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역사,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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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무궁화 꽃 이야기를 하자면 마음 한편이 아련해집니다.
꽃인데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려있기 때문입니다.
무궁화를 영어로 무엇이라 부를까요.
글로벌 시대라 영어에 능통하다 하지만, 무궁화의 영어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정말 드뭅니다.
직역해서 “Endless flower”가 아니냐고 말한 사람이 있어 한참 웃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무궁화의 영어명은 “Rose of sharon”, "샤론의 장미" 라고 합니다.
샤론이라면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의 척박한 땅입니다.
성경에서는 예수를 샤론의 장미라고 하며 찬송하기도 합니다.
린네는 무궁화의 학명을 'HIbiscus sirianus'로 명명했는데 'Hibiscus althea'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Hibiscus는 히브리어로 신의 이름이고 althea는 치료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합니다.
sirianus는 지역 이름이지요.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가 어떤 연유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불가사의합니다
사실 무궁화는 세계적으로 많이 피어 있는 꽃입니다.
부탄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무궁화가 심어져 있으며, 미국 워싱턴 D.C.에도 무궁화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와이 가로수로도 무궁화가 심어져 있는데, 하와이 주화가 무궁화였습니다.
무궁화 꽃을 매우 아름답게 여기고 귀하게 대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무궁화 꽃을 천덕꾸러기처럼 대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딧물이 많이 끼는 꽃,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을 유발하는 꽃, 핏빛을 닮은 꽃,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지조 없는 꽃...
기가 막히고 슬픈 일입니다.
알고 보면 설사와 구토 등에 효과가 있어 요즘 유행하는 히비스커스(Hibiscus)라는 고급 차의 원재료가 무궁화이고, 서양에서는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하여 인기가 대단히 높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무궁화가 폄훼되었는지, 그 이유가 정치적이라는 것도 서글픕니다.
하나의 꽃에 불과한 식물이 정치적인 이유로 뿌리채 뽑히고 불태워지고, 구석진 밭의 울타리용으로 취급받았으니요.
일제 때 일어난 폐습입니다.
그만큼 무궁화가 우리 민족과 일체시되는 민족의 꽃이라는 인식때문인 것이지요.
법률적인 근거는 없지만 관습적으로 무궁화는 우리의 국화로 여겨집니다.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깃들인 것은 역사가 대단히 오래되었습니다.
신라 때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내는 문서(사불허북국거상표, 謝不許北國居上表)에서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무궁화의 나라)이라고
자칭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으로 본다면, 우리가 스스로 무궁화를 나라의 대표 꽃으로 생각한 역사는 적어도 천이백 년가량 됩니다.
조선시대에는 무궁화를 과거에 급제하면 어사화라고 머리에 꽂아 주었고, 아침에 꽃이 피고, 저녁이 꽃이 지는 훈화로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하여 지조가 있는 꽃으로 예찬했었습니다.
무궁화는 7월부터 늦게는 10월까지 매일 새로운 꽃이 핍니다.
그렇게 해서 한 해에 2, 3천 개의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마치 유구한 역사를 살아오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꽃을 피우며 지속되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애환과 닮지 않았나요.
무궁화의 꽃말이 영원함, 아름다움, 순수함이지만, 색도 은은하고 꽃이 오래가서 우리 민족이 무궁하게 발전하라는 뜻을 담아 ‘무궁화’라고 하는 것 아닐지요.
"샤론의 장미"
척박한 땅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고난의 역사를 딛고 세계 속에서 우뚝 영광의 꽃을 피워낸 우리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듯 하기만 합니다.
무궁화는 이제 영광을 뜻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국가 원수에게만 수여하는 훈장이 무궁화 대훈장입니다.
대통령 휘장, 대통령실의 문양, 국회의원 배지, 법원의 문장, 그리고 경찰관, 국군의 장교 계급장 등에 무궁화 꽃문양을 쓰고 있으니, 무궁화는 고귀하고 높은 품격을 표시하는 문양이 되었습니다.
무궁화의 아름다운 꽃과 색깔과 의미를 생각하며 무궁화가 전국 방방곡곡, 무궁무진하게 활짝 피는 대한민국을 그려 봅니다.
영광과 수난이 반복하던 질곡 깊은 역사 속에서 무궁화는 오늘도 피고 지길 반복합니다.
그 강인한 생명력에 찬탄을 보내며, 우리 민족의 역사가 계속되고 빛나도록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소명과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