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에터가 고장나면-대장이야기 종결편
1980년대 후반, 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가용 차를 샀다. 그것은 꿈으로만 생각했던 오토메틱 자동차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즉 운전을 하려고 기어를 변속하려면 오른발로 클러치를 밟고 손으로 기어를 변속한 후, 왼발로 엑셀레이터를 밟아야 하는데, 한 발을 쓰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자동 변속기 차가 나오니 운전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웠다. 차를 산 후 그 차를 몰고 가서 그 차로 면허를 땄으니, 따지고 보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면허도 없는 넘이 차를 사고, 그 차로 면허시험을 치뤘기 때문이다. 당시에 면허시험장에 오토메틱 차가 없었기에 묵인되었던 사건이었다.
최초의 오토메틱 승용차량 운전자가 된 셈이다.
시험 당일에 필기와 실기를 모두 통과하여 당장 그날부터 차를 몰고 다녔다,
당시에는 ‘음주운전’이라는 말조차 없어서, 사람이 술 마시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되듯이, 술 마시고 운전하는 것 또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임원에서 낚시를 끝내고 낚시한 고기가 많든 적든 ‘철암집’이라는 횟집에다가 낚은 고기를 다 쏟아 붓고 회를 썰고 그 위에 채소를 썰어넣고 참기름과 초장을 부어 비빕회를 만든 후, 그것으로 술안주도 하고 약간의 밥을 비벼 횟밥을 먹고 나서 운전을 하고 호산 쯤 가면, 취기가 올랐다. 차에는 매번 4~5명이 탔다.
그런 상태로 가곡, 기곡, 탕곡, 풍곡을 거쳐서 통리재까지 수많은 꼬부랑길을 지나면, 어김없이 짙은 안개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겨울철에 특히 심했다. 그 통리 삼거리에 의경들이 경광등을 비춰가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어이, 앞이 안보인다. 취해서 길을 못찾겠다,’ 하면, 의경은, ‘에이, 아저씨는 매번 술 먹고 운전을 하네여.’ 했다. 음주운전이다.
한번은 도계에서 통리재를 올라가는데, 그 재는 가파롭기가 동해안에서 알아주는 길이었다.
오죽하면 기찻길도 지그 제그로 놓여있어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올라갔을까?
도계에서 통리까지.
한참 오르막길을 용을 쓰며 올라가는데 갑자기 차의 속력이 뚝 떨어지더니 이윽고는 그냥 서버리고 말았다. 난감하여 망연히 있다가 시동을 켜고 갈라치면, 느리게 몇 미터를 가다가 서고, 그렇게 만난(萬難) 끝에 태백에 이르렀다.
원인은 급한 가속으로 팬벨트가 끊어지는 바람에 라디에이터(radiator ;편히 라지에타라 부르겠다. 차의 수냉식 냉각장치다)가 가동되지 않아서 생긴 사고였다.
자동차의 라지에타가 고장이 나면, 엔진이 냉각되지 않고 과열되어서 급격히 기능저하가 일어나고 자칫하면 차에 불이 나게 된다.
사람의 몸에도 수많은 라지에타가 있어서 과열을 방지하고 기능저하를 막아주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36.5도 라는 온도에서 +,- 1도만 오르내려도 불편을 느끼는 아주 정밀한 기계(?)가 인체라는 사실을 아는가?
2도 차이가 나면, 몸은 아프고(고열) 뇌의 기능저하되어 환각상태가 되는 걸(저체온)을 아는가?
저체온증은 한기(寒氣)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차가운 물에 빠져서 생기는 것이니 질병으로 다루기는 어려운 일이고, 고열에 대해서만 논하고자 한다.
라지에타는 공냉식과 수냉식이 있는데, 공냉장치는 폐이다, 페(허파)는 공기호흡을 함으로써 내부에서 생긴 열을 밖으로 배출한다. 그러므로 고열이 날수록 호흡이 가빠진다. 개가 혀를 내밀고 헐떡거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요는 수냉식이 중요하다. 즉 물로 열을 식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초딩 문제를 내어본다.
물질의 3체(고체, 액체, 기체)중에서 열전도율이 가장 좋은(높은)것은?
기체? 액체?
고체가 정답이다.
그럼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고체는?
답은 뼈다.
그래서 뼈가 많은 부위에 ‘뼈를 식혀주는 물’이 많다.
우리 몸에서 뼈가 제일 많은 곳은?
머리다. 머리는 중요한 기관. 즉 뇌와 이목구비가 모여있는 곳이다. 그래서 물이 많다.
뇌는 뇌실질 이외에는 맑은 물로 채워져있고, 이목구비 모든 곳에 물이 있다. 눈에 눈물이 없으면 안구를 움직일 수도 없고 앞을 볼 수가 없다. 귀에 물이 없으면 몸의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입에 물이 없으면 말을 할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그래서 턱뼈를 중심으로 양쪽 귀밑에서도 물(침)이 나오고 특히 혀밑에서는 많은 물(침)이 나온다. 많은 수냉 냉각기(라지에타)가 달려있는 것이다.
다리뼈나 팔뼈 같은 굵은 뼈의 연결부위(관절)에는 활액이라는 물이 상시 고여 있어서 발열을 막아주고 관절을 부드럽게 해준다.
다시 반복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우리 몸에는 많은 수냉식 라지에타가 달려있어서 과열을 방지해주고 정상적 작동을 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라지에타에 ‘물’을 공급해주는 곳이 ‘대장(大腸 Gut, Colons)이다.
이제 확실히 대장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글을 마친다.
이제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은 반 의사가 되었다.
글이 재미없는가요?
유익할 겁니다.
모처럼 겨울 날씨!
신이 납니다.
건곤이 폐색하야 백설이 한비친 제, 사람은 카니와 낼새도 그쳐 잇다. - 사미인곡
癸卯 小寒前 朔風이 불뎐 날
豐 江
첫댓글 뇌의 물이 줄면 열이나고 두통이 생기고, 관절액이 줄어들면 몸에 열이나고 뼈마디가 쑤시는거지요.
아주 간단한 이론입니다.
대장에서 전신의 물을 공급한다?
대장에서 소화된 음식물의 마지막 한방울의 수분까지 흡수하여 전신으로 공급한다는 말씀이구나!
대장에서 수분을 어떻게 흡수하여 배급하는지도 설명해 주시게~~ 풍강 박사님!!!
당일 필기와 실기를 합격했다니 이해 불가!
젊었을 적에는 목숨 걸고 음주 운전하는 남편 차에 타고다녀서
수명이 몇 년은 단축된 것 같은데 늙어도 아줌마같이 잘 살고 있네요
우리 신체 기능에 대한 것은 아무리 많이 올려도 좋습니다.
유익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