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광렬 형 영전에
어허 달구 어허 달구
해는 노랗게 기울고
낙엽만이 딩구는 이 가을에
너는 서른 세 살의 나이로 떠났구나.
눈을 감으면
언제나 웃고 있는 네 얼굴이 떠오르고
눈썹 옆에 검은 점
소년 같은 순수한 표정이
지금이라도 내 이름을 부를 것 같구나.
시(詩)를 쓰고
시(詩)를 좋아하고
양귀비꽃에 취한 듯
시(詩)를 얘기하던 너
시(詩)에 열병 앓던 너의 모습은
청량대(淸凉臺)에 남아 있구나.
덕수궁 벤치에 남아 있구나.
어느 해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 날
군대에서 휴가 나온 자네와
함께 기울이던 막걸리 잔의 의미를 아직 기억하는가.
우리 함께
한국 시단(詩壇)의 기수가 되자고
다짐하던 그 날을 기억하는가.
텅빈 빈 산
아무도 살지 않는 산
낡은 햇빛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바람만이 조용히 소곤대는 산.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어느 황천길 마지막 주막에서
우리 다시 따스한 시(詩)를 얘길하길 바라며
터벅터벅 먼 길을 가는
자네를 전송(餞送)하네
쓸쓸히 걸어가는 자네 뒷모습을 바라보네.
* 청량대: 서울대 사대 옛 자리에 있던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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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전송(餞送) (김원호)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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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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