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을 둘로 나눌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요. 당신이 여행을 떠난다면, 치밀한 계획을 짜는 사람입니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까? 모르겠다고 하지 마세요. 무엇이든 답하세요.’
- 서효인 詩『분류와 대조』
- 시집〈좋음과 싫음 사이〉
가게의 내부는 비어 있었다. 간판도 사라졌다. 아끼는 소품 가게다. 아니 아껴온 소품 가게였다. 주인의 안목이 빼어나 감탄을 하면서도, 유명해지면 내 몫조차 없게 될까 봐 조용히 방문해왔다. 전혀 낌새가 없었는데.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SNS에는 이제 온라인 스토어만 운영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직접 보고 만져보고 하는 즐거움을 더는 기대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정작 당사자는 홀가분해 보인다. 부침이 꽤 심했던 모양이다. 고정비용 부담도 크고 쉴 새 없이 일하는 바람에 몸도 아프지만, 무엇보다 무례한 손님들 탓에 스트레스가 컸다 한다. 같은 자영업자로서 수긍이 간다. 퍽 점잖은 사람들이 모이는 서점이라고 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피해 가지는 않을 터, 마음이 어지럽고 힘들 때가 있다. 부끄럽지만, 손님과 다툰 적도 있다. 한때는 사람이 싫어서, 피하고 싶어서 서점을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자영업 팔 년 차에 이르러 이제는 제법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기보다 스스로의 완고한 태도를 버린 덕분이리라.
결국, 사람의 일이다. 좋음과 싫음이란 내가 마련한 기준에 불과하며, 이를 잣대 삼아선 안 될 일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게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용서받았겠지. 모쪼록, 소품 가게 사장님도 무사히 마음 상처를 극복하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