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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죽음의 추적(追跡)
백화난분분(白花難粉粉).
잔뜩 찌푸린 날씨는 마침내 문자 그대로 대지에 눈꽃을 뿌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눈발은 만산편야(滿山遍野)를 어느 덧 은백의 세계로 바꾸어 놓았다.
무당산 기슭.
한 쪽 다리를 가볍게 절고 있는 청삼의 청년이 지친 몸을 이끌며 걷고 있었다.
그런 그의 수중에는 만두가 들려져 있었다.
"지독하게 뿌려대는군."
그는 눈발이 떨어져 내리는 하늘을 향해 한 가닥 메마른 독백을 흘려냈다.
그러다 문득 무엇을 의식했는지 그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눈 위에는 자신의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눈이 이 정도로 계속 내리면 저 발자국들도 이내 눈으로 덮히겠지. 쯧! 나를 쫓아오던 자들이 고생 꽤나 하겠군."
냉소적인 음성을 이어가는 그는 진일문이었다.
사실 그는 추적자를 달고 여기로 오기까지 사연(?)이 적지 않았다.
원치 않는 살인까지도 저질러야 했으니.......
애초 그가 홍예루를 벗어날 때부터 상황은 최악이었다.
도주도 좋지만 일단 어떻게든 벌거벗은 몸은 가려야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그 상태로 그는 옷 가게로 뛰어 들었고, 그것은 그를 뒤쫓는 관부인들에게 하나의 단서를 제시하는 꼴이 되었다.
덕분에 그는 채 얼마 가지도 못해 관부인들과 충돌하게 되었고, 살기 위해 삼십여명이 넘는 관졸들을 죽여야 했다.
진일문.
그는 상념에 빠진 채 시선을 다시 앞으로 향했다.
한 순간, 그는 마치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뜻밖에도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괴인영들이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도합 여덟 명이었다.
"으음!"
진일문은 부지중 신음을 토해냈다.
수중의 있던 만두가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그는 느끼지 못했다.
흡사 지옥의 사자들인양 음침한 분위기를 지닌 자들, 진일문은 결코 그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누구인지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진일문이 그들을 처음 본 것은 바로 지난 날 은천서원에서였다.
또한 현재의 모습도 그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모두 일신에 흑의장포를 걸친 것도, 각기 손에 한 가지씩의 무시무시한 외문병기를 지니고 있는 것도.
"흐흐... 미꾸라지 같은 놈, 홍예루에서도 용케 빠져 나왔구나."
중앙의 회의를입은 인물이 음산한 음성을 흘려냈다.
그는 눈을 뜨고는 있었으나 눈동자가 없었다.
복색과 마찬가지로 회색을 띈 채 스산한 빛을 뿌려내고 있을 따름이었다.
"당신들이 어떻게 그걸......?"
진일문이 뒤로주춤 물러서며 물었다.
"흐흐흐... 음희랑은 우리들의 사람이었다."
"으음!"
진일문의 눈이순간적으로 기광을 발했다.
그것을 본 회의인이 아까와는 또 다른 괴상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그 계집아이는 벌써 죽었으니 안심해라. 너를 놓치고 우리로 하여금 이 같은 날씨에 뛰어 다니도록 했으니 그 대가를 치른 것이지. 바로 어제, 우리들의 손에 분시되었다."
"어찌 그럴 수가!"
진일문은 한기가 인듯 몸을 가볍게 떨었다.
음희랑의 죽음에 애도할 일이야 없었으나 같은 무리들 속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두고 그만 섬뜩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애송이 놈! 돌아가자, 마옥(魔獄)으로."
감정이라고는 한 올도 실리지 않은 냉혹한 음성이 다시금 진일문에게 충격으로 부딪쳐왔다.
- 돌아가자, 마옥으로.......
그 한 마디는 그에게 있어 차라리 죽음보다 못한 소리였다.
"싫소! 나는 가지 않을 것이오."
진일문은 외침과 더불어 몸을 홱 돌렸다.
동시에 그는 허공을 향해 전력으로 신형을 날렸다.
"흐흐흐흐... 네 놈이 뛰어 봐야 벼룩이지. 크흐흐흐흐......."
나찰귀의 저주와도 같은 웃음소리가 진일문의 등뒤로 바짝 따라 붙었다.
그는 미친 듯이 눈보라 속을 뚫고 내달렸다.
'결코 두 번 그 곳에는 다시 가지 않는다! 설사 이대로 죽는 한이 있어도.......'
진일문은 내심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사실 그는 죽음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단 한 순간이면 가능하지 않은가?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고통과 좌절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았다.
구천마옥은 그에게 바로 이런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듯한 괴소는 계속 이어졌다.
"흐흐흐... 네가 십리 밖으로 달아날 수 있다면 그 때에는 널 붙잡지 않겠다. 그러나 너는 필히 이 염천구(焰天仇)의 손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흐흐흐... 어디 도망쳐 보아라. 내 오늘은 인간 사냥을 톡톡히 즐기겠구나."
'인간사냥!'
진일문은 진기가 실린 염천구의 음성을 접하자 그 말을 따라 뇌까리며 진저리를 쳤다.
그가 알기로 염천구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눈보라는 한층거세어져서 불과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진일문은 어느 덧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밟으며 필사적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산중으로 깊이들어 갈수록 눈보라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그는 허리까지 잠겨드는 적설량으로 인해 절망감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빨리 나아가려 한들 뜻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 상태로 얼마나 갔을까?
울창한 송림이그의 앞에 나타났다.
진일문은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 곳을 향해 달려갔다.
숲이라면 최소한 평지보다는 안전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빽빽하게 우거진 숲은 그를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엉킨 나뭇가지들이 그의 몸을 온통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진일문은 숲 속 깊이 진입하게 되자 비로소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소위 팔대귀왕(八大鬼王)들.
그들이 아무리귀신같은 추적술을 지니고 있다 해도 한 동안은 자신을 찾아내지 못하리라 여겼던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그는 잠시 쉬어가리라 마음먹었다.
털썩!
진일문은 눈 위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조절했다.
이윽고 심신이 정비되자 그는 현재의 위치를 알고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일문의 시선이 한 곳에서 딱 멈추었다.
한 나뭇가지 위였다.
그 곳에는 눈이 하얗게 매달려 있어 마치 빙화(氷花)가 피어난 것 같았다.
그는 홀린 듯 눈을 가늘게 좁히며 빙화를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과거 그는 눈물이 많고 섬약한 소년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곧잘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으며 아름다운 꽃이나 사물을 보면 여지없이 끌려들곤 했다.
인간의 기질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비록 오랫만에 가져보는 느낌이었으나 그는 이로 인해 자신이 지금 생명을 걸고 달아나야하는 입장이라는 것까지도 잠시 잊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고 있었다.
빙화가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 하나가 그의 손에 의해 툭 꺾였다.
이 때, 탁하고 역겨운 음성이 바로 지척에서 들려왔다.
"헤헤헤헤.... 꼬마 놈, 기껏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했느냐?"
"아!"
진일문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했다.
그는 즉시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앉아 있는 곳으로부터 불과 사, 오장이나 떨어졌을까?
한 그루의 설목 가지에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는 인물이 있었다.
전신이 검은 장포로 감싸여 있는 그의 모습은 흡사 박쥐를 연상시켰다.
그도 물론 팔대귀왕 중 한 명이었다.
"흐흐흐흐...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돌아가자."
슉--!
귀왕이 정말로박쥐처럼 신형을 쏘아왔다.
검은 장포를 날개처럼 활짝 벌린 채 그대로 진일문을 덮쳐온 것이었다.
'잡히면 끝장이다!'
이렇게 생각한진일문은 즉시 눈 위로 몸을 굴렸다.
휘이잉--!
뼈를 에이는 듯한 바람이 그의 전신에 부딪쳐왔다.
그러나 그는 어느 덧 귀왕의 손을 벗어나 경사진 언덕을 추락하듯 굴러 내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산등성이에 걸쳐진 나무숲은 그야말로 험로(險路)였다.
따라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그에게 참을 수 없는 통증을 안겨 주었다.
"잡종! 네가 달아나 봐야 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거냐? 흐흐...좋게 말할 때 어서 이리 오너라."
진일문은 계속구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옷이 마구 찢겨져 나가 팔다리가 노출되자 이번에는 맨살이 우드득거리며 찢어지고 있었다.
이렇듯 필사적인 노력 덕분인가?
진일문은 마침내 그의 몸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소공간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멀리 윗쪽으로부터 음산한 외침과 함께 장풍소리가 은은히 들려 왔다.
아마도 귀왕이 화가 나 애꿎은 나무숲을 공격하는 모양이었다.
그 소리에 진일문은 다시 몸을 움직여 좀 더 숲이 우거진 쪽으로 기어 들어갔다.
휘이-- 이-- 잉--!
눈보라는 이제그쳐 있었다.
그 대신 살갗을 도려내는 듯한 바람이 연신 산역을 잔혹하게 훑고 지나갔다.
달이 떠올랐다.
산등성이에 걸린 달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보였다.
진일문은 바위 그늘 아래 기대어 망연히 그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몸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죽기살기로 나무숲을 헤치고 굴러내려 왔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상처도 상처이거니와 그는 너무도 지쳐 거의 탈진 상태였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진일문은 이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혈해만리추종(血海萬里追 ) 염천구! 후후후... 내 언젠가는 그대의 뼈를 가루로 만들어 은천서원에 뿌리리라."
혈해만리추종 염천구.
무림인 치고 이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천하에서 가장 잔인한 자, 그는 추적술에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알랄무비한 고문 기술로 더욱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과거 혈해방(血海幇)이라는 사문의 방수(幇首)였다.
그러던 그가 어떻게 하여 당금 무림의 총체랄 수 있는 삼성림(三聖林)의 산하 조직, 즉 구대무궁(九大武宮) 중 혈궁(血宮)의 호궁사자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쨌든 분명한것은 흑백양도의 모든 인물들이 그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떤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자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진일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염천구를 향한 그의 증오심과 원한은 정녕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은천서원의 학우들을 무참하게 학살하고 그를 구천마옥으로 압송해갔던 자가 바로 혈해만리추종 염천구였기 때문이었다.
진일문은 바위에 몸을 의지한 채 생각을 정리했다.
'어찌 되었건 우선은 그의 손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녕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문득 그의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경련을 일으켰다.
구천마옥으로 되돌아가게 될 자신을 연상하자 그리 된 것이었다.
혈궁 담당이자삼성림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는 지하뇌옥, 거기에는 통상 무림의 죄인들이나 하늘을 보고 살 자격이 없는 인간 이하의 마두들이 감금되어 있었다.
그런 고로 구천마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매일 벌어졌다.
어린 나이의 진일문이 보고 겪은 그 곳의 참상은 가히 지옥을 방불케 하는 것들이었다.
한 예로 십 년 이상 썩은 물 속에서 허리까지 잠긴 채 목숨을 지탱해야 했던 사람이 있다.
그 결과로 그의 하반신은 곧 구더기들의 생활 터전이 되었다.
수만 마리의 뱀이 득실거리는 사굴(蛇窟)에 던져진 죄수들도 있다.
그들의 입과 코로는 늘상 손가락 굵기의 이름 모를 뱀들이 마치 제 집처럼 드나 들었다.
그들의 모습이과연 산 채로 껍질이 벗겨져 그 위로 소금이 뿌려지는 자들에 비해 나은지는 알 수 없었다.
생존 본능일까?
하루에 한 번 밖에 던져지지 않는 곰팡이 핀 밥덩이를 두고 그들은 종종 처절한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구천마옥은 바로 인간이 인간을 벌하기 위해 만든 지옥이었다.
그리고 설사 이승과 구별되는 실제의 지옥이 존재한다 해도 그 곳보다 더 지독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 곳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씩 죽어 나갔다.
그 시체는 일명 악마의 계곡으로 던져졌는데,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검은 독수리가 날아와 그 시신을 파먹곤 했다.
또한 독수리가먹다 남긴 찌꺼기는 다시 혈승(血蠅 : 피를 빠는 파리)들과 불개미떼가 덤벼들어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이들에게 뜯기고 나면 의례 시체는 뼈만 하얗게 남게 된다.
그리하여 악마지곡에는 백골들이 쌓여 탑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그런 곳에서 진일문은 일년 이상을 보냈다.
게다가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두 번씩 고문을 당해야 했다.
질문은 항상 똑같았다.
왕중헌의 행방을 대라는 것이었다.
그에 비한다면황룡보는 가히 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다시 구천마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니.......
진일문은 툴툴웃었다.
"후후후... 나는 가지 않는다, 절대로!"
그는 이어 거짓말처럼 말짱하게 개어 있는 하늘을 무섭게 노려 보았다.
칼날 같은 조각달이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염천구! 만일 내가 오늘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나도 향후로 한 번은 당신을 용서하겠소. 그 동안 당신은 내게 너무도 혹독했소. 하지만 당신을 상대로 도박을 거는 것이오."
그의 말은 언뜻 광오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천하의 누가 있어 감히 혈해만리추종 염천구를 상대로 도박을 하려한단 말인가?
그러나 진일문의 심중을 안다면 아무도 비웃지 못하리라.
그는 이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염천구 같은 부류의 인간에게 참다운 승부수를 걸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는 정녕 삶과 죽음을 초월한 대인(大人)의 기상을 가지지 않고서는 절대로 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일문.
그가 거쳐온 수많은 역경들은 그리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잠룡(潛龍)이 대해를 가르고 용트림을 하듯.
문득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끌어다가 가슴에 안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손에 죽어간 관인에게서 탈취한 것이었다.
그는 차가운 검의 감촉을 느끼자 나직하게 읊조렸다.
"이제부터 내 너와 더불어 한스러운 과거를 떨치고 새롭게 깨어날 것이다."
결의의 표출인가?
검을 잡은 손가락에 힘이 모아지자 그의 손 등 위 혈맥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너와 나는 한 몸이다. 네가 곁을 떠나면 나는 죽는다. 반대로 나는 살아있는 한 너를 항시 곁에 두리라."
그것은 일종의맹세였다.
혹독한 겨울 밤, 눈밭에서 그 혼자만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맹세야말로 후일 천하무림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되리라는 것을.
눈발은 다시금휘날리기 시작했다.
휘이잉-- 휘이이--!
매서운 삭풍이눈발을 여지없이 휘말아 올렸다.
진일문은 사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계산해 보았으나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차갑게 피부를 훑고 지나가는 눈발, 그리고 죽음과 같은 적막 뿐이었다.
그가 기대고 있는 바위는 위로 날카롭게 치솟은 형상으로써 그 그늘이 마치 도끼로 찍어낸 듯 괴이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진일문은 바위로부터 등을 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곳은 그다지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없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단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으나 다시 발견될 시엔 쉽게 달아날 방법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가능한 한 목표지점을 멀리 잡아야겠구나. 후후... 십리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수백 리가 될지도 모르니까.'
진일문은 염천구가 한 말을 상기해내고 있었다.
십리 밖으로만 달아나면 놓아주겠다는. 물론 그것은 그럴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그가 자신 있게 쏟아놓은 것이기도 했다.
'과연 나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진일문은 마치염천구의 주술에라도 걸린 듯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가 일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주어진 여건이 척박한 만큼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끄는 것이 곧 그가 하려는 일이었다.
이윽고 진일문은 바위 위로 기어올라갔다. 대신 납작 엎드린 채 사방을 살폈다.
자신이 이렇듯 주변을 볼 수 있듯 반대로 상대방 또한 자신을 발견하기 쉬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멀리로 산등성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그는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다.
진일문은 바위에서 내려와 조심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삐익--!
그 소리는 다름 아닌 귀왕들의 신호였다.
진일문은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휘파람 소리, 즉 신호음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어떻게 저들이 내 행적을 알아차렸단 말인가?'
진일문은 잠시외혹이 일었으나 이내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머리 위로 휙 스쳐 지나는 바람소리, 그 정체를 알아차린 그는 일시지간 절망을 느꼈다.
그것은 한 마리의 검은 새였다.
그 새가 바로 정탐역을 맡고 있었던 것이었다.
진일문의 위치를 알린 후, 새는 밤하늘을 여유 있게 빙글빙글 선회하고 있었다.
'저 새가 있는 한 나는 어디로도 달아날 수가 없다.'
진일문은 입안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살고자 한다면 먼저 그 검은 새를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새를 없애는 재주는 그에게 없었다.
그의 전방으로또 하나의 울창한 수림이 나타났다.
그는 날 듯이 그 곳으로 달려갔다.
'어쨌든 벌판보다는 나을 것이다.'
진일문이 삼림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두 명의 귀왕이 장승처럼 버티고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공술이 없는 그를 따라잡는 일이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던 것이다.
"흐흐흐... 애송이, 이제 그만 귀찮게 하고 우리와 가자."
오른손에 낭아봉을 든 자가 말했다.
왼편의 괴인은 날카로운 톱니가 달린 원반 형태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팔대귀왕은 이렇듯 모두 괴이한 병기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하나 같이 음독잔랄한 외문의 병기였다.
진일문은 이를악물고 그들을 향해 검을 뽑았다.
"내 목을 베어 갈 수는 있어도 나를 온전하게 데려갈 수는 없을 것이오."
그는 먼저 거치륜(拒齒輪)을 들고 있는 자를 덮쳐갔다.
"흐흐... 이 놈이 정녕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괴인은 비웃음을 흘리며 수중의 거치륜을 무섭게 휘둘렀다.
그러자 거치륜과 검이 불꽃을 튕기며 맞부딪쳤다.
쨍--!
그 순간, 진일문은 손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하마터면 그는 검을 떨어뜨릴 뻔 했다.
그러나 놀란 것은 괴인 쪽이었다.
그의 계산에 의하면 그 일격으로 진일문은 검을 놓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야 했다.
오히려 손목이시큰하여 내려다 본즉, 뜻밖에도 거치륜의 이빨이 무려 다섯 개나 부러져 나가 버린 것이 아닌가?
"이, 이럴 수가!"
그는 기가 막힌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 때다!'
진일문의 검이재차 번뜩 하고 날아갔다.
이번에는 그저 막무가내기 식이 아니었다.
그 일검은 상대방이 미처 중심을 잡기도 전에 정확히 그의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엇!"
괴인은 얼떨결에 뒤로 넘어지는 한편, 두 발로 진일문의 복부를 걷어찼다.
하지만 그 동작은 절정고수 치고 너무도 느렸다.
진일문의 시각에 벌써 예측을 허용해 버린 것이다.
쉬익--!
진일문은 검을허공으로부터 그대로 내리 그었다.
"으악!"
비명과 함께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괴인의 두 발이 무참하게 절단되어 버린 것이다.
피가 확 뿜어지며 잘려진 발은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또 한 명의 괴인은 잠시 넋을 잃은 듯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도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그는 낭아봉을 휘두르며 노성을 발했다.
"찢어 죽일 놈! 감히 귀왕을 해치다니."
휘이잉--!
낭아봉이 눈발을 헤치고 곧장 진일문의 정수리에 떨어졌다.
언뜻 보기에 그것은 우직하리만큼 단순한 수법이었다.
실전 경험이 없는 진일문은 물론 그 자체만을 보았을 뿐 숨겨진 변식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고지식하게 정면으로 낭아봉을 막아갔다.
그러나 그것은허초였다.
낭아봉은검과 부딪치려는 순간,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진일문의 왼쪽 어깨를 무섭게 내리쳤다.
퍽--!
피가 튀고 살점이 날아올랐다.
"크윽!"
진일문은 어깨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낭아봉에 살점이 찍혀 나가는 고통이란 가히 까무러칠 듯한 수준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헛!"
괴인은 부지 중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는 당연히 진일문이 쓰러지리라 믿었거니와 검이 날아오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인은 급급히왼손을 내쳤다.
그것은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이라는 절기로 맨 손으로 검을 막는 수법이었다.
그는 그 때까지도 믿었다.
공수입백인이라면 약간의 진력만으로도 진일문의 검쯤은 충분히 날려버릴 수 있으리라고.
이 얼마나 대단한 계산 착오인가?
비록 현재까지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진일문의 체내에는 만만신공의 막대한 내력이 잠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츠읏--!
섬뜩한 음향와함께 괴인의 손목이 싹뚝 잘려져 나갔다.
그것을 보고도진일문은 동작을 그치지 않았다.
그의 검이 또 한 차례 허공을 갈랐다.
쉬익--!
"컥!"
막 손목을 잃고 정신이 흐트러졌던 괴인으로서는 그것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그는 검을 껴안은 채 뒤로 벌렁 쓰러졌다.
검이 그의 심장을 깊숙이 관통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진일문.
두 명의 귀왕을 처치해버린 그는 전신이 피로 물들어 마치 아수라귀와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 자신은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설사 안다한들 그가 신경쓸 일은 못되었다.
진일문은 천천히 발이 절단된 괴인에게로 다가갔다.
그 괴인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는 심한 출혈로 인해 전혀 기운을 쓸 수가 없는 처지였다.
진일문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한 가닥 공포의 기색이 역력히 어려 있었다.
'당신에게도 역시 죽음은 두려운 것인가?'
진일문은 괴인을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내리쳤다.
츠팟--!
더운피가 그의얼굴로 확 끼쳐졌다. 놀랍게도 피를 뒤집어 쓴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라 단죄(斷罪)다!'
파파파팟--!
눈이 무더기로솟구쳐 오르며 검은 그림자가 덮쳐왔다.
한 명의 귀왕이 눈 속에 숨어 있다가 진일문을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척에서 기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일검을 날렸다.
땅! 따당--!
요란한 금속성이 귀청을 찢었다.
그는 실로 신속한 반사능력으로 정확하게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어억!"
경악에 찬 외침과 더불어 검은 그림자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는 귀왕 중 반달형의 창을 사용하는 자였다.
그의 창은 중간 부분이 부러져 있었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창을 바라보았다.
분명 진일문은보검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절기를 쓴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그가 회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반면에 진일문은 점차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두어 차례 접전이 있자 그는 벌써 많은 것을 깨닫고 있었다.
특히 은연 중 자신을 받쳐주는 잠력에 그는 일면 든든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진일문은 처음으로 선공(先功)을 시도했다.
또한 괴인이 머뭇거리는 찰나, 그의 검은 이미 공격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여의치가 않았다.
상대방도 방어만 하다가 마침내 어지럽게 창을 휘둘러왔다.
휭--! 휘잉--!
창의 그림자가달빛을 반사시켜 황홀하리만큼 진일문의 눈을 부시게 했다.
그는 이 이색적인 경험에 그대로 자신을 던졌다.
검을 비껴든 채 정면으로 맞서간 것이었다.
카캉! 차차차창--!
그들의 공방전은 약 십수초를 끌었다.
그 동안 진일문은 허리와 어깨, 다리 등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동작 또한 매우 둔해져 있었다.
출혈로 인해 현기증이 일자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조금만더 시간을 끈다면 그는 싸우지 않아도 쓰러질 게 뻔했다.
사실 그는 수중의 검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와중에서 놀랍게도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이 자의 약점을 발견했다. 만일 이 자와 다시 싸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그의 귀로 괴인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 누워라."
진일문은 그 말에 따라 정말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 사이, 괴인의 창이 그의 검을 멀리 날려 버렸다.
괴인이 다가와창끝으로 그의 목을 겨누었다.
"흐흐흐... 이대로 목을 베고 싶다만, 산채로 데려오라는 명을 받았기에 숨을 붙여두는 것뿐이다."
괴인은 반 도막난 창을 거꾸로 하더니 곧바로 진일문의 현기혈을 짚었다.
그런 연후, 그는 하늘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푸드드득--!
날개 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새가 날아 내려왔다.
새는 괴인의 어깨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는 새에게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 마디 했다.
새는 알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늘을 향해 다시 힘차게 날아 올라갔다.
"후후후... 잠시 후면 너를 데려갈 사자가 올 것이다. 너는 조용히 거기에 누워 있기만 하면 된다."
괴인은 창을 등에 꽂더니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도 적지 아니 공력을 소비한지라 운기조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진일문은 시선을 하늘로 향한 채 내심 뇌까리고 있었다.
'무언가 방도가 있을 것이다. 내 의식, 내 능력이 전과 같지 않은 이상 설사 끌려간다 해도.......'
그는 현재 혈도가 찍혀 있어 꼼짝도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마음이 이렇듯 느긋해진 것은 왜일까?
아무튼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갔다.
진일문은 이조차 휴식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랫만이다. 이렇게 편안하게 쉬어 본 것도....... 더구나 하늘을 바라보며 대지에 몸을 붙이고 누워 있으니 천하가 다 내 집인 셈이 아닌가?'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문득 단전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불끈 솟구치더니 그의 혈관을 따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치달리기 시작했다.
진일문은 그것이 만만신공의 기단 덩어리라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는 입가에 한 가닥 고소를 매달았다.
'후후... 만일 절정사태가 내게 완벽한 운기요결을 가르쳐 주었다면 이런 난관은 다시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는 어느 덧 절정사태에 관해서도 깨끗이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다만 체내에 갇혀 있는 막대한 잠력을 공력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을 따름이었다.
진일문은 다시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삶에 대해 한층 더 겸허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은 얼마 전까지 그를 사로잡았던 체념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어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삶이 소중한 것이다. 내게도 이제는 최소한 운명을 헤쳐나갈 힘이 있다. 그것은 비단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에서 기인된다는 것을 나도 최근에야 깨달았지.'
진일문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분명 혈도가 짚혀 있었다.
그렇다면 고개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아야 정상이 아닌가?
정작 본인만이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단전에서일어난 뜨거운 기운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혈관을 따라 돌고 있었다.
그는 운기조식 하고 있는 괴인을 힐끗 바라보았다.
괴인은 눈을 감은 채 한창 고비에 이른 듯 이마 위에서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진일문은 문득왼쪽 옆구리가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들어 통증이 일어난 부위를 만져 보았다.
'쯧!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군.'
그는 지혈을 위해 그 곳을 손가락으로 누르다 말고 대경했다.
'손을 움직일 수 있다니!'
그것은 정녕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진일문을 무한히 들뜨게 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땅에 떨어진 검을 잡았다.
그 기척을 느꼈는지 괴인이 눈을 반쯤 떴다.
"헉!"
괴인은 검을 들고 서 있는 진일문을 보고 비명을 지르더니 그만 뒤로 벌렁 넘어가고 말았다.
운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심기가 흐트러지자 주화입마에 빠지고 만 것이다.
괴인은 마침내기혈이 역류하여 전신이 마비된 채 혼절했다.
'당신은 굳이 죽이지 않으리다. 후후... 이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 아니오. 당신으로 하여금 과연 죽음보다 못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하고 싶어서요.'
진일문은 또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상 때문이 아니라 지옥사자들을 부르려 떠났던 검은 새가 돌아왔는지의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없었다.
새는 아직 당도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진일문은 이 곳에서 속히 멀리로 달아나야 했다.
온 몸이 땀으로 목욕을 한 듯 푹 젖어 있었다.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까지 섞여 진일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아픔은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를 달렸는지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마침내 그는 열심히 내닫던 발을 뚝 멈추었다.
여전히 산중이었다.
난석(難石) 투성이의 계곡에 지금 그는 서 있었다.
달빛이 그를 싸늘하게 내리 비추고 있었다.
진일문은 지친몸을 난석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아아, 해냈다. 나는 결국 놈들의 손에서 벗어난 것이다."
감격이 밀려와그의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게 했다.
팔대귀왕.
이른바 죽음의추적자들로 불리우는 마인들이다.
전 무림을 통틀어도 그들의 표적이 되었다가 벗어난 자는 아직 없었다.
이를 익히 알고 있는 진일문은 흡사 자신의 기적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가슴속에 차 오르는 모종의 충일감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그에게 있어 충격적이도록 신선한 느낌이었다.
첫댓글
감 


이제 서서히 진일문의 시대에 접어드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즐감요
고맙습니다
즐감하신다니 저도 기쁩니다
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매번 일일이 답글 못달아 미안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0.24 12:5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0.24 14:28
서론이 넘 길다는 느낌... 그러나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시간들 되십시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는 순간이나마 행복하시길요
즐독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십시오
잘 읽고 즐기고 갑니다.
운명을 극복 하네요 ~~~~~~
굿,,즐감,,,
감사.
ㅎㅎ
감사합니다
감사,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십시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
잼납니다
감사 합니다.


잘 읽고갑니다
잘 보았습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줄겁게 열독하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