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억새 산행지 4선, "그래, 가끔은 흔들려도 좋아"

[淸風明月]

울주 신불산 · 광주 무등산 · 포천 명성산 · 정선 민둥산

가을빛에 물든 억새가 바람의 휘파람 타고 지천으로 휘날린다. 햇빛을 받아 하얗게 익어가는 억새의 유혹은 붉은 단풍만큼이나 외면하기 힘들다. 가을산이 주는 따스한 선물을 즐기다 보면 짧은 이 계절에 대한 아쉬움도 줄어들지 않을까? 마운틴이 추천하는 억새 산행지를 걸으면서 가을에 흠뻑 취해보자.

울산광역시 울주군 신불산(1159.3m)

영남알프스의 억새 고원을 거닐다

신불산은 간월산, 영축산, 능동산, 재약산, 가지산, 운문산 등과 함께 영남알프스를 이룬다. 해발 1000m가 넘는 준봉이 웅장하게 솟은 이곳은 겨울이면 눈 덮인 고봉들의 모습이 알프스와 같다 하여 영남알프스로 불린다.

영남알프스는 억새하면 떠오를 정도로 억새명산지다. 그중에서도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1시간 거리 능선인 신불평원은 전국최대의 억새평원이다. 이 억새군락은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산길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4km, 1시간 거리의 수백만 평 신불평원은 억새꽃의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억새사이의 잡풀이 거의 없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코스는 등억리온천지구 간월산장에서 간월고개로 올라 신불산~영축산을 거쳐 통도사로 하산한다. 산행초반의 간월고개를 올라가는 길이 다소 험한 편이라 체력소모가 많다. 신불산에 도착하면 공룡능선과 영축산으로 향하는 두 갈래 길로 나뉘는데 여기서 신불재 방향으로 향한다. 신불산에서 영축산까지는 넓은 억새밭을 감상하며 호젓한 능선을 걸을 수 있다.

또한 신불산에서 간월산으로 내려가는 곳에 있는 간월재도 영남알프스의 억새군락지 중 하나다. 이 코스는 억새를 따라 나무데크 길이 이어져 있으며 백패킹을 하기에도 좋다. 그러나 능선의 바람이 강하므로 보온의류를 꼭 챙겨야 한다.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언양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다. 운행시간은 오전 10시와 오후 1시 20분으로 두 차례다.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이며 요금은 23,300원이다. 이보다 더 빠른 방법은 KTX를 이용하는 것이다.

열차는 오전 5시 15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약 15~60분 단위로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2시간 10분~2시간 30분 정도이며 요금은 53,500원이다.

주변 볼거리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1998년 6월 18일에 개장한 휴양림으로 구역면적은 1305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000명, 최적 인원은 600명으로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

울산과 밀양 간의 해발 1159m의 신불산과 1069m의 간월산에 걸쳐 있는 천연림으로 기암괴석과 노각나무, 들메나무, 서어나무, 박달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가 우거져 있다. 능선부는 풍충지대로 나무들이 자생하지 못하여 참억새밭이 무성하며, 숲 속에는 꿩, 노루, 산토끼 같은 동물이 서식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파래소폭포가 있는데, 이 이름은 옛날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바래소에서 유래되었다. 예로부터 중추절에 언양 주변 아낙네들이 모여 하루를 즐기던 곳이었으며, 구한말 천주교 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 은둔지였던 죽림굴이 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렸다. 영화제에서는 21개국 78편의 산악 영화가 총 8개의 섹션으로 영화를 분류해 상영됐다.

이외에도 라인홀트 메스너 특강, 라인홀트 메스너전, UMFF 책마루, UMFF 체험(트리 클라이밍, 힐링산악트레킹), 공연, 전시 등이 마련돼 일반인들에게 산악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광주광역시 동구 무등산(1186.8m)

억새춤 일렁이는 호남의 영산

광주광역시와 화순군 이서면 및 담양군 남면과의 경계에 위치한 무등산은 광주의 명산으로 불리며 197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 40년만인 2012년 12월 27일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이산은 높이 1187m의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지만, 산정 부근의 바위지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토산이다. 무등산에는 입석대, 서석대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는데, 산이 생길 당시 분출된 용암이 급격히 식으며 중심방향으로 수축하며 육각형이 되고, 그 수축이 아래쪽으로 이어져가면서 돌기둥 형태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상부는 해발 1000m를 넘나들지만 경사가 완만한 고원지대로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푸른 초원,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설화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백마능선 일대의 억새군락은 매년 가을이 되면 하얀 꽃대를 피워내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댄다.

산길

무등산의 등산로는 광주 시내에서 가깝고 교통도 편리한 증심사 쪽이 잘 발달돼 있다.

화순 쪽 코스는 광주 쪽에 비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과 북릉을 거쳐 꼬막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군사시설물이 자리 잡고 있어 입산통제 구역으로 정상인 천왕봉을 빙 돌아가는 등산로가 나 있다.

증심사 기점코스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로 산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어 다양하게 오를 수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중머리재를 거쳐 장불재에 올라 입석대와 서석대를 보고 하산한다. 특히 장불재에서 입석대 가는 길까지의 백마능선은 가을이면 억새가 활짝 펴 광야를 달리는 말의 등줄기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짧은 산행이 아쉬운 등산객들을 위한 종주 코스도 있다. 이 코스는 능선 허리를 타고 정상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게 된다. 증심사~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규봉암~꼬막재~무등산장~원효사를 잇는 이 길은 14km 정도로 6시간 가량 걸린다.

교통

전라도의 주도시인 광주는 여러 교통수단을 통해 갈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고속버스와 KTX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고속버스일 경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광주터미널까지 오전 5시 30분 첫차부터 오후 9시 45분까지 약 5~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는 심야버스가 1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가격은 일반 17,600원, 우등 26,100원, 심야우등 28,700원이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20분이다.

이보다 더 빠른 방법은 KTX를 이용하는 것이다.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으로 가는 KTX가 오전 5시 20분부터 오후 10시 15분까지 약 20~70분 간격으로 하루 24회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1시간 55분 정도이며, 가격은 46,800원이다.

주변 볼거리

의재미술관

남종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의재문화재단(이사장 허달재)이 2001년 건립한 의재미술관은 무등산 서쪽 기슭 증심사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허백련 화백이 광복 직후부터 타계할 때까지 작품 활동에 매진했던 곳에 지어진 미술관에는 <사군자>와 <서예> 등 선생의 시기별 대표 작품과 미공개작 60여 점을 비롯해 낙관과 화실인 춘설헌, 사진과 편지 등 각종 유품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좋은 작품으로 무등산 등산로의 지형적 요건을 그대로 살려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증심사

무등산 서쪽 기슭에 자리한 증심사는 860년(헌안왕 4년) 철감선사 도윤(道允)이 창건하고, 1094년(선종 11년) 혜조국사가 중수한 절이다.

이후 소실·중수가 반복되다가 1970년대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건물이 복원되었다. 조선조부터 이어진 건물은 오백전(五百殿)이 유일하며, 이는 현재 무등산의 사찰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한다.

경내에는 보물 제131호인 철조비로자나불 좌상과 삼층석탑(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호), 금동석가여래입상과 금동보살 입상 등이 나왔던 오층석탑, 조선 중기의 것으로 보이는 칠층석탑 등이 있다.

경기도 포천군 명성산(923m)

수도권에서 가까운 억새여행지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에 자리한 명성산은 산 전체가 바위와 암벽으로 이루어졌고 남으로는 가파르나 동으로는 경사가 완만하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바위봉우리와 절벽, 초원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며 좌우 시야가 트여 주변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남쪽으로 이어지는 12봉 능선의 모습도 잘 보이는 정상 전망이 매우 좋다. 유원지로 개발된 산정호수는 교통이 편리하고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로 인해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산행, 가족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억새는 정상까지 군데군데 있으나 남쪽 삼각봉과 안덕재에서 내려오는 분지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수도권에서 가까워 당일코스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산길

명성산 등산로는 신안고개를 거쳐 곧장 정상에 오르거나 삼각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가깝다. 조금 더 긴 등산로는 산정호수에서 자인사를 거쳐 억새군락지 인근의 능선에 있는 팔각정에 오른 후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다.

또는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억새군락지를 거친 후 능선 상의 팔각정에 오르는 길이 있다. 신안고개에서 정상을 거쳐 자인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약 4시간 30분이 걸리고,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자인사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 신안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어느 길로 향하든 산행이 크게 어렵지 않고, 억새군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선택해 오르면 된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북부간선도로를 따라 구리 방면으로 가다 구리IC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올라 퇴계원IC까지 이동한 후, 일동 방면에서 47번 국도에 들어선다. 이후 일동 온천지구까지 이동한 후, 산정호수 방면으로 길을 잡고 가면 산정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해 명성산과 가장 가까운 운천시외버스터미널로 가면 된다. 버스(철원행 경유)는 오전 7시 첫차부터 오후 7시 50분까지 1시간에서 2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10회 운행된다. 요금은 10,000원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이다.

주변 볼거리

허브아일랜드

포천시 신북면 삼정리에 위치한 허브아일랜드는 1998년 개장한 허브농장이다.

야외정원과 실내정원, 허브향기가게, 허브책가게, 허브공방, 허브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연인 또는 가족들이 함께 찾아보기 좋다. 또한 욕조에서 허브 오일을 이용해 입욕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다.

숙박하지 않고도 건강, 미용,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도 다양하다. 허브힐링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허브물체험, 허브건초체험, 향기체험, 색상체험 등 다양한 자연요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는 오전 9시(동절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토요일 및 공휴일 오후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6,000원이다.

산정호수

명성산 남쪽 기슭에 있는 산정호수는 포천의 대표 관광지다. 아름다운 산정호수뿐 아니라 가을철 억새로 장관을 이루는 명성산과 망봉산, 망무봉 등 주변의 작은 산봉우리들이 호수와 어울려 절경을 이루어 낸다.

또한 호수를 한 바퀴 감싸고 있는 산정호수 둘레길은 걷는 내내 호수가 시선에서 머물러 이곳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강원도 정선군 민둥산(1119m)

가을 햇살 아래 은빛 파도 넘실거리네

강원도 정선군 내면에 있는 민둥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화전으로 인해 8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나무가 거의 없고 산정이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다.

십사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억새군락지가 펼쳐진 민둥산은 창녕의 화왕산, 장흥의 천관산, 포천 명성산, 밀양 사자평 등과 더불어 국내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힌다. 그 덕에 매년 가을이면 은빛 물결 넘실대는 억새군락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등산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의 억새는 잡풀이 섞이지 않아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억새꽃의 크기도 큰 편이다.

산은 남북으로 길게 능선이 이어지지만 갈림길이 적고 기점 또한 단순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한 억새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9월 24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제21회 민둥산 억새꽃 축제’가 열리니 이 기간에 찾는다면 더욱 즐거운 산행이 될 것이다.

산길

민둥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은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발구덕 마을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아랫발구덕에서 정상에 오른 후 윗발구덕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산행이 일반적이다. 윗발구덕과 아랫발구덕에서 각각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으며, 아랫발구덕 마을에는 성황당이 있고 거북모양의 샘터가 있어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하면 된다.

화암약수를 들머리로 삼아 불암사와 구슬동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약 12km의 거리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삼내약수를 들머리로 삼을 경우 정상까지는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발구덕 마을까지는 능전마을에서 진입하는 임도를 따라 차량으로 오를 수도 있는데 주말이나 휴일 등산객들이 많을 경우 진입을 통제한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주를 지나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안동방면으로 남하하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지나면 정선군 남면에 이른다. 여기서 421번 지방도 방면으로 자회전하면 산행 들머리인 증산초등학교에 이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청량리역에서 민둥산역까지 운행하는 무궁화호를 타는 편이 좋다. 기차는 평일 6대(07:05, 09:10, 12:10, 14:13, 16:13, 23:25) 운행되며 주말에는 1대(22:10)가 추가 운행된다.

주변 볼거리

화암팔경

강원도 정선군 동면 화암리와 몰운리 일대 동대천을 따라 펼쳐지는 8개의 명승을 가리켜 화암팔경이라 부른다. 이 명승들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제1경은 화암약수, 2경은 거북바위, 3경은 용마소, 4경은 화암동굴, 5경은 화표주, 6경은 설암, 7경은 몰운대, 8경은 광대곡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화암약수·화암동굴·몰운대 등이 유명하다.

정선오일장

1966년 2월 17일 개장된 정선오일장은 옛 장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산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 감자, 황기, 더덕, 마늘 등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시장은 매월 2, 7, 12, 17, 22, 27일 주말장(매주 토요일)에 열리고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소한 재미와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조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