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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mbn tv
일본 출국
2014년 4월 4일 금요일 날씨가 맑다.
나는 왜 오토바이를 타고 일본에 가는가?
내가 일본어를 모르는 미지의 땅,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그러진 원수의 나라, 독도를 일본 땅이라 우기고 동해를 일본해라고 우기는 일본 정치인들의 행태, 그런데도 선진국인 일본.
나는 이 나라를 보지 않고 다른 나라를 오토바이로 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 그들이 선진국 이어야 했으며 왜 그들이 그들의 나라를 놓아두고 남의 나라를 괴롭혔는가를 따져야했다. 내가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피가 끓어서 싸우자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들 나라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그들의 거리를 보고 싶었고 그들의 자연을 보고 싶었다. 어쩌면 같은 동양이다 보니 덜 어색할 테고 일본에서 적응을 하면 어딘들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지배했다.
해운대는 쓸쓸하다.
추억도 많고 그리움도 많은 해운대인데 이제는 먼 추억 속에 묻어야겠다. 도심빌딩숲으로 둘러싸인 해운대는 나조차 외국인처럼 낯설다.
중학교 2학년 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젊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카세트를 가운데 두고 노래 해피송에 맞춰 디스코를 추었다. 춤추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서 나는 고향에 돌아가자마자 디스코를 혼자 배웠다. ‘바하마마마, 잇소이지, 펑키타운, 섹시뮤직, 쉬밥, 등 팝송은 우리들의 응어리진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준 청량음료 같았다. 나는 그 아련한 추억이 그리운데, 지금 해운대는 참 가냘프다. 파도는 똑같은데, 바람은 똑같은데, 도심의 빌딩숲이 변했고 부쩍 커버린 내 마음이 변했다. 이따금 금속 탐지기로 모래사장을 휘저으며 목걸이나 팔지를 찾는 낯선 사람만 해운대를 누빈다.
달맞이 고개를 지나 기장 해동 용궁사에 은실 이를 세우고 나는 호떡을 사먹는다.
씨앗호떡이다. 유명한 호떡인 줄 모를 땐 먹지 않았는데 이승기가 먹었다고 해서 먹어보니 맛있어서 또, 먹는다.
해동 용궁사는 바닷가를 사이에 두고 세운 절인데 주문진에 있던 휴휴암과 흡사하다.
풍경도 좋고 볼거리도 있어 바람 쐬러 오긴 좋은 곳 같다.
시간이 너무 늦어 빨리 자리를 떠서 항구로 출발한다. 그런데 차가 밀려도 너무 밀린다.
이렇게 교통이 복잡한 부산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나는 두 번이나 앞차와 부딪힐 뻔 했다.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을 본다고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그랬다. 오토바이는 순간의 방심이 사고로 이어진다. 은실 이에게 많이 미안하다.
부산 여객 터미널에서 표를 받고 접수를 한 다음 시간이 좀 남아서 환전도 하고 폰 요금도 월 11,000원짜리로 바꾼다. 하루 데이터 무한 요금 1만 원짜리를 신청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수없이 했는데, 35일이나 일본에 있어야 하는데, 그 요금도 만만치 않아서 나는 포기한다. 나의 여행은 처절하게 야생에 적응하는 일본체험기로 갈 것 같다.
폰이 없으니 호텔 예약도 못할 것이고 길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바람 불면 바람 아래에서 자고 해지면 해 밖에서 자야한다.
횟집에서 용철 이와 정란이 친구랑 오붓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는데 용철 이가 한사코 자신이 내겠다고 나선다.
정란 이는 육포를 한 아름 사주고 떡도 푸짐하게 챙겨 준다. 외로울 때 먹으라고, 심심할 때 먹으라고, 객지에 나가서 배고픈 것 만큼 서러운 것은 없을 거라고…….
나의 눈시울이 뜨겁다.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려고 줄을 선다. 정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다. 나는 왜 그렇게 가슴이 미어지는 것일까?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하는 나라, 언어도 통하지 않고 풍습마저 다른 낯선 나라, 과연 내가 저 거친 나라에 가서 잘 견뎌 나갈지, 말도 통하지 않고 교통조차 우리랑 반대라는데, 한국 사람이라고 무시하거나 시비를 걸지는 않을지…….
가슴이 콩닥거리고 떨린다. 두려운 반, 설렘반, 다행이다. 그래도 내 좋은 친구들 때문에 조금은 덜 두렵고 조금은 덜 긴장된다.
“용철아! 걱정마라! 나 잘 다녀올게.”
“이제 어쩌겠냐? 주사위는 던져진 것을…….”
용철 이가 참 듬직하다. 내가 딱 듣고 싶은 말이다.
“잘 먹고 잘 견디고 몸조심 하래이. 다녀오면 내가 한 턱 쏠 구마. 호호.”
사돈친구인 정란이의 구수한 말도 좋지만, 일부러 스쿠터를 타고 배웅을 나온 그 천연덕스러움이 더 정겹다.
배를 탔는데 한 칸에 8명 정도 타나보다.
안내원이 설명을 잘 해줘서 오토바이 은실이도 배에 일등으로 잘 싣는다. 선상 샤워도 했다. 배에 오토바이의 물건을 모두 가지고 타라고 해서 물건을 나른다고 땀범벅이 되었는데 씻었더니 개운하다. 11시인가에 배는 소등을 했고 나는 꿈나라로 갔다. 한 번도 깨지 않고 날이 샜으니 잘 잔 것이다.
이제부터 정말 시작이다.
“은실아! 너는 걱정이 되지 않니? 나는 솔직히 걱정이 많단다. 나 잘 할 수 있겠니?”
“오빠! 걱정하지 마! 힘차게 어서 달려!”
“야야야! 배에서 내려야 달리지 얘는 참…….”
첫댓글 이 정도면 수준급의 훌륭한 글입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글은 그 자체로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소우주라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의 여정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항상 몸 조심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