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의 창간 16주년을 축하합니다.스포츠서울은 94년 제가 프로첫 15(골)-15(도움)클럽에 가입했을 때 처음 대문짝만하게 소개하는 등 기록을 많이 챙겨줬는데 결국 ‘50-50클럽’에 들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나게돼 안타깝습니다.”
최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적토마’ 고정운(35·전 포항)이 최근 스포츠서울 창간인터뷰에서 요즘 심경을 밝혔다.‘체력의 화신’인 그지만 99년 9월 23일 일어난 교통사고의 후유증과 세월의 무상함에 떼밀려 이제 조용히무대 뒤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프로에서 12년반을 뛰면서 30골-30도움,40골-40도움 클럽 가입 1호,94월드컵을 정점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맹위를 떨치던시절들….그 기나긴 영광의 세월을 뒤로 하고 현역무대를 떠나는 그의 감상을 들어봤다.
▶은퇴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혼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결정하고 나니까 속이 후련하다.끝까지 해보려고 했는데 몸도 안되고 구단 사정도 있고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스포츠서울과도 참 인연이 깊었네요.창간 16주년이라…. 8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니13년은 함께 했네요.앞으로도 잘 좀 써주세요(웃음).
▶더 뛰고 싶은 생각은 정말 없는가.중국의 이장수 감독과도 막후에 말이 있었잖은가.
최순호 감독에게 말했지만 마무리는 포항에서 한다고 약속했다.포항이 자유계약으로 풀어준다 해도 국내 다른 팀에서 더 뛸 생각은 없다.중국도 내가힘이 있을 때 가야 도와줄 수 있지 괜히 이장수 감독에게 짐만 된다.
▶은퇴하는 소회는.
많은 노장의 바람이지만 오랫동안 축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좋겠다.가령 나의 연봉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은 그리 대단한 선수가 아니다.그러나 항상 4∼5년 전의 전성기 때와 비교한다.예전 수준을 바란다면 많은선수가 조기은퇴할 수밖에 없다.지난해 독일에서 수술받고 재활훈련할 때윤성규 전 수원단장이 좋은 말을 해줬다.독일에서는 국가대표로 뛰다가도 계속 축구를 하고 싶으면 나이들수록 2부,3부로 내려가면서 연봉도 깎여가면서도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정말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풍토다.
▶현역시절 중 가장 남는 기억은.
94월드컵 때 나를 축구팬들에게 알릴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돼 좋았다.또 일화에 3년연속우승을 안겨줄 때다.
▶같은 맥락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93년 94미국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때 북한전을 치르고 나서다.일본이 이라크와 비기는 바람에 나가게 된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또 프로축구 3년연속우승한 95년 챔피언결정전(2차전까지 결정전이 계속된 무승부로 3차전까지간 프로축구 최고의 명승부)이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된다.2차전에서 당시 2-0으로 지고 있다가 3-2역전골(결국 3-3무승부)을 넣은 것과 안양 3차전에서이상윤의 연장골든골을 어시스트해 1-0으로 우승했었다.
▶선수생활 중 지금도 가장 아쉬웠던 일은.
94년 월드컵이 끝나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에 갔더라면 나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계약단계까지 이르러 독일까지 갔다가 일화구단이틀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무산됐다.그뒤 97∼98년에 일본 J리그에 가긴 했지만 경제적으로는 괜찮았지만 축구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은퇴 후 지도자로 나설 계획인가.
그렇다.아직 지도자 생활을 할 곳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실력쌓는 것이 우선이다.오는 8월 13일 독일 브레멘을 시작으로 약 1년간 유럽과 브라질에서연수할 계획이다.브레멘과 쾰른에서 2개월씩 교육을 받은 뒤 영국에서 3주짜리 지도자코스도 이수하겠다.독일에 있을 때는 동구권 축구도 경험해볼 것이고 유럽연수가 끝나면 브라질도 다녀와 세계축구의 흐름에 뒤지지 않는 지도자로 태어나고 싶다.
▶은퇴경기 일정과 계획은.
아직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그러나 떠나기 전 포항 최순호 감독이 어떤 형식이든 마련해주겠다며 준비하고 있다.다만 94월드컵 때 멤버들인 황선홍,홍명보 등과 일화시절 멤버인 안익수,그리고 친한 김도훈 등과 한팀을 이뤄 포항과 경기를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