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이던가?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서호로 나가다가 도로변에 떨어진 칠엽수 열매를 보았다.
처음 보았다. 밤톨(알밤)같기에 조금 주워서 어깨에 매고 다니는 가방 속에 넣었다.
호수 한 바퀴 돈 뒤에 귀가하면서 또 주웠다.
나중에 시골로 가져가서 텃밭에 심어서 싹을 틔우겠다고 마음먹고는 비닐봉투에 넣은 뒤에 책꽂이에 올려놨다.
오늘 비닐봉투 속을 들여다보고는 기겁했다. 모조리 곰팡이가 슬고 작은 날벌레가 꼼찌락거리고, 썩는 냄새도 났다.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다가는 베란다 위에 있는 화분에 쏟아부었는데 이것도 아니다.
냄새가 베란다 실내에 배기 시작하기에 비닐봉투에 도로 담은 뒤에 아파트 단지 안의 나무 밑에 쏟아부었다.
단지 안에는 나무들이 있고, 더러는 주민들이 화분 속의 거름과 잔돌을 버리기에 혹시나 화분이나 잔돌이 있을까 눈여겨 보았으나 마땅한 게 없다. 한참이나 돌아다니다가 화분 속의 흙을 쏟아낸 흔적을 발견했다.
꽃삽으로 화분 흙을 조금 긁어서 빈 봉지에 담았다.
나중에 작은 화분 속에 쏟은 뒤에 다년생 화초를 심어야겠다.
외국 식물 관음죽을 심은 커다란 화분 하나만 보였다.
주민이 비 맞히려고 내다놓은 것인지 내다버린 것인지를 알 수 없기에 섣불리 욕심 낼 수가 없었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그 식물이 어찌 될런 지가 궁금하게 생겼다.
내 방 유리 창문을 열면 베란다.
다년생 식물(알로에, 삼붕나와, 염좌 등)이 든 화분이 조금 있다.
오늘 비닐봉지에 담아온 화분 흙(외국 식물인 야자수 줄기를 파쇄 발효한 것)은 나중에 다른 화분에 나눠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면 식물들이 좋아하겠다. 뿌리 내림이 쉬울 게다.
가을들꽃이 있는 공원으로 나가고 싶다.
잠실대교 한강변으로 나가도 되고, 올림픽공원으로 나가도 되고, 탄천변으로 나가도 되는데도 오늘은 마음을 꾸욱 누른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로 내려가 있다.
텃밭에서 일하고 싶기에.
아파트 단지 안 정원수 아래에 쏟아버린 화분 흙을 조금 긁어오고는 이렇게 잡글 길이만 늘렸다.
오후 늦게 손녀 손자를 할머니한테 맡긴다고 며느리는 말했다고 아내가 나한테 전언했다.
할아버지인 나는 덩달아서 손녀 손자를 돌보게 생겼다.
손녀는 조금 크고, 손자는 아직도 기저귀를 찬 철부지들이기에 이들을 돌보려면 힘이 든다.
아이들은 오후 5시가 넘은 뒤에서야 왔다.
밤 9시 45분에 되돌아갔다.
첫댓글 꿈처럼 텃밭에서 소일하시는 날이 오길요^ ^
예. 건달농사꾼이지요.
키우는 재미. 들여다보는 재미, 조금씩 아는 재미...
시골집 비운 지가 벌써 3년 8개월째...
서울 아파트에는 도시농업 수준의 책이 몇 권...
도시농부, 가짜농부들이나 보는 책이지요.
@최윤환 생계가 달렸느냐에 따라 다르긴해도 가짜농부가 있을까 싶네요 땅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면 다 같은 마음 아닐까요 ^&^?
@꽃섬지기 아니어요. 농사는 전문영농인이 잘 지어서 판매해야 되고, 도시농부는 재미로 취미로 지어야 하지요.
농업과 농사를 알아야 농촌/농민한테 관심을 갖게 되지요.
농업/산림/어업 등은 도시 근로자에 비하여 소득이 낮거든요.
도시농부는 농사를 이해하는 수준이로 짓고는 농촌에서 사다 먹어야 합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농작물 위주로요.
그래서 저는 가까농부라고 보지요. 가짜가 진짜처럼 농사 잘 지으면? 진짜농사꾼은 죽어유.
저도 아파트 화단에 버려진 화분흙도 게발선인장도 제브리나도 가져와 키웠네요
작은거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기시는게 보기 좋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이 세상 존재하는 것 모두가 다 소중하지요.
모두가 제 역활을 다 해야 하거든요.
흙, 식물, 사람이 만든 제품 등 모두가 소중하지요. 끝까지 아껴서 다 써 주어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흥청망청하대요. 아무래도 큰 기업체에서 소비자한테 '사서 써라, 쓰는 체하다가 마구 내버려라. 그리고는 또 사라, 사라...'라고 부추끼는 것 같고요.
작은 씨앗 하나에도 생명이 깃들여 있지요.
님의 댓글이 예쁘군요. 남이 내다버린 식물/화초를 걷어 들여서 생명을 또 이어준다는 게...
식물은 증식시키고, 개량해서 널리 퍼뜨렸으면 합니다.
식물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