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현 리포터는 아시아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허벅지가 드러나고 몸에 꼭 붙는 분홍빛 초미니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그 덕분에 18일에는 ‘원자현 노출’이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원자현 리포터의 미니 홈피에서 찾아낸 비키니 사진까지 돌려보며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의 적절한 옷차림에 대해 갑론을박 논쟁을 벌였다. “선정성이 지나쳐 민망하다”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 땄다는 소식보다 리포터 몸매 보는 것에 관심이 먼저 갔다”는 부정적인 반응에 “방송인에게는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데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큰 죄인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옹호론이 맞섰다.
원자현 리포터는 노출이 심한 옷으로 구설에 오르자 해명 인터뷰에서 “이번 의상은 사전에 제작진과 논의했고 논란이 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민망하셨다면 죄송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포츠 프로그램 미녀 리포터들의 ‘상업적’ 옷차림은 방송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TV가 처음 시도했으며, 이후 지상파 방송사에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포츠 프로는 남성들이 주로 보기 때문에 미녀 진행자를 내세워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민영 방송사인 SBS의 경우 올해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당시 스포츠 관련 심야 프로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의 아나운서를 집중 투입했다.
MBC도 광저우 아시아경기 이전부터 ‘스포츠 매거진’이나 ‘야구 읽어주는 남자’ 같은 스포츠 프로들에 노출이 심한 옷차림의 리포터를 내보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초미니를 입은 미녀 리포터가 젊은 남자 선수를 인터뷰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는 비난과 “시대가 변하지 않았느냐”는 옹호론이 함께 제기됐다.
그러나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도를 넘은 야한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영주 미디어문화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방송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그럼에도 지상파에는 엄중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여성의 몸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출 경쟁을 벌이는 여성 진행자들을 이탈리아 상업 프로그램의 ‘벨리나(velina·쇼걸)’와 비교하기도 한다.
조희제 문화평론가는 “상업방송이 득세한 이탈리아에서는 벨리나라고 불리는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양념처럼 등장해 섹시한 매력을 뽐낸다”고 전했다. 벨리나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낳은 독특한 직업군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지상파 스포츠 프로에 등장한 미녀 군단이 ‘한국의 벨리나’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