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나는 대로 쭉 써서 글이 좀 두서 없을 수도 있습니다. (_ _ )
BL이니 백합이니 하는 것들은 이제 생각보다 흔히 보이는 소재일 겁니다.
예전에는 정말 일부 극소수의 매니아들에 의해서만 취급되던게, 이제는 서브컬쳐계 전반에서 비교적 수요가 있는 '장르'가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간혹은, 이러한 문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소수자에게 해악이 되는 일이 아니냐, 라는 지적도 곧잘 나옵니다.
대체로 BL은 여성들이, 백합은 남성들이 소비하게 되는 구조상 전적으로 성적 판타지로써 소비된다고 봐야 하긴 할 겁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 동성애를 왜곡하고 이성애자의 성적 욕망을 체우게 되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이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거기까지는 인정하지만, 그게 소수자에게 해가 되는가 하고 질문해보자면 잘 모르겠습니다.
동성애에 관한 매체 소비와 동성애자들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 사이의 상관관계도 물론 애매하긴 하죠.
다만 그에 앞서, 우리는 이미 온갖 것들을 미디어 매체의 환상으로 소비하고 살아가고 있거든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범죄, 전쟁, 테러, 심지어 제노사이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미디어 매체 상에서 쉼없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있어선 지극히 절망적인 사건들이 '스릴러' 내지 '서사시' 같은 '즐길거리'로써 전락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미 미디어 매체를 통한 판타지 소비라는 건 상당히 만연해있는 상태이죠.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냐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둘 다 잘못되었다,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저는 후자의 경우에도 그다지 잘못되었다 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플라톤 식으로 해서 '유해매체 뿌리는 시인 XX들 추방시켜!'라 할지도 모릅니다만,
윤리적 잣대의 적용이라는 건 결국 실제 행위에 국한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상의 미디어 매체에 대해서는 어떤 윤리적 잣대를 갖고 심판하다 보면 정말 끝이 없어지니까요.
아마 현재 존재하는 미디어 매체의 90% 가까이를 소멸시켜야 할 지도 모릅니다.
일부는 매체에 내재되어 있는 의도에 한정해서 심판해보자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가령 한 편의 영화 안의 사건들이 전적으로 나치 독일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목적에서 배치되었다 한다면 이건 해악이라는 것이죠. (프로파간다 영화 '의지의 승리' 같이?)
문제는 간혹 예술 작품 특유의 '의미적 중의성'으로 인해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어느 한 쪽의 해석이 옳다라고 정해놓기 애매한 문제가 되버리죠.
혹은, 매체상에 등장하는 하나의 비윤리적인 묘사가 '꼭 필요했는가'를 점검해 보자는 입장도 있을 겁니다.
아무 맥락 없이 영화 안에서 아이를 강간하는 장면이 포함된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윤리적 해이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도 역시 애매한 문제가 됩니다. '꼭 필요한 연출'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요?
액션 영화에서 굳이 사람들이 폭발로 죽어야 하는 이유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단지 관객의 쾌감을 위해서 사람이 죽는 장면들이 연출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건 꼭 필요한 연출이고 윤리적인 것일까? 하고 묻는다면 고개가 갸웃하게 됩니다.
극중에 어떤 비윤리적인 장면이 출현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관객을 자극시키는 의도라는 점에서 액션영화가 사람 여럿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매체 상에서는 어떤 표현이 이루어지든 관용되어 마땅한 걸까요?
저는 아무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만 반감을 갖고 계실분들도 분명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상 매체상에서 적용해야 할 윤리적 잣대라는 것은 어느 선을 기준으로 정해져야 하는 것일까요?
한번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첫댓글 저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하는 식으로 가치중립적인 특정 집단/속성에 직접적으로 편견을 부여하는 것은 없었으면 합니다만
그것도 시대상 표현이라든가 화자가 부도덕한 인물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긴 하죠.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명확한 기준이 있기보다는 그냥
1. 그 집단/속성에 얽힌 각종 권력의 정도와 2. PC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따라 대부분 갈리는 것 같네요.
당장 한국에서도 성별이나 지역과 관련된 스테레오타입화는 비교적 사소한 사안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동성애자->강간범을 내포하고 있는 '먹잇감을 노리는 매석천'이라든가(달리 홍석천과 강간을 엮을 아무런 배경이 없으므로)
유흥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것과 같은 심각한 편견들은 공공연하게 쓰이고 딱히 문제가 공론화되지도 않죠.
2번은 PC의 의미상 당연한 거고...
당위 이야기하시는데 딴 소리 하는 거 같기는 합니다만, 이런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당위보다는 현실이 훨씬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ㅋ
전 BL백합 같은 것들뿐 아니라 붕탁이니 엉덩국이니 하는 것들도 죄다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는데, 이걸 극단적으로 현실에 적용하면 매체란 게 존재할 수가 없으니...
아예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인간인 이상 불가능한 일이구요.
@다스라니스키 그보다는 모든 작품에 이상이 있어서 당위적 문제는 맞는데, 그와 배치되는 또 다른 가치가 있어 둘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간극에서 현실적 조건들이 크게 작용한다...고 하는 게 제 생각에 좀 더 부합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저야 '문제는 있지만 미디어 자체의 가치도 있을 테고 이걸 세세하게 분석하기도 싫으니 현실적 토의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 정도지마는
누군가는 하나의 당위를 완전히 부정하여 모두 규제하거나, 모두 관용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고
공리주의적으로 PC와 미디어 자체의 가치 사이에서 사회후생 극대화점을 찾아내어 -.-ㅋ 그만큼만 규제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다스라니스키 다만 그런 보편적인 관점을 개별 사례들에 실제로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권력 같은 것들이 작용하는 거구요.
아무튼 전 정당성 부여라는 것도 결국 어떤 가치에 대한 다수의 합의로 이루어진다고 보기도 하고...
그런 매체가 세상을 바꿀 목적성과, 실질적으로 주는 영향이 있는가에 따라 다르겠죠.
강간장면을 집중 묘사한 포르노가 있다 치죠. 그리 바람직한 매체는 확실히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매체가 세상을 강간의 왕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만든것도 아니고, 딱히 그걸 본사람이 강간마가 된다는 증거도 없다면, 그 매체가 잘못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미디어가 비윤리적 상황을 보여주고 거기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소비를 할것이고 아니라면 욕을 하겠죠. 너무 아니다 싶은것은 사장되기 마련일테고요.
바람직한 미디어물이라는 정의는 상대적이여서 여기에 윤리적 잣대를 대기는 너무 어려워보이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 애초에 모두가 합리적 사고만 하면 차별도 없고 범죄도 없고 아무것도 없겠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만 아니면~"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요.
@AgeOfEmpires 님은 그걸 '가상과 현실을 혼동'이라고 볼지 모르겠으나, 영화나 소설 등에 담긴 내용들이 현실세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건 이미 자명한 사실이죠.
현실에 영향을 준다면 당연히 토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방법에 대한 건 현실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그리고 그런 '멍청이'들이 세상에 많은 이상, 님처럼 가상세계에 대한 윤리적 잣대 자체를 부정하는 건 걍 문제를 외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뛰어내리고 미끄러지는 놈들이 문제니까 스크린도어니 안전장치니 논의하지 말고, 그냥 '지하철에서 장난치거나 뛰어내리지 마시오'라고 교육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님이 생각해도 좀 이상하지 않나요?
@AgeOfEmpires 제가 반박한 건 "가상세계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거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된다는 부분이고, 님이 마지막 댓글에서 이야기하는 건 "방법에 대한 건 현실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문제는 윤리적 잣대 자체가 아니라 그 잣대를 적용하는 방법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과 효과고,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서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괜찮은 거죠.
애초에 윤리가 대부분 그런 거지만 ㅋㅋ
@벤장라자 "영화나 소설 등에 담긴 내용들이 현실세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건 이미 자명한 사실이죠."
전혀 자명하지 못하다는게 가장큰 문제입니다....
애초에 TV의 보급으로 인한 폭력확산이라는 문제도 어마어마하게 미묘한 문제라서 생각있는 학자라면 함부로 입밖으로 꺼내지도 못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들이 부탄-세인트헬레나섬 문제인데 부탄에서는 TV의 보급으로 혼란이 초래되었다고 표현하지만 세인트헬레나섬은 보급후에 전혀 그런 변화가 없었다는 점과 더불어서, 캐나다 미국의 TV컨텐츠 소비에 큰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의 차이가 극명한 것에서 전혀 자명하지 못하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gakamoz 더 대표적으로 게임의 폭력성 전파에관한 부분도 너무나도 애매한데다가 지금 확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엄밀한 과학적 합리주의를 적용한다면 '폭력성을 전파안한다' 라고 말해도 무관할 수준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비디오게임의 보급률이 극적으로 상승한 20세기 후반~21세기 초반의 경우에는 범죄율이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과 이에대해서 비판적인 스티븐 핑커의 빈서판 등에서 얘기하듯 애초에 게이머들의 대부분은 가상과 현실세계를 구분하여 판단한다는 연구도 나온상황인데다, 미국심리학회들이 영향준다고 의회에 발표했던게 사실은 헛소리 투성이었다는 것도 밝혀져서 입지가 애매합니다.
@gakamoz --ㅋ '영향'이라는 걸 지나치게 협소하게 보시는 것 같은데요.
도가니가 영화화되자 인화학교 사건이 이슈화되고,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은 뒤 노예제를 부정하고, 미국식 영웅주의 영화를 본 뒤 애국심이 생겨나고...
이런 것도 다 영향입니다.
@벤장라자 그 제시하셨던 영향 사례들은 사실 역인과도 가능하죠. 현실세계의 영향->작품세계에 반영 이것도 아주 자주있는 일이고 충분히 설명히 가능합니다. 또한 화제를 던진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것 역시 당대의 여론과 시민의식에 따라 변화하는지라 이게 '영향을 주어서 바뀌었다' 인지 그 '여론에 맞아서 그걸 사용했다' 인지는 너무 애매하고 파악해야되는 요인이 어마어마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빙산의 일각만 보고 판단하는 격이죠)
게다가 규제하자거나 윤리적인 얘기를 해봐야한다는 것도 부정적인 내용이 현실세계에 투영되는 것을 두려워해서인데, 애초에 위의 내용을 생각하면 아주 의미없는 행위에 불과하죠.
@gakamoz 자꾸 반례가 아닌 걸로 반증하시려는 것 같은데요, 당연히 모든 매체와 현실 세계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겁니다. 그 영향이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어떤 형태이든지요. 애초에 논의 과정에서 편의를 위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했을 뿐이지 실은 매체 자체도 현실 세계의 일부고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의미를 잃는다면, 인과관계가 간단하여 논의할 수 있는 사회현상이 세상에 몇이나 있습니까. 아니면 더 세세하게 파기 위해 복잡계와 임계점 이야기라도 해야 할까요.
@gakamoz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를 '도덕의 이름으로 매체를 억압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스테레오타입화된 특정 부류로 단정 짓고 대하시는 것 같아 굉장히 불쾌하네요. 인화학교 이슈->도가니만 영향이 있고 도가니->인화학교 이슈는 영향이 없다고 보시면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러나 본인께서 말씀하신 것과 제가 말씀드린 게 어떤 면에서 어긋나고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미디어 매체마다도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에 매체마다 좀 다르게 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아동 성범죄를 그리더라도 만화가 가지는 영향력과 영화가 가지는 영향력은 분명히 다르겠죠.
사실 가상매체의 경우, '가상'이기에 규제가 의미있나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사고의 제한을 간접강요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각종 상상과 환상을 가집니다. 이게 공통윤리적으로 맞지 않아도 문제될 건 없습니다. 허상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만화,애니 등의 이런 걸 상상 공유정도로 보고있습니다. 다만 영화는 실제 배우 기반인지라 좀 혼란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