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혼인신고서를 일본인 파트너에게 통역하다 말문이 막혔다.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할 것인지 묻는 항목이었다. 파트너는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닌데 왜 지금 정해야 하는지 물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경이 닫혀 장기간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배우자에 한해 신규 입국 비자를 발급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결혼밖에 없어 그러기로 했다. 문제는 혼인신고가 아니라 자녀의 성이었다. 평소에는 어느 성이든 상관없다고, 아이만 잘 자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던 파트너가 모계 성을 물려주자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이 이름에 내 성씨는 없는 거잖아. 아쉬운데.” 평소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아이를 낳을 계획도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던 파트너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
파트너는 가족 모임에서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일본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호적제도를 만들어 가족이 하나의 성씨를 정해 부부와 자녀가 같은 성씨를 쓴다. 그러나 96% 이상의 부부가 남편의 성씨를 따르는 성차별적인 부계사회다. 외국인의 경우 가족의 성을 따르지 않고 개별 성을 쓰는 것이 허용된다. 예상과는 달리 파트너의 아버지는 어떤 성을 쓰든 상관없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결혼 뒤 남편의 성씨로 살아온 어머니는 돌아가신 시부모님이 가문의 대가 끊겨 속상해할지도 모른다며 말을 줄였다. 파트너는 장남이다. 우여곡절 끝에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갔다. 담당자가 잘못 기입했다며 서류를 돌려줬다. 실수가 아니라고 엄마 성을 물려줄 것이라 하니 아래를 가리켰다. 동의자 항목이었다. 모계 성을 따르겠다고 하면 남편과 아내를 비롯해 양쪽 부모 모두가 이름을 적고 서명해야 했다. 부계 성을 따르면 추가 절차 없이 접수가 가능했다. 성차별적이었다.
첫댓글출생신고 때 정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할 때 정하는 것 자체가 일단 이상하고, 왜 엄마 성을 따를 때는 필요한 서류가 많아야 하는지(진상 민원인이 있어서 그런가...?) 이해가 안됨 출생신고 할 때 엄마성 아빠 성 체크하면 안되나?? 아니면 차라리 성을 하고싶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해주던지
첫댓글 출생신고 때 정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할 때 정하는 것 자체가 일단 이상하고, 왜 엄마 성을 따를 때는 필요한 서류가 많아야 하는지(진상 민원인이 있어서 그런가...?) 이해가 안됨
출생신고 할 때 엄마성 아빠 성 체크하면 안되나?? 아니면 차라리 성을 하고싶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해주던지
개짜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