낮)<br><br>경과 미래가 나란히 걸어온다.<br>경이 미래에게 껌을 건내고 미래는 경에게 사탕을 건낸다.<br>경은 사탕을 물고, 미래는 껌을 씹는다.<br>멀리 강이 보인다.<br><br>미래 아, 진짜. ...니네 오빠 왜 그러냐? 또 왔다, 야.<br>경 ...(조심스레) 언니가 좀 뭐라 그래요. 싫으면...<br>미래 그랬어어. ...오늘은 작살을 낸다, 내가.<br><br>미래, 인상을 쓰며 강 앞으로 걸어간다.<br><br>미래 아저씨. 나한테 맞구두 정신을 못차리냐? 동생 앞에서 한 대 더 맞을래?<br>강 ...싫다. ...너 보러 온거 아니니까, 신경꺼라.<br>미래 ...그럼?<br>강 경아.<br>경 (멀리서 지켜보다가 강 앞으로 걸어온다.)<br>강 (수표를 준다.) 이걸루 니네 언니 선물 좀 사라.<br>경 응?<br>강 니 언니 생일선물. ...여태 돈으루 줬는데, 선물 하나 사 보자. 난 못 골라.<br>경 (돈을 받는다.)<br>강 나머진 니 용돈하구... 간다. (승용차 문을 연다.)<br>미래 (당혹스런 눈빛으로) 아저씨. 그걸, 집에서 얘한테 주면 되지, 왜 구지 여 기와서 주냐?<br>강 쟤한테 물어 봐. 한 달에 쟤랑 나랑 집에서 몇 번이나 마주치나... (승용 차를 몰고 간다.)<br>미래 (경에게) 야, 니네 오빠. 일부러 내 앞에서, 니네 언니 선물 사라 그러는 거 아니냐?<br>경 ...글쎄. 나두, 오빨 잘 몰라요. ...근데, 증말, 마주친 적이 드물어요.<br>미래 아냐. 조고 일부러 그러는거야. ...나더러 질투하라구... 아, 유치해. 유부남 주제에...<br><br><br># 액션스쿨-사무실(낮)<br><br>복수가 시나리오를 읽으며 낄낄댄다.<br>양찬석이 사무실 한켠에서 복수를 향해 온다.<br><br>양찬석 재밌냐, 시나리오?<br>복수 (한심한 듯) 으찌나 유치한지... ...완전 짬뽕, 잡탕, 개판 5분전이네. ...장 풍에 폭탄 터지구, 지붕에서 박쥐처럼 떼루 날아 다니구, 히히. ...도포자 락으루 회오리 만들구...<br>양찬석 홍콩영화두 다 그래, 뭐.<br>복수 아, 중국은 원래가 무술하는 나라니까 그릏지...우리 나라 초가지붕에서 볼만 하겠다.<br>양찬석 (시나리오를 뺏어보며) 무슨 초가지붕이야? 기와집이지.<br>복수 기와집이예요?<br>양찬석 초가지붕에서 임마, ...어띃게 열댓명이 날아 다니냐? 열댓명이 나란히 서 있기두 힘들겠다.<br>복수 아, 어쨋건... 유치해서 못 봐줘.<br>양찬석 원래 액션은 유치한 맛에 보는 거야. <br>복수 ...액션전문가가 그런 말을 하다니... 실망했어, 감독님.<br>양찬석 나처럼 돈을 많이 버는게, 액션 전문가다, 임마. <br>복수 ...(궁시렁) 아, 돈자랑. ...(버럭) 통장 한번 까봐, 감독님. <br>양찬석 (대뜸) 야. ..너, 손 괜찮어?<br>복수 ...네.<br>양찬석 (진지하고 엄하게) ...난 니가 괜찮다면 괜찮은 걸루 안다? ...괜찮어?<br>복수 (찔리지만) 네. ...괜찮아요.<br>양찬석 알았다. 연습하자. (사무실을 나간다.)<br><br>복수, 양찬석을 따라가며 계속 오른손을 쥐었다 놓았다 한다.<br><br><br># 액션스쿨(낮)<br><br>앞선 시나리오상의 대서사 활극의 콘티를 만드는 액션팀. <br>양찬석의 지도하에 액션스쿨 어느 지점을 지붕삼아, 10여명이 박쥐떼처럼 날고,<br>지붕 위를 그림자 지나가 듯, 발이 바닥에 닿지도 않은 상태로 달려가는 움직임을 만들어 본다.<br>칼든 우찬석과 복수가 적이 되어 지붕 위에서 홍콩무술을 한다. <br>이 때, 복수의 발에 채여 우찬석의 칼이 떨어져 내리고 우찬석은 칼을 들고 달려드는 복수를 피해 절벽 아래 호숫가로 떨어지는 간이 액션장면.<br>떨어지는 우찬석을 보며 복수가 잠시 오른 쪽 다리를 폈다 굽혔다 한다. 계속 손으로 허벅지를 주무른다. <br>얼핏 복수의 눈가에 그늘이 진다.<br><br>양찬석 (플로어에서 복수를 보며) 복수야. <br>복수 네, 감독님.<br>양찬석 너, 발놀림이 왜 그러냐?<br>복수 (놀라며) 네?<br>양찬석 둔해.<br>복수 ...<br>양찬석 찬석이 찰 때, 박자를 맞춰서 차. ...다다다 세 번 차지 말구, 네 번을 차. 박자 세서. 이렇게. (입으로 운율을 맞추며 발 시범을 보인다.) 응?<br>복수 네. ...(어둡게 혼잣말) 내 애인이 음악간데, ...박자쯤이야 우습지. <br><br>그러면서 계속 오른쪽 다리를 굽혔다 폈다한다.<br><br><br># 종합병원 앞 건너편 거리(낮)<br><br>경이 서성댄다. 병원을 바라보며...<br>복수가 경을 향해 뛰어온다.<br><br>복수 (웃으며 달려와 경의 손을 잡는다.) <br>경 ...(웃으며 복수의 이마를 짚어본다.) 머리 안 아파요?<br>복수 (웃으며 경이 짚은 이마의 손을 만지작댄다.) 네. 근데, 왜 여기서 만나자 그랬어요? 여기 뭐... 있어요?<br>경 그냥, 액션스쿨에서두 가깝구, 우리 연습실에서 가깝구... 그래서... 근데... 별루 갈데가 없네?<br>복수 ...딴데 갈까요?<br>경 안돼요. 좀 있다 연습실 다시 가야 돼요. ...우리... 그럼, 콜라 사서 저기 병원이나 갈까요?<br>복수 ...(싫다.) 아무리 갈데가 없어두 그렇지, ...왜 병원을 가요?<br>경 잔디두 있구, 벤취두 있구, 땅두 넓구 그렇잖아요. (복수의 손을 잡아끈 다.)<br><br><br># 종합병원 정원(낮)<br><br>벤취에 앉아서 콜라를 마시는 경.<br>복수는 불편한 표정으로 경을 본다.<br>경은 환자복을 입고 두런두런 대화를 하는 환자들을 유심히 본다.<br><br>경 환자복 저거... 되게 편하겠다. ...저거 하나 얻어서, 잠옷으루 입으면 좋겠 다, 그죠?<br>복수 (입만 벌리고 경을 본다.)<br><br>둘의 벤취 앞으로 휠체어를 밀고 가는 간호사와 환자가 보인다.<br><br>경 야, 재밌겠다. 나두 휠체어 한 번 타 보구 싶다.<br>복수 ...(어이없는 눈으로 경을 본다.)<br>경 복수씨, 휠체어두 하나 사 줘요. 걸어다니기 귀찮은데...<br>복수 ...<br>경 (복수를 보며) 네?<br>복수 (궁시렁) 아무래두 돌았어. 병원 오잘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일어서며 경의 손을 잡아 끈다.) 경이씨, 정신과 치료받자. ...그 날의 충격이 커, 지 금.<br>경 ...그럼, 나는 정신과 치료 받을테니까, 복수씬 뇌종양 치료 받아요.<br>복수 ...(잡았던 경의 손을 풀며) 아, 난 안된다니까요. 난 치료가 안된다니까?<br>경 ...안되는 건 아는데... 그냥 손을 놓진 말자구요.<br>복수 ...<br>경 ...(고개 숙이며 나직하게) 그냥... 손을 놓진 말아요, 우리. (그리곤 복수 의 한손을 두손으로 잡는다.) <br>복수 (물끄러미 경을 본다.)<br>경 ...(복수를 바라본다.) 1초라두, 더 시간 벌 수 있는 거면, ...1초에 목숨 걸 자구요.<br><br>복수, 아련한 경의 눈빛이 복수의 눈에서 흐릿해진다.<br><br><br># 지하철(낮)<br><br>나란히 옆에 앉아 헤죽대는 경과 복수.<br>무릎 위엔 스테로이드 주사약 캡슐이 놓여있고 경의 손엔 일회용 주사기가 들려있다.<br>이제 둘은 뇌종양을 명랑하게 받아들인다.<br><br>경 머리가 그릏게 아파요?<br>복수 (끄덕) ...아침에는요... 스컬이 난리 부르스가 나요. <br>경 스컬이 뭐예요?<br>복수 아, 뇌두 몰라요? (궁시렁) 무식하네.<br>경 (궁시렁) 되게 잘난척하네.<br>복수 (스테로이드를 들어 보이며) 이게, 뇌압을 내리는 거래요. ...머리가 좀 들 아플거라네? 이거 맞으면?<br>경 (버럭 화를 낸다.) 거봐요. 진작 병원갔으면, 들 아팠잖아요. ...그렇게 미 련을...<br>복수 ...(경의 입을 가린다. 당황해서는) 아, 왜 이렇게 아줌마같이 구냐? 시끄 럽게... (손을 내리며) 근데, 너무 많이 맞으면 안 좋대요.<br>경 그래두, ...너무 아프잖아요, 머리가... 근데... 주사기 놓을 줄 알아요?<br>복수 네. ...그냥 팔에 푹 찔러 넣으래요, 의사가...<br>경 ...안 무서워요?<br>복수 무섭죠. ...어뜩케 하냐? 내 손으루?<br>경 내가 해 주까요?<br>복수 (미소) 네.<br>경 (봉투에서 소독약을 묻혀 복수의 팔을 문지른다. 그리곤 일회용 주사기 의 비닐을 뜯는다. 스테로이드 약제를 주사기 안에 넣는다. 간호사처럼 꼼꼼히 잘한다.)<br>복수 (환한 미소) 야, 진짜 간호사... 악. <br>경 (복수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주사기를 복수의 팔에 푹 찔러 넣는다.)<br>복수 (몸을 비비꼰다.)<br>경 (주사기를 빼곤 복수의 팔을 솜으로 비빈다.) 됐다.<br>복수 (울상) 아, 말을 하구 찔러야지. ...(겁에 질린 눈으로) 경이씨, 무서워.<br>경 히. 재밌다.<br><br>약과 주사기를 봉투에 주워담는 경.<br>팔을 부비며 고개를 드는 복수.<br>주변 사람들이 놀란 듯, 이상한 듯, 둘을 바라보고 있다.<br><br>복수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아, 뽕 아니예요. ...뇌종양 약이예요.<br>경 (그제사 고개를 들며 복수를 본다.) 네? (그리곤 복수가 보는 앞 사람들 을 본다.) ...뽕 아니예요. 이 사람이 뇌종양 걸렸거든요.<br><br>사람들이 더 이상한 눈으로 둘을 본다.<br>복수, 사람들을 외면하며 경의 손을 지긋이 잡는다.<br>경, 복수가 자신의 팔을 누르고 있는 솜을 자신이 잡아서 복수의 팔을 눌러준다.<br>복수, 행복하게 미소짓는다.<br>경도 복수를 바라보며 미소짓는다.<br><br>복수 뇌종양 걸린 사람 첨 보나? (미소) 인제 연습실루 가요?<br>경 네. 복수씨는요?<br>복수 (미소) 골칫거리 찾으러 가요.<br>경 (미소) 엄마?<br>복수 (끄덕) <br><br><br># 성호의 초등학교-교무실(낮)<br><br>복수가 성호의 담임 앞에 서 있다.<br>성호의 담임이 학적부를 확인해 준다.<br>학적부엔 성호의 전학지가 적혀있다.<br><br><br># 밴드 연습실(밤)<br><br>키보드가 말을 듣지 않는다.<br>경의 입이 나왔다.<br><br>정국 (못마땅한 듯) 음악 안하기루 작정을 했구나?<br>별리 그거 왜 그렇게 말썽이냐?<br>정국 도둑놈한테 미쳐서, 악기 관릴 안하는 거지, 뭐.<br>기홍 아, 형.<br>경 (정국을 노려본다.)<br>정국 ...뭐, 도둑놈을 도둑놈이라는데?<br>경 도둑놈 아니라니까... <br>정국 음악 집어치고... 그냥 나가서 놀아, 도둑놈이랑.<br>경 (소리친다.) 증말 왜 그래? ...돈 돌려 줬잖아? 내가 우리 밴드 어뜩케든 해 보려구, 이리 저리 빌붙는 거 알어? 기자한테두 빌붙구, 어디 녹음실 빈대붙을 데 없나 두리번대구... 오빠는 뭘 했는데? <br>별리 (안절부절) 야, 야. 이쁜아. 이쁜이 화났네. ...(정국에게) 넌 왜 그냐? 별 것두 아닌걸?<br>경 그만 둬, 그럼. ...나, 안해. (화가 나서 나간다.)<br>기홍 (정국에게 짜증) 형. 왜 그러냐?<br>정국 ...지쳐서 그래, 나두.<br><br><br># 모 초등학교 정문(낮)<br><br>초등생들의 하교로 정문앞이 북적인다.<br>정문에 서서 성호를 찾는 복수.<br>멀리서 풀죽은 듯 신발주머니를 흔들며 나오는 성호.<br>복수의 입가에 미소가 돈다.<br>복수, 성호의 뒤켠에서 성호를 얼싸안는다.<br><br>복수 성호야.<br>성호 (놀란 듯 기쁜 듯 눈물이 난다.) 형.<br>복수 (성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좋지?<br>성호 (복수의 허리를 두 팔로 두르며 그대로 안긴다.)<br>복수 ...(미소) 감격했어? 응? 형아한테?<br>성호 (여전히 붙어서 고개만 끄덕인다.)<br>복수 ...(성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는?<br>성호 (우울하게) 우리... ...아빠랑 같이 살아요.<br>복수 (얼굴이 굳는다.) 응?<br>성호 (복수의 몸에서 몸을 떼며 어둡게 복수를 본다.) ...아빠랑 같이 살아요.<br>복수 (얼이 빠져서) ...성호... 니네 아빠?<br>성호 ...(고개 숙인다.) 나는... 아빠랑 같이 살기 싫어요, 형.<br>복수 ...(어둡게 성호를 본다.)<br>성호 ...우리... 형이랑 같이 살면 안돼요?<br>복수 (아프다.)...성호야.<br>성호 ...<br>복수 엄마한테, 형 본거 ...말하지마. <br>성호 (고개를 끄덕인다.)<br><br>예쁜 성호의 얼굴을 쓸어 내리는 복수의 손이 떨린다.<br><br><br># 까페안(밤)<br><br>경, 홀로 우울하게 앉아있다.<br><br>동진 (멀리서 경을 향해 와서 앉는다.) 한 시간만 나랑 놀자. 밴드애들 한 시 간은 걸린단다.<br>경 ...(고개 숙인채) 네.<br>동진 근데... 딱 정리하구 나온거야?<br>경 아니요.<br>동진 ...(경의 눈치를 읽는다.) 그냥, ...이 쪽팀 먼저 만나 볼라구?<br>경 ...네.<br>동진 그래. 뭐 그게 더 낫다. ...근데, 왜 화가 났냐?<br>경 ...<br>동진 팀에 불화났어?<br>경 ...자꾸... 복수씨 더러 도둑놈이래잖아요.<br>동진 (어이가 없다. 한동안 말문이 막힌다.) 그럼... 그거 땜에 나오겠단 거야? 팀에서?<br>경 네.<br>동진 ...(실소) 음악적 견해차두 아니구, 비젼 보구 나오는 것두 아니구, ...니 애인 흉봤다구 나온거야?<br>경 ...(멍하게) 음악적 견해차 없어요. ...그리구, ...내가 언제 비젼 따지나요? 음반 하나만 내면, ...지금은 별다른 욕심 없어요.<br>동진 ...(어이가 없어서 허공을 본다. 힘이 빠진다.) 니가 한심한 건지, 그런 널 띄워 보겠단, 내가 한심한 건지... (낄낄 웃는다.) 전 경. 난... 내가 세상을 참 잘 안다구 생각했거든?... 그리구 세상이 참 선명했거든, 난? ...근데, 너 땜에 다 배렸다. 세상이 점점 안 보여. 너 땜에 별꼴을 다 봐서... (키 득대며 웃는다.) 야, 전경. ...도루 들어가. 니네 밴드루... <br>경 ...(진지하게) 그게 낫겠죠?<br>동진 (낄낄 웃는다.) <br>경 (헤죽) ...사실 다른 밴드루 갈라 그래두, 들구 갈 키보드두 없어요.<br>동진 키보드까지 팔아 먹었어?<br>경 고장났어요. 맛이 갔나봐요.<br>동진 니 손 거쳐서 맛 안간게 있냐? 나 봐. ...너 땜에 완전 맛갔어. ...내가 얼 마나 잘 나갔는데... 인제 여자랑 잠두 안자, 귀찮아서...<br><br>경의 수줍은 미소.<br>동진의 핸드폰이 울린다.<br><br>동진 (핸드폰) 응. ...야, 오지마. ...키보디스트가 키보드가 없대.<br><br><br># 성호네 집(밤)<br><br>멀찍이서 성호집 대문을 바라보는 복수.<br>대문을 열고 나오는 유순의 모습이 보인다.<br>쓰레기를 대문 밖으로 가져나오는 유순을 보곤 한 발짝을 내딛는 복수.<br>그러나 대문 안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나오는 성호부. 조그만 비닐봉투를 들고 있다.<br><br>성호부 쓰레기 봉투두 돈이야. ...그걸 그렇게 헐렁하게 묶어서 버리면 쓰나? (비 닐 봉투를 내밀며) 이거 마저 쑤셔 넣어.<br>유순 (봉투를 다시 풀며) 꽉 찼구만...<br>성호부 조동이 놀리지 마. ...니 발루 기어 들어왔으면, 잔말말구 살어.<br><br>유순, 입을 다문채 쓰레기를 눌러 넣는다.<br>멀리서 유순을 지켜보는 복수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br>복수의 가슴이 너무나 아리다.<br>F.O.<br><br><br># 복수의 집-툇마루(아침)<br><br>아침상에 마주앉은 복수와 중섭.<br>복수는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한다.<br>복수는 퉁퉁 부었다.<br><br>중섭 왜 왼 손을 써?<br>복수 (부어서) 남이사...<br>중섭 복 달아 나.<br>복수 달아날 복이 어딨어?<br>중섭 ...(의아하게) 이녀석, 왜 화가 났어?<br>복수 ...(퉁명스레) 반찬이나 많이 먹어. ...유기농이래. ...농약 안친거...<br>중섭 니 애인이 해다 준거야?<br>복수 아니. 우리 누나가...<br>중섭 뭐?<br>복수 (짜증) 아우, 말 시키지 말구 밥이나 얼른 먹어. ...오늘따라 되게 귀찮게 구네. 밥 먹구 얼른 일이나 나가셔.<br>중섭 오늘 일요일라 일 없어. (이상한 듯) 아, 녀석... 왜 이러지? (복수의 눈치 를 살피다가) 아빠가... 재미난 거 보여 줄까?<br>복수 싫어. 안 봐.<br>중섭 재밌는 거 뵈주께. (방으로 쪼르르 달려간다.)<br>복수 (짜증) 아, 귀찮다니까...<br><br>중섭이 클라리넷을 가져 나와 툇마루 한 켠에 선다.<br><br>복수 으응? 밥 먹다 말구 뭐하는 짓이야?<br>중섭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넌, 밥 먹어. 난... 그 왜... 밥상 돌아다니면서 연주하는 사람들 있지? (꾸밈없는 미소) ...아빤 악사구, 넌 부잣집 아들 이야. 고급식당에서 밥 먹는, 재벌집 자식이야. <br>복수 (인상을 찡그린다.) 아우, 뭐야, 유치하게...<br><br>중섭, 잠시 삐삐 소리를 내더니, 라흐마니노프의 "Vocalise"를 연주한다.<br>눈을 똥그랗게 뜨고 중섭을 바라보는 복수.<br>훌륭한 연주는 아니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분명 열심히 연습한 연주다. <br>복수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입 벌리고 있다가 밥알을 흘린다. 재빨리 주어 먹으며 또 입이 벌어진다.<br>중섭, 몇 소절이 지나서 연주를 멈춘다.<br><br>복수 (어느새 기분이 풀렸다.) 다 해. 끝까지...<br>중섭 여기까지만 익혔어. (미소) 이제... 밥 맛 돌아왔어?<br>복수 ...천재다. 내가 사 온 책보구 배운거야? <br>중섭 응.<br>복수 ...천재다. ...내 애인하구 잘 어울린다, 아빠.<br>중섭 ...(미소) 그래?<br>복수 (개구진 미소) 인제 아빠가 밥 먹어. 내가 악사할게. ...아니야, 아니야. 밥 얹혀. ...한 번만 더 해봐. 팁으루 백원 줄께.<br>중섭 그래. <br>복수 (어항을 자신의 무릎에 얹는다.) 경아. 니 시아버님두 음악가야.<br><br>다시 한번 vocalise를 연주하는 중섭.<br>밥상 옆에 앉아 중섭을 바라보는 행복한 복수와 마루 위에 선 중섭의 모습이 F.S.로 보여진다.<br>마치 화목한 한 때를 액자에 담은 듯 부자의 모습이 그림처럼 행복하다.<br><br><br># 경의 집-거실(아침)<br><br>신문을 들고 식당으로 향하는 강.<br>경이 방에서 부리나케 달려 내려온다.<br>그리곤 몰래 선물상자를 강에게 내민다.<br><br>경 (속삭인다.) 언니꺼...<br>강 (선물을 받아 들며 미소) 수고했다.<br>경 (눈이 똥그래지며) 오, 웃었어.<br><br>다시, 인상을 굳히며 식당으로 향해 가는 강.<br><br>경 (졸쫄 쫓으며) 웃었어.<br><br>강, 인상을 쓰며 경을 쏘아본다.<br>찔끔 밀린다.<br><br><br># 경의 집-식탁(아침)<br><br>경과 강이 들어선 식탁에 인옥과 미선이 식탁을 마련하고 앉는다.<br>자리에 앉는 강과 경.<br>미선은 오늘 푼수가 아니다.<br><br>강 아버지는요?<br>미선 ...(인옥의 눈치를 보며) 외박하셨어요.<br>인옥 (별일 아닌 듯) 먹자, 얼른.<br>강 (인옥을 바라본다.) <br>인옥 (무표정하게 수저를 든다.)<br>강 (인옥을 보며) 한껀 잘 하셨네요. ...아부지 쫓아내구, 이 집 어머니가 갖 게요?<br>인옥 (눈을 내리깐 채 수저 든 손이 떨린다. 그러나 이내 평정을 찾는다.)<br>경 (강과 인옥의 눈치를 본다.)<br>미선 (넋이 빠진채 수저를 든다.)<br>경 ...언니.<br>미선 네?<br>경 기도.<br>미선 아. ...내 정신 좀 봐. (기도한다.)<br>강 (수저를 든다.) ...왜 미역국이 없냐?<br>미선 (고개를 든다.)<br>경 ...(이 분위기를 수습하고 싶다. 주머니에서 작은 선물을 내민다.) 언니. 생일 축하해요.<br>미선 (작은 감동) 아가씨.<br>인옥 ...(미선을 본다.) 너... 생일이니? ...깜빡했다, 얘. ...통 달력을 못봤네.<br>강 어머닌 이혼할 날만 보느라, 남의 생일 볼 새가 없죠.<br>인옥 ...<br>강 (미선에게 선물을 내민다.) 받아라.<br>미선 (강의 선물을 받는다. 그러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다.)<br>경 (웃으며 오버한다.) 오빠 철 들었다. 선물을 다하구...<br>미선 (우울하게) 안하던 걸 하니까, ...어색하네요, 난...<br>강/경 (미선을 본다.)<br>인옥 ...선물을 받았으면 좋아해야지, 뭐 그러니, 넌?<br>강 어머니두 아버지 선물 받으면 그러시잖아요. ...(국을 뜬다.) 우리집 전통 이니까 뭐라 마세요.<br>경 (눈치보느라 숨이 막힌다.)<br><br>이 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br>돌아보며 일어서는 셋.<br>인옥만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한다.<br><br><br># 경의 집-거실(아침)<br><br>현관을 들어서는 낙관.<br>경, 강, 미선이 현관 앞에 서서 낙관을 맞는다.<br><br>강 지금 들어오세요?<br>낙관 응.<br>미선 아침진지 드세요, 아버님.<br>낙관 먹었어. 옷 갈아 입구 바루 나가야 돼. (경에게 서류 봉투를 내민다.) 이 거... 니 어머니 줘. (방으로 들어간다.)<br><br>봉투를 들어보는 경.<br>슬그머니 서류를 본다.<br>이혼서류다.<br>입이 벌어지는 경.<br><br><br># 경의 집-식탁(아침)<br><br>인옥은 무표정하게 홀로 꾸준히 식사를 하고 있다.<br><br><br># 미래의 집-옥상(아침)<br><br>복수로 부터 반찬통을 받아 들고 선 미래.<br><br>미래 (복수에게 애원한다.) 복수야아. 아부지한테 얘기해.<br>복수 야. 우리 아빤, ...나, 죽을 병 걸린 거 알면, 그 자리에서 죽어.<br>미래 나, 요즘 잠을 못 자, 복수야. ...아무두 니가 위험한 거 모르는데, 나 없는 데서 뭔일 나면... 그럼 나, 어뜩하냐? 응? ...딴 사람은 몰라두, 아부지한 텐 말 하자. ...딴 쪽은 내가 다 뚫어놔서, 정보통이 있으니까 괜찮아. ...전 경, 꼬붕이... 니네 집만 해결하면 돼. ...나, 불면증 걸렸어, 복수야. ...아부 지 한테만 얘기하자.<br>복수 (미소) 미래야.<br>미래 응.<br>복수 알았어. ...얘기할게. 됐냐?<br>미래 진짜다?<br>복수 (미소) 응.<br>미래 (미소) 그래, 그렇게 말을 잘 들어야 이쁘지.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많 이 아프지, 머리.<br>복수 응.<br>미래 ...(아련히 복수를 본다. 한숨.)에유. 우리 복수... 자꾸 한숨이 난다, 너 보 니까... <br>복수 아, 또 이상하게 쳐다본다. ...갈게, 미래야. 반찬 잘 먹었다. 아부지가 좋 아하드라, 맛있다구...<br>미래 또 담아주께, 가져가라.<br>복수 (돌아선다.) 아, 지금 안돼. ...일하러 가야돼.<br>미래 (인상을 쓰며) 그 일두우...<br>복수 (획 돌아보며 활짝 웃는다.) 송미래.<br>미래 응.<br>복수 (웃으며) 진짜 간호사하면 완빵이겠다. ...진짜 잘하겠다. 잔소리두 잘하 구...<br>미래 (미소) 당근이지, 새꺄. 내가 뭐는 못하냐?<br>복수 기집애. ...고맙다, 미래야. ...오빠가 돈 벌면, 이쁜 간호사복 사주께.<br>미래 (미소) <br>복수 (현관으로 향하며) 잠 안온다구, 수면제 같은 거 먹구 그러지 마라. (내 려 간다.)<br>미래 (큰 소리로 복수 등 뒤에) 간호사 되면, 병원에서 옷 공짜루 나와, 바보 야. ...(물끄러미 서 있다. 표정이 아리다. 눈가가 젖는다.) ...어쩌다 병이 났냐. ...나 버려서, 니가 벌 받는 걸까봐... 마음이 시리다, 내가... <br><br><br># 밴드 연습실(낮)<br><br>연습실 안의 경이 자기의 물건을 챙긴다.<br>별리와 정국, 기홍이 경을 바라본다.<br><br>별리 진짜 접는거냐, 너?<br>경 ...응.<br>정국 (경에게 다가간다)경이야.<br>경 ...<br>정국 (경에게 손을 내민다.)<br>경 (정국을 본다.)<br>정국 (진지하게) 악수루 풀자.<br>경 (정국을 보며) 복수씨한테 도둑놈이라 그러지 마.<br>정국 (진지하게) 알았다.<br>경 복수씨, ...여기 자주 놀러 오라 그럴거야.<br>정국 (진지하게)... 그래라.<br>경 (정국의 손을 잡는다. 손을 흔든다. 힘차게... 그리곤) 키보드... 신경 잘 쓸게.<br>정국 (고개 끄덕.)<br>별리 ...(기홍에게) 이쁜이 독종이다. <br>기홍 막내라 고집이 세.<br><br>이 때 경의 핸드폰이 울린다.<br><br>경 네.<br><br># 액션스쿨 앞(낮)<br><br>복수가 핸드폰을 한다.<br><br>복수 경이씨. ...나, 주사 놔 줄래요?<br><br><br># 밴드 연습실(낮)<br><br>경 (핸드폰 폴더를 닫으며 퉁명스레) 그리구, 오늘은 연습 못해.<br>기홍 왜?<br>경 (여전히 퉁명, 당당) 오늘은 그 사람 만나러 가야돼.<br>정국 (인상을 긁는다.)<br>경 왜?<br>정국 아니, 가라구.<br>경 (씩 웃는다. 애교스레) 오빠, 오늘만 봐 줘. 응?<br><br><br># 액션스쿨-플로어(낮)<br><br>복수와 양찬석이 장비를 챙기고 있다.<br>우찬석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br><br>양찬석 (우찬석을 보며) 뭘 했길래 감기가 드냐? 한 여름에? 쟤 땜에 졸지에 내 가 노가다 하네.<br>복수 돈값을 해야죠, 감독님. 돈두 많이 버는데...<br>양찬석 너 왜 나 볼 때마다 자꾸 돈타령이냐?<br>복수 돈타령은 감독님이 시작했지.<br>양찬석 CF 촬영은 잡혔어?<br>복수 다음주.<br>양찬석 계약금 받았어?<br>복수 네. <br>양찬석 콘티짰어?<br>복수 네.<br>양찬석 어뜩케?<br>복수 안 가르쳐줘요. 이번 꺼에 배껴 쓸라 그러죠?<br>양찬석 행여 쓸만한게 있기나 하겠다?<br><br>이 때, 핸드폰.<br><br>복수 네. (놀란다.) 엄마.<br><br><br># 복수의 집-마당(낮)<br><br>이젤이 놓여진다.<br>이젤 위에 캔버스를 올리는 중섭.<br>수돗가에서 유화용 기름을 따른다.<br>이젤 앞에 자리잡고 앉는 중섭.<br>소묘연필을 들고 캔버스 앞에 펼쳐진 마을을 바라본다.<br><br><br># 다방(낮)<br><br>다급히 다방 안으로 들어오는 복수.<br>유순이 복수를 본다.<br>유순, 옅은 미소를 띠우며 한 손을 살짝 든다.<br>복수가 유순을 향해 뛰어와 앉는다.<br><br>복수 (애틋한 눈으로) 엄마.<br>유순 ...(미소) 잘 있었어?<br>복수 ...(애틋하게 바라보다가) 도망가서 사니까... 좋아?<br>유순 (미소) 응. 좋아.<br>복수 뭐해 먹구 사는데?<br>유순 잘 먹구, 잘 살어. <br>복수 근데, 난 뭐하러 만나재? 혼자 잘 먹구 잘 살지.<br>유순 (봉투를 내민다.) ...가게 정리한 돈이야.<br>복수 ...<br>유순 복수야.<br>복수 왜?<br>유순 너, 성호 만나거 알어.<br>복수 ...(유순의 손을 잡는다.) 엄마. ...안돼. 그 집에서 살지 마. ...세상이 좀 힘들어두, 그렇게 살면 안돼. ...눈 앞에 뻔한 불행찾아 들어가면 안돼. 응, 엄마? 이 돈 갖구... 딴 거 하자. ...그래, 엄마.<br>유순 복수야.<br>복수 응?<br>유순 (단호하다.) 인제, ...난 니 엄마 아니야.<br>복수 ...<br>유순 아니, 원래 아니였는데... 니가 억지루 엄마 만들었어. ...넌, 옛날 고리짝 에... ...내가 버렸어. ...아들 아닌걸루, 이미 결판 난 거였어. ...넌 엄마 없 는 자식이야. ...그거 받아들여. 그래야, 니 인생이 편해. <br>복수 (눈자위가 빨개진다.) 안 편해. 엄마 없으면 안 편해.<br>유순 (눈가가 젖는다.) 그리구... 나두 편해. ...왜냐하면... 난 내 나쁜 과거 중 에, 하나라두 버려야겠다. ...그래야, 나빴던 세월이 줄지. ...그 세월 중에 하나가 너하구, 니 아빠야. ...그거라두 버리자. (눈물젖은 눈으로 복수를 바라본다.) 난, 그럴래, 복수야. (그리곤 애절한 눈으로 복수의 얼굴을 어 루 만진다.) <br><br>유순의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짓는 복수.<br><br><br># 미래의 집-거실(낮)<br><br>큰 양푼에 배추 겉절이를 버무리는 미래.<br><br>미래 현지야.<br>현지 응.<br>미래 간 좀 봐. (여름배춧잎 한올을 현지의 입에 넣는다.)<br>현지 응. 됐네. ...근데, 요즘 이런 거 만들어서 엊다 갔다 나르냐?<br>미래 (반찬통에 담는다.) 남이사, 기집애야.<br>현지 ...너, 요즘 복수 만나냐?<br>미래 요게 뜸하다 했어. 언니, 언니하드니... 또 너, 너 하네? ...내가 울상을 짓 구 있어야 싸가지가 생기냐, 넌?<br>현지 너, 복수 만나지?<br>미래 만난다, 어쩔래?<br>현지 니가 그래서 안되는거야. 한 번 쫑난 걸, 다시 주워담냐? ...그래. 그래두, 차라리 복수를 잡아라. 유부남한테 빌붙지 말구...<br>미래 아, 증말 싸가지없어, 기집애. <br>현지 인제 안 껄떡대, 그 유부남?<br>미래 ...(문득) 그러게... 완전 개무시한다, 야. ...전화 한 통 없다? ...터프한 척 은 줄창하드니, 지 와이픈 무서운가부다, 야.<br>현지 (비아냥)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br>미래 너, 배추 겉절이에 얼굴 박구 싶냐? <br>현지 아으. 동생한테 한단 소리가...<br>미래 니 싸가지나, 내 싸가지나...<br><br><br># 영화 촬영장 일각(낮)<br><br>복수의 팔에 주사를 놓는 경.<br>복수는 검은 무명옷과 이마를 가르는 검은 두건을 맸다. <br><br>경 어머닌... 그렇게 사신대요?<br>복수 그런대요.<br>경 ...<br>복수 난 인제 몰라요. 알아서들 살아야지, 뭐.<br>경 ...(솜으로 복수의 팔을 문지른다.) 복수씨가 모르면 안되는데...<br>복수 (경을 본다.)<br>경 복수씨가 하는 거, ...배우구 있는데... 난...<br>복수 (물끄러미 경을 바라본다. 그리곤 고개를 돌린다.) ...모르겠어요.<br>경 ...그럼... 나두 모르겠다. (미소)<br>복수 (미소) 같이 모르죠, 뭐.<br>경 그러죠, 뭐.<br>복수 녹음기사 꼬셔 놓을 테니까요, 녹음실 얘기 잘 해 봐요. 그래서 불렀어요. <br>경 네.<br><br><br># 복수의 집-마당(낮)<br><br>중섭의 유화가 얼추 윤곽을 드러낸다.<br>중섭시점의 집 앞 풍경이다.<br>그리고 그 골목길에 양복을 입은 복수가 서 있다.<br>고개를 갸웃하고 유화를 본다.<br><br>중섭 괜히 양복을 입혔나? ...그래두, 양복이 어울리는데, 녀석. (툇마루의 경 이 물고기에게) 그지? 오빤, 양복이 어울리지?<br><br>집앞 풍경을 바라보던 중섭이 문밖에 언뜻 언뜻 비추는 미래의 머리를 본다.<br><br><br># 복수의 집 앞(낮)<br><br>미래가 대문을 서성이다가 옆쪽 화단에 쭈그려 앉는다.<br><br>미래 복수새끼, 전화두 안되구... 음식 다 쉬겠다. 어쩌냐?<br><br>이 때, 문을 열고 나오는 중섭.<br>놀래서 벌떡 일어난다.<br><br>중섭 ... 누구신가?<br>미래 ...(당황한다.) 네. 복수친군데요. ...이거 전해 주려구...(반찬 담긴 쇼핑백 을 내민다.)<br>중섭 (호기심 어린 눈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그리곤 미소) 그럼... 그 음악한다 는 아가씬가?<br>미래 네? <br>중섭 (미소) 아가씨가 경이양인가? <br>미래 네? ...(우울한 눈빛으로) 네.<br>중섭 복수, 아직 올 때 안됐는데?<br>미래 네에. 전 그만 갈께요, 아버님.<br>중섭 커피 한 잔 줄테니, 들어와요, 경이 양.<br><br>쓸쓸한 표정으로 미소짓는 미래.<br><br><br># 영화 촬영장-기와 지붕 위(밤)<br><br>영화 비천무의 지붕 장면이 연출된다.<br>앞선 서사활극의 연습씬의 실사 장면.<br>박쥐처럼 지붕을 날아, 바퀴벌레처럼 지붕을 걸어 다니는 검은 무사들의 모습.<br>비등한 숫자로 적이 나뉘어져 지붕에서 활극을 벌인다.<br>복수와 양찬석의 활극이 클로즈업 된다.<br>양찬석의 역할은 연습때, 우찬석이 하던 액션이다.<br>복수와 양찬석의 칼이 맞부딪친다.<br>복수의 오른 편 다리가 떨린다.<br>떨리는 오른 손을 제지하느라 두 손으로 칼을 쥐는 복수.<br><br><br># 촬영장 모니터 앞(밤)<br><br>모니터를 보고 있는 경.<br>그 옆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우찬석.<br><br>감독 컷.<br>우찬석 (마스크를 벗으며 복수를 향해 ) 고 복수, 발 끝에 힘을 줘.<br>경 (물끄러미 마스크 벗은 우찬석을 본다.)<br>우찬석 (문득 경을 본다.)<br>경 ...<br>우찬석 ... (그리곤 놀란다. 얼른 마스크를 쓴다.)<br>경 ...저 아시죠?<br>우찬석 (고개를 가로젓는다.)<br>경 ...의사잖아요.<br>우찬석 아닌데요.<br>경 빈혈이라구 우기던 의사.<br>우찬석 (푹 고개를 숙인다.)<br>경 근데, 선생님.<br>우찬석 네?<br>경 복수씨 빈혈 아니래요. <br>우찬석 ...네?<br>경 오진하셨어요, 선생님이...<br>우찬석 ...<br><br><br># 영화촬영장-지붕위(밤)<br><br>양찬석이 복수에게 다가온다.<br><br>양찬석 (진지하게) 야, 고복수 너 발 괜찮은거냐?<br>복수 네.<br>양찬석 진짜지?<br>복수 네.<br><br>의혹의 눈초리로 복수를 바라본다.<br><br><br># 중섭의 집-마당(밤)<br><br>툇마루에 걸터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는 중섭.<br>계속 어깨가 흔들린다.<br>몸을 일으켜 끝내 소리도 내지 못한채 눈물만 흘린다.<br>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쿵쾅쿵쾅 쳐대는 중섭. 아주 세게, 주먹으로 자신을 꾸짖듯... 쿵쿵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br>소리를 내려하나 소리가 안난다.<br><br>중섭 (이내 외마디 억지로 목에서 터지는 소리) 복수야.<br><br>드디어 울음이 터졌다.<br>소리소리 질러대며 엉엉 울어대는 중섭. <br><br>중섭 우리 복수야. ...죽지마. 죽지마. ...복수야, 죽지마. <br><br>엉엉 울어댄다.<br><br><br># 영화촬영장(밤)<br><br>호숫가 가파른 언덕.<br>양찬석과 복수의 홍콩액션이 극을 치닫고 양찬석이 복수를 피해 언덕 끝으로 가 선다.<br>양찬석과 복수의 칼싸움이 화려하게 진행되고 복수는 양찬석의 손에 든 검을 3회전 돌려차기로 날려버리려는데, 순간 칼을 놓으며 물로 빠져 들려던 양찬석.<br>그러나 양찬석에 앞서, 복수가 오른 손에 쥔 칼을 놓치곤 다리가 휘청 꺽여서 벼랑 아래 물 속으로 빠져든다.<br><br>양찬석 (놀라서) 고 복수. <br><br><br># 영화촬영장 모니터 앞(밤)<br><br>감독 컷. ...뭐야? 사고야?<br><br>모니터를 보던 경과 우찬석이 달려 나간다.<br><br><br># 수중(밤)<br><br>수중으로 빨려드는 복수.<br><br><br># 촬영장 언덕위(밤)<br><br>물 속으로 뛰어드는 양찬석.<br><br><br># 촬영장 일각(밤)<br><br>놀란 눈으로 호숫가를 바라보는 경.<br><br><br># 수중(밤)<br><br>복수가 수중 밖의 조명을 보며 허우적대지만, 오른 손과 오른 발이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br>겁에 질린 복수의 두 눈.<br>조명을 받으며 복수를 향해 다가오는 양찬석의 모습이 하늘을 나는 천사같다.<br>지그시 눈을 감는 복수.<br><br><br># 복수의 집-마당(밤)<br><br>이제 중섭은 없고, 마당 한 가운데 놓여진 캔버스 안의 양복입은 복수와 그런 복수를 지켜보는 어항속의 경만 남았다.<br><br><br># 영화 촬영장 한켠(밤)<br><br>누워있던 복수가 어스름하게 눈을 뜬다.<br>복수의 눈에 제일 먼저 경이 있다.<br>그리고 우찬석, 그리고 물에 젖은 양찬석.<br>복수, 정신이 들었는지 몸을 일으킨다.<br><br>복수 아우. 깜빡 졸았네. ...엔지지?<br>양찬석 됐다. 인제, 스턴트 할 만큼 했다, 너. ...이제부턴... 스턴트 할 때 처럼, 기 를 쓰구 살면 된다. (돌아서 걸어간다.)<br>복수 (일어서서 양찬석에게 간다.) 감독님. ...엔지 났잖아요. ...이거 할래요.<br>양찬석 (돌아서서 복수의 뺨을 거칠게 때린다.) <br>복수 (놀라서 양찬석을 본다.)<br>양찬석 (소리친다.) 촬영하다 죽겠다구? ...웃기지마, 임마. ...꼭 빙신같은 것들이, 영화처럼 살라 그래. ...(숨을 죽인다. ...나직이) 여기서 목숨 걸지마. ...여 기서 배운걸루, ...니 목숨에 목숨걸어. (돌아서 간다.)<br><br>어금니를 물고 걸어가는 양찬석의 눈가가 붉어온다.<br>힘없이 손을 늘어뜨린 복수의 모습.<br>경, 말없이 복수를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br>그렇게 모여 선 복수와 경과 우찬석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br><br><br># 복수의 집앞(밤)<br><br>경과 복수가 마주섰다.<br><br>복수 아프니까, 호강하네. ...경이씨가 집까지 바래다 주구...<br>경 (차분히) 아파서, 좋겠다, 복수씬.<br><br>미소짓는 경이 복수의 두 손을 소중하게 잡는다.<br><br>경 (나직하게) 내일부턴, 나랑 운동해요. ...힘없는 곳에, ...힘 키워요. ...우리.<br><br>마주보는 둘의 눈빛이 슬프다.<br><br><br># 복수의 집-마당(밤)<br><br>툇마루에 걸터앉는 복수.<br>문득 마당 위 이젤을 본다.<br>복수가 그려진 마을 골목길.<br>미소짓는 복수.<br><br>복수 (어항을 본다.) 경아. ...아빠 그림 시작했네?<br><br><br># 중섭의 방(밤)<br><br>문을 열고 들어가는 복수.<br>이부자리에 얌전히 누워 눈을 감은 중섭.<br><br>복수 (중섭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장난스레) ...내가 그렇게 못생겼 어, 아빠?<br>중섭 ...<br>복수 (중섭 옆에 앉으며) 되게 못생기게 그렸드라. 눈이 점이야, 그냥.<br>중섭 ...<br>복수 (중섭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아빠가 그림 그려서... 기분 째져. ...집이 따뜻해. (미소띤 복수의 표정이 점차 변한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아빠?(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눈동자가 방황한다.)<br><br>절반이 남은 소주병이 중섭의 머리맡에 놓여있고, 그 위엔 흩어진 수면제 껍질들...<br><br>복수 아빠. (중섭의 얼굴이며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아빠. <br><br>상체를 일으켜 흔들어 보고, 얼굴을 두드려 보지만 반응이 없다.<br><br>복수 아빠. <br><br>중섭을 안고있는 복수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중섭의 품에 얼굴을 묻는 복수.<br>목이 막힌다. 가슴이 파래진다.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떠는 복수.<br><br>복수 (흐르는 눈물. 자신의 얼굴을 중섭의 얼굴에 부빈다. 목이 튼다.) 왜 이렇 게 차가워, 아빠?<br><br>이제서야 목을 놓아 울어대는 복수의 통곡<br><br>복수 아빠아....<br><br><br># 복수집-마당(밤)<br><br>마당까지 퍼지는 복수의 눈물과 울음소리는, 이제 바람이 되어, 이젤위 캔버스를 바닥으로 밀어 떨어 뜨린다.<br>포즈.<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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