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예약 네번째 먹통… 8월말 서버증설 전까진 접속 장애 불가피
어제 50~52세 예약도 지연 반복
당국 “19일 1000만건 접속돼 오류”
전문가 “50대 예약전에 완료했어야”
20일 오후 8시 4분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사이트에 접속 대기 중인 모습.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 4분 만에 5만 명 넘는 접속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안내문이 떠 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 50∼52세 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전 예약도 또다시 초기에 접속 지연과 오류 등이 반복됐다. 대상자들은 한동안 ‘먹통’이 된 시스템 앞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특히 이날은 시스템 접속은 가능했으나 대기 화면에서 예약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 오류도 나타났다. 동생과 함께 부모님의 대리 예약에 나섰던 곽모 씨(25)는 “오류가 나서 재접속했더니 순위가 맨 뒤로 밀렸다”며 “1시간을 기다렸는데 또다시 24만 명이 앞에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9일 예약이 2시간 중단됐던 53, 54세의 경우 20일 낮 12시까지 81만 명(53.9%)이 예약을 완료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53, 54세 대상자가 154만 명인데 이날 예약 시작 때 1000만 건의 접속 요청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서버 증설에 나설 계획이지만 8월 말에나 완료될 예정이다. 당분간 사전예약 때마다 시스템 오류나 접속 지연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접속 폭주’ 대비했지만 ‘백약이 무효’
정부는 50대 후반의 백신 접종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반복되자 예약 일정을 연령별로 세분화했다. 19일에는 53, 54세 대상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시간 동안 사이트를 차단한 채 사전 점검까지 벌였다. 또 동시 접속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 4대를 활용했다.
그러나 접속 차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우진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동시 접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양은 30만 건 정도인데 19일 약 600만 명의 예약 대기자가 발생했다”며 “접속 대기자 수와 대기 시간이 비현실적으로 많이 표출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3∼9시에는 접종 예약 대상자인 53, 54세가 시스템에서 예약을 하려 해도 코딩 오류로 예약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19일 스마트폰의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는 ‘비행기 모드’를 활용하거나 특정 명령어를 입력해 예약에 성공했다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어졌다. 추진단은 “우회 유형을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조치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접속 지연이 계속되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백신 예약 우회 명령어’ ‘백신 예약 우회 접속 링크’ 등을 묻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 당분간 불편 계속…“서버 미리 준비했어야”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스템 서버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업과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기간이 겹치는 9월 이전에 작업한다는 계획이라 당분간은 접속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받는 방안에 대해 추진단은 “접속 부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고 개인정보 관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3분기 2100만 명 접종을 앞두고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연령별 대상자를 추가로 세분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최준균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용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버를 적극 활용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준비가 보통 2주 걸리는데 50대 예약 전에 완료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