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는 놀러오는 곳이 아닙니다
요즘 아이들 참 바쁩니다. 학교 수업을 다 받고도 국영수부터 예체능까지 각종 학원을 수없이 다닙니다. 그런 아이들의 학원비를 벌어야 하는 부모님도 몹시 바쁩니다. 그렇게 서로 정신없이 평일을 보냅니다. 주말이라고 다를까요? 주말에도 스케줄은 빼곡합니다. 부모님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아이들과 함께 각종 체험에도 나섭니다. 수많은 펜션, 전국의 축제, 농장들까지…. 정신없는 스케줄에 아이들은 익숙해집니다. 이제 조금만 자극이 없어도 ‘심심하다’고 느낍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성당은 재미가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친구 수는 적고 교리교재는 지루하고 미사 역시 와닿는 것이 별로 없고…, 그러다보니 다른 스케줄에 주일학교는 항상 밀리게 됩니다. 학원 보충수업, 친구의 생일파티 등…. 부모님도 아이의 이런 행동을 크게 말리지 않습니다. 어차피 지금은 신앙보다는 성적과 교우관계가 중요한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이런데 성당을 떠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주일학교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합니다. 아이들이 교리수업에 들어오지 않으니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회의를 하고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는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야한다고 결론을 냅니다. 성당에 온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고, 놀이동산에도 가고 외부활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놀라워하겠지요. ‘아니, 성당 안에만 있지 않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는구나.’ 어쩌면 아이들이 내는 입소문에 성당을 등한시했던 몇몇 아이들이 다시 ‘놀러’ 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언제까지 성당에 머무를까요? 신앙이 아닌 ‘다른’ 것에 매력을 느껴 주일학교에 오게 된 아이들. 아마 그 매력이 사라지면 망설임 없이 발길을 끊지 않을까요? 초등학생 때든 조금 자란 중·고등학생 때든 시기만 다를 뿐 결국 아이들 스스로 발걸음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성당에서 뭐한대?”
“교리수업한대.”
“에이, 그럼 오늘은 가지말자.”
실제로 제가 길에서 들은 아이들의 대화입니다. 무언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저 대화를 들은 이후입니다. 아이들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한 다른 여러 활동들이 오히려 교리수업을 선택가능한 요소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주일학교는 원래 교리공부를 위해 존재하는 시간인데 아이들은 이제 그 시간에 교리를 배우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놀이동산에 가서도 영화를 보러 가서도 예수님을 생각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 똑똑합니다. 어설픈 꼬임에 빠지지 않습니다. ‘놀러 오는 곳’인 양 벽을 허물어서 은근히 교리를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는 확실히 예수님에 대해 배우는 시간으로 교리시간을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교리가 이렇게 진행이 되려면 부모님의 도움도 절대적입니다. 가정과 본당과 선생님까지 한마음으로 아이들의 교리를 이끌어야 합니다. 본당에서도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부모님들도 학업과 교우관계보다 신앙만은 전수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조금 답답해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앙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단지 출석률이 아니라 어떻게 진정으로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김성호(베드로)
▲ ※ 매달 셋째 주에 게재되던 ‘이슈토론’은 이번 호를 끝으로 비정기적으로 진행됩니다.
신앙과 문화, 친교가 어우러진 곳 되길
‘주일학교’라는 표현은 미사가 있는 주일에 주로 학교를 개설해 무상교육을 했던 선교와 자선의 역사를 담고 있다. 산업혁명기 영국에서는 주일학교가 노동을 하는 서민아동을 대상으로 성경, 도덕적 훈련,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기초교육을 담당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일반 학교에서 담당하는 지식 교육을 또 다시 성당에서 반복할 필요성이 적어졌다. 그러다 보니 주일학교에서 점차 순수 신앙위주의 교육내용을 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일 주일학교에서 신앙교리만을 배운다면 우리 아이들은 뭐라고 할까? “듣긴 듣는데 기억에 잘 안 남아요.” “재미가 없어요.” 이런 반응을 주위에서 곧잘 듣는다.
오히려 “친구들과 놀며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은 것 같다”는 유아 부모들의 얘기를 듣는다. 오감으로 자극 받는 아이들이 가끔씩 체험하는 사회문화 활동을 통해 ‘맛있는 주일학교, 따뜻한 주일학교, 재미있는 주일학교’라는 말을 들을 때 오히려 부모로서 마음이 놓이는 것은 왜일까? 유다인의 경우 교육을 통해 종교와 전통을 전수하는 문화를 갖고 있어 주일뿐 아니라 주중에도 2~3일 이상 방과 후 수업과 같은 유다인 식 교육을 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강한 신앙심을 갖게 하기 위해 자주 갈 수 있고 신앙과 전통을 골고루 배우는 ‘교회학교’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주일학교가 예수님의 무거운 십자가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신앙과 문화, 친교가 어우러져 예수님을 친구로 여기게 되는 곳이 됐으면 한다.
김명진(젬마·서울 수궁동본당)
“교회와 세상”에 대한 배움터로
결혼 전 남편과 나는 성당에서 주일학교 고등부(YCS·Young Christian Student) 지도교사를 하면서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인천교구 4지구에서 활동을 했던 고등부 지도교사들은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많이 쓴 것 같다.
회합(교리)시간에 성경과 접목시켜 어떻게 토론을 할지에 대해서 교사들이 직접 교재를 만들기도 했고, 학생들 글을 모아 스스로 책을 만들어 보게도 했다. 지도교사들은 시시때때로 이어지는 주일학교의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함께 진행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떨 때는 밤샘 토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과연 어떤 꿈을 심어줘야 할지, 청소년들이 교회와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지에 대해 좋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오후가 되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곧바로 성당으로 달려왔고 회합실과 성당 마당, 성전은 그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로 변했다.
지금은 쉬고 있지만 경력 15년의 교리교사 입장에서 보면, 사회문제와 현안 등에 대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없던 시절 아이들은 주일학교에서 인권, 통일, 환경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됐고 자신의 사고를 넓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주일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져 대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사회 곳곳의 구성원으로 그리고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신학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 주일학교는 오늘날에도 신앙은 물론 사회 문제와 현상에 대한 배움터로 남기를 소망한다.
정구실(안나·인천 선학동본당)
첫댓글 이 시대에 우리도 함께 생각을 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