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팩 지난늬우스에서 퍼왔습니다.
잘 못가보거나, 저처럼 가도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전 이 기사 처음 봤어요. 보그도 인터뷰
를 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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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성장 : Vogue 97년
쓰레기 같은 호텔방과 A급 약물 같은 게 음악가의 전위성을 말하기도 할테지만,에로틱한 광채도 낚아챌 듯한 눈빛도 없이 우편 엽서처럼 청결한 기질의 뮤지션도 있다. 이승환 말이다. 그러니 누굴 더 있는 마음을 다해 존중하고 싶은가. 그렇게, 그는 지금, 그의 성래동 스튜디오에서 지난 발라드곡과 신곡 3곡을 덧붙여 새 앨범 작업 중이었다.
"앨범을 통해 음악적 시도도 많이 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발라드더라구요. 음악을 잘하는 건 우리나라에선 대중적 성공을 보장하지 못해요. 첨엔 음악만 좋으면 팔린다고 생각했지만, 이 앨범은 대중성에 초점을 뒀어요. 팔겠단 생각이 많았어요. 갚아야 할 돈이 많기 때문에."
편집증을 안겨 줬던 지난 앨범들 대신 새 앨범은 지나친 표현을 삼간 실용적 유니폼같다.어쨌든 조금 이완돼 보이는 그는 최근 한 레코드 회사와 앨범 다섯 개 제작 조건으로 30억원 합의도 거쳤다. 공룡도 기절할 돈. 하지만 거기엔 자신의 가치에 관한 확신도 포함돼있다.
"그래, 그만한 가수야, 그런 의미로 받아 줬음 좋겠어요.방송사의 순위에 못 끼는 건 상관 없었는데. 가끔 너무 평가절하돼 있는 게 아니냐, 모든 가요계 흐름을 이야기할 때 제 이름이 빠져 있단 말을 많이 하시드라구요. 그런 팬들의 믿음에 대한 확신 같은 걸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쇼 비즈니스의 룰로 본대도 '이승환적' 약전(藥典)은 강한 약효를 발산한다. 그에겐 자신이 전설적인 환호로 마감되리라는 기대가 없다지만.
"굉장히 복합적인 일을 겪었거든요. 너무 많이 당해서. '가족' 표절 사건이나 '애원' 비디오에 귀신 찍혀나온 거, 그때 너무 복받쳐서 은퇴하면서 진실을 다 까발린다.... 그런 일들은 다 무지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비난을 위한 비난, 은퇴도 생각했었어요. 제가 미국에서 녹음하는 것도, 돈 그만큼 들이면 못하는 사람 어딨어? 무슨 발전 가져왔어? 그런 것 때문에 굉장히 시니컬해지기도 했고. 난 음악은 하겠지만 가수는 계속할 생각이 없어요. 나중에 그냥 후배들이 저한테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만 얘기해 준다면, 아니면 사람들이 그때 그 좋은 가수 기억나지 않냐, 그 정도로만...전 단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뉴스 왜곡자들과 불쾌한 관점 사이에서 그가 분류되길 바라는 가수의 모형을 들으니 거리 한복판에서 전립선 검사를 받는 것 같다. 수틀리면 공모해서 야유하고, 그냥 쿡 찌르고 냄새나 맡는 이 소극적(笑劇的) 세상에. 그리고 그는 어린 왕자라는 닉네임을 버렸다. 체형의 변화에 따라 뜯어진 솔기는 다시 자라 봉합되는 것을.
"저는 나이들면서 더 껄렁해지며 자유로워졌죠. 객기도 부릴 줄 아는, 그런, 예전엔 눈치보면서 살았었거든요. 제 꿈은 장난감 공장 공장장."
스튜디오도 즉물적으로 마련했다. 미래의 패배자라고 우려할 만큼 탕진해서. 게다가 지하에 150석 콘서트 리허설 룸도 만드는 와중이다.
"스튜디오 만든 건 일생일대 후회하는 일..."
하지만 얼마나 멋진 후회인가.
"지금은 뭐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요. 개인적으론 불행했을 때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전 약간 원리원칙적이어서 차갑단 말도 듣지만, 외로움을 잘 타기 때문에 상처 잘 받고 그래서...."
늙기 전에 죽고 싶다던 예전 그룹 Who가 그를 보면 얼마나 샘날까.
그는 2차 성징을 갓 거친 소년처럼 보이지만, 하지만 많은 걸 봐온 눈이다.
"정말 결혼해서 누가 집에 있어야지 안되겠어요. 심심해서 못살겠어요. 저도 어쩔 수 없이 나이들면서 체력 떨어지고, 내 아들 군대 갈 때 내 나이는 환갑이라든지 그런 불안이 있거든요. 얼굴도 자연스럽게 늙고 사람들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뀌면, 전 그게 더 고맙죠."
그는 걷는게 이상해 한번도 걷는 필름을 찍지도 않았고, 대인 공포증을 숨기지도 못하지만 , 믹 재거의 그 이상한 걸음은 얼마나 도발적이었는데. 어쨌든 결혼 이야기만 나와도 한바탕 큰 기념 파티를 열 만한 날들 속에서 그렇게 이승환의 콘서트는 계속된다. 10월에도 11월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