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언무책(易言無責)
사람이 말을 쉽게(함부로) 하는 것은 꾸짖음이 없어서라는 뜻으로, 진심어리고 책임질 수 있는 무게있는 말과, 그것을 실천하는 행동으로 품격을 가진 리더가 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易 : 쉬울 이(日/4)
言 : 말씀 언(言/0)
無 : 없을 무(灬/8)
責 : 꾸짖을 책(貝/4)
출전 : 맹자(孟子) 이루장구(離婁章句) 上
이 성어는 맹자(孟子) 이루장구(離婁章句) 上 22장에 나온다.
孟子曰: 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
맹자(孟子)가 말했다. '사람이 그 말을 쉽게 하는 것은 책(꾸짖음. 책망함.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孟子集註)
人之所以輕易其言者, 以其未遭失言之責故耳.
사람이 가볍고 쉽게 말을 하는 것은 실언을 했을 때를 책(責)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蓋常人之情, 無所懲於前, 則無所警於後.
무릇 일상적인 사람의 정서는, 전에 징계한 바가 없으면, 후에도 경계하지 않는다.
非以為君子之學, 必俟有責而後不敢易其言也.
군자의 학문을 행함이 아니면 반드시 책임이 있음을 기다리고, 그런 후에야 감히 쉽게 말을 하지 않는다.
然此豈亦有為而言之與.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또한 (그렇지 않은) 행함이 있었기에 말한 것이리라?
선거는 끝났고 막말의 뒤끝이 남았다. 표 때문에 안 해야 할 말들이 난무했다. 맹자 '이루(離婁)' 장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나무람을 받지 않아서이다(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라 했다.
주자는 '사람이 그 말을 가볍게 하고 함부로 하는 까닭은 실언에 대해 나무람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막말의 버릇이 사회적 견책 장치가 없기 때문이란 뜻일까? 나무람을 받게 되면 막말의 버릇이 고쳐질까? 또 나무람을 받기 전까지는 막말도 면죄부를 받게 되는 걸까?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 봐 주자가 덧붙였다. '군자의 학문이 반드시 꾸짖음이 있기를 기다린 뒤에야 감히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연유가 있어 말한 것이다.'
맥락이 있어 한 말이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럴까?
후한 때 조기(趙岐)는 '사람이 말을 경솔하게 뱉는 것은 실언에 대해 나무람을 받지 않아서이다(人之輕易其言, 不得失言之咎責也)'라고 했다.
주자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기도 사람이 함부로 말하며 임금에게 바르게 간하려 들지 않는 것은 책임지는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풀이를 더 보탰다. 그래도 설명이 어딘가 옹색하다.
다산은 '맹자요의(孟子要義)'에서 이 구절에 대한 조기와 주자의 풀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람이 덕을 잃는 것은 말을 경솔하게 하는 것보다 심한 것이 없다. 조괄(趙括)은 경솔한 말 때문에 패했고, 마속(馬謖)은 경솔한 말로 인해 죽임을 당했다. 하물며 학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면, 이는 버린 물건일 뿐이니 그에게 무슨 벌을 준단 말인가? 이 때문에 꾸짖을 것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人之失德, 未有甚於易言. 趙括以易言敗, 馬謖以易言誅. 況於學者乎? 人之易其言也, 此是棄物, 於女何誅? 故曰'無責耳矣.
이렇게 보면 위 맹자 본문은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면 나무랄 것도 없다'가 된다. 쓰레기 같은 말을 하면 쓰레기 취급을 해야 해서, 나무랄 가치도 없다는 의미로 풀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허를 찌르는 역발상의 해석이었다.
孟子 第4篇 第1章 離婁章句 上 22
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
(사람이 말을 쉽게 하는 이유)
孟子曰: 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
맹자께서, '사람이 말을 쉽게 내뱉는 것은 그 말에 따른 꾸지람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셨다.
易, 去聲.
○ 人之所以輕易其言者, 以其未遭失言之責故耳.
사람은 말을 경박하고 쉽게 하는 까닭은 실언의 꾸지람이 따르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蓋常人之情, 無所懲於前, 則無所警於後.
대개 보통 사람의 정은 면전에서 징계 받지 않으면 뒤에선 경계할 게 없다.
非以爲君子之學, 必俟有責而後不敢易其言也.
군자가 되는 학문은 반드시 꾸지람을 기다린 뒤에야 감히 그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然此豈亦有爲而言之與?
그러나 이것이 아마도 또한 행위가 있었기에 그것을 말한 것이리라.
○ 鏞案, 集註從趙之原註, 然趙之兩說, 恐皆未然.
내(다산)가 살펴보기론 '주자집주'에서는 조기의 원주를 따랐지만, 조기의 두 가지 말이 아마도 모두 다 옳지 않은 것 같다.
余謂. 人之失德, 未有甚於易言.
그래서 나는 말하겠다. '사람이 덕을 잃음은 말을 쉽게 하는 것보다 심한 것이 없다.
趙括以易言敗, 馬謖以易言誅, 況於學者乎?
조괄은 쉽게 말함으로 패했고, 마속은 쉽게 말함으로 죽임을 당했으니 하물며 배우는 자랴?
人之易其言也, 此是棄物, 於女何誅.
사람이 말을 쉽게 하면 이것이야말로 버려진 물건이 되니, 무얼 벌줄 게 있으랴.
故曰: 無責耳矣.
그렇기 때문에 '꾸짖을 게 없을 뿐이다'고 말한 것이다.'
이언무책(易言無責)
품격 있는 군자가 가져야 할 리더십 요건 중 하나가 결단력이다. 현실을 보면 결단력이 없는 리더, 즉, 우유부단한 리더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주관이 없어서 대세를 쫓아가거나 지나치게 신중하기 때문에, 많은 설문에서 최악의 직장상사 유형으로 꼽히고 있다.
즉, 리더가 우유부단하게 되면 믿고 따라야 할 구성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팀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맹자는 리더의 결단력을 강조하며 말하고 있다. '만약에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당장에 빨리 그만 둘 것이다(如知其非義, 斯速已矣).'
맹자(孟子) 등문공장구(滕文公章句) 하(下)에 나오는 이 말은 다스리는 자의 결단력을 강조하는 말로서 왕도(王道) 정치의 실현을 위해 리더가 가져야 할 실행력을 이야기한 것이다.
원문의 해석을 보면,
대영지(戴盈之)가 말하기를, '10분의 1을 세금으로 내는 제도를 실시하고, 관문과 시장에서의 징수세(徵收稅)를 폐지해 버리는 것은, 지금 당장에는 시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 경감(輕減) 하였다가, 내년까지 기다린 후에 폐지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맹자께서 말씀 하시길, '지금 어떤 사람이 있어서, 말하기를, 매일 그 이웃의 닭을 훔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이르기를, '그것은 군자가 할 짓이 아니오' 하니, 그가 말하기를, '그러면 그 수효를 줄여서, 한 달에 닭 한 마리씩을 훔치다가, 내년까지 기다린 후에야 그만 두도록 하지요' 라고 대답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만약에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당장에 빨리 그만 둘 것이지, 어찌하여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겠습니까?'라 하였다.
如知其非義, 斯速已矣, 何待來年.
그러니 멈추어야 하는 것은 바로 멈출 줄 알고, 잘못 진행되고 있는 것은 버릴 줄 알며, 실행해야 하는 것은 바로 실행할 줄 아는 결단력이 왕도(王道) 정치의 실현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잘못된 제도와 법률을 당장에 빨리 멈출 것이다(如知其非義, 斯速已矣)'고 맹자는 품격있는 리더의 모습으로 결단력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리더는 가볍게 행동하지 않고,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가져야 하겠다. 맹자는 이에 대해, '말을 쉽게 하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다(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 즉 이언무책(易言無責)이라고 말한다.
맹자(孟子) 제4편 제1장 이루장구(離婁章句) 상(上)에 나오는 이 말은 '사람들이 그 말을 쉽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는 말이다.
즉, 사람들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쉽게 말을 한다는 것은, 그 말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내뱉은 말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진실로 자신이 책임질 말이라면, 심사숙고한 후에 말을 해야한다. 그러므로 경박하고 가벼운 말을 내뱉는 자의 말은 경계하고, 자신도 심사숙고한 후에 책임 있는 말만 하라는 훈계의 말이다.
그런데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절실한 이유는 당연히 신뢰의 문제가 직결돼 있다. 무릇 실천하지 않는 말은 공허하고, 말과 어긋나는 행동은 힘을 잃는 법이다.
입으로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훌륭한 말을 쉽게 쏟아내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 말처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스스로에 대한 기만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속이는 것이다.
또 전에는 그렇게 말했으면서 지금은 반대로 행동하고, 자기는 이렇게 행동했으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다르게 행동하라고 말을 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가 신뢰자본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말을 하고 그 말을 반드시 실천하며 그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쉽게 하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다(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는 뜻의 '이언무책'을 보며 책임질 수 있는 무게있는 말로 품격을 가진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맹자요의 읽기
離婁 第四
○ 배운다는 것 : 어떻게 살 것인가
1. 君子不敎子易子以敎之章
(자식을 위하거든)
남의 자식과 서로 바꾸어 가르쳤다는 '역자이교(易子而敎)'를 부모 자식 간에는 인정에 끌리고 감정에 휘둘리기 쉬워 제대로 된 교육도 올바른 책선도 힘들다는 말쯤으로 받아들였다.
낯섦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타자를 만나고 이해하는 과정, 타자와의 관계가 넓고 깊어지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인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향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해서 공분(公憤)을 샀던 스무 살 청년을 생각한다. 조부모를 잘 만난 탓에 그에게는 타자를 만날 기회가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낯섦을 설렘과 성장으로 바꾸는 기회보다는 동일성의 세계에서 안전하게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기회를 주지 못한 아비가 책임을 느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요즘 청소년들이 잘못을 하고 난 후 가장 많이 내뱉는 말이 '장난이었다'이다. 왕따, 학교폭력,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장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이나 타자의 고통은 오로지 그 사람의 입장에 서 있을 때에만 이해된다.
장난이라는 말에는 타자의 고통은 존재할 자리가 없다. 다만 나의 행위에 재미를 정당화하는 것만 남는다. 타자를 괴롭히는 것이 상처를 주는 행위가 아닌 장난이기 때문에 타자에게 고통이나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
아무리 동일성의 세계에 살았다고 해도 스무 살이 된 청년이 죽음과 희생에 대한 예(禮)와 애도(哀悼)를 배우지 못한 것은 교육의 부재를 말해준다. 그러니 자식을 사랑하거든 맹자의 말씀을 새겨볼 일이다.
(離婁上 18)
公孫丑曰: 君子之不敎子, 何也.
공손추가 말하였다. '군자가 직접 자식을 가르치지 않음은 어째서입니까?'
孟子曰: 勢不行也. 敎者必以正; 以正不行, 繼之以怒. 繼之以怒, 則反夷矣. 夫子敎我以正, 夫子未出於正也. 則是父子相夷也. 父子相夷, 則惡矣. 古者易子而敎之, 父子之間不責善. 責善則離, 離則不祥莫大焉.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세(勢)가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자는 반드시 올바름으로써 하는데, 올바름으로써 가르쳐 행해지지 않으면 노함이 뒤따르고, 노함이 뒤따르면 도리어 자식의 마음을 상하게 된다. '부자께서 나를 바름으로써 가르치시지만 부자도 행실이 바름에서 나오지 못하신다'고 한다면 이는 부자간에 서로 의를 상하는 것이니, 부자간에 서로 의를 상함은 나쁜 것이다. 옛날에는 자식을 바꾸어 가르쳤다. 부자간에는 선으로 책하지 않으니, 선으로 책하면 정이 떨어지게 된다. 정이 떨어지면 불상(不祥)함이 이보다 더 큼이 없는 것이다.'
2. 有不虞之譽有求全之毁章
(올 것은 반드시 온다, 너로부터 나로부터)
주자는 행실이 칭찬을 불러올 만하지 못한데도 우연히 칭찬을 얻는 것을 '불우지예(不虞之譽)'라 이르고. 비방을 면하기를 구하다가 도리어 비방을 불러옴을 '구전지훼(求全之毁)'라 했다. 비방과 칭찬이 반드시 진실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몸을 닦는 자는 훼예(毁譽)로써 대번에 근심하거나 기뻐해서는 안 될 것이요, 사람을 관찰하는 자는 이것으로써 가볍게 올려주거나 물리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자는 내가 노력한 것 이상의 결과와 칭찬을 '불우지예'로, 내가 노력한 것보다 참담한 결과를 '구전지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산 선생은 다른 해석을 한다. 이 해석이 참으로 좋다. 내가 노력한 것으로서의 결과와 칭찬이 '불우지예'이며, 내가 한 잘못과 허물을 덮으려다 받게 되는 곤란과 비판을 '구전지훼'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운이나 요행을 바라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삶, 잘못이나 허물을 발견했을 때의 자세와 태도를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은 나에게서, 너에게서, 우리에게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올 것은 상이든 벌이든 반드시 온다.
물론 세상을 둘러보고 주변사람을 살펴보면 반대의 경우가 다반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믿어야만 절제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여유당전서 7)
鏞案 趙註大謬, 呂說亦差.
조기의 주(註)는 아주 잘못되었고, 여씨의 견해도 어긋났다.
余謂要譽而得譽者, 非不虞也, 凡人遇事, 信心直行, 不避毁謗, 反或以此而得譽, 此不虞之譽也.
내가 생각하기로는 칭찬을 바라서 칭찬을 받은 것은 불우(不虞)가 아니요, 무릇 사람이 어떤 일을 당해 신심으로 곧게 행하여 비방함을 피하지 않았다가 도리어 더러는 그 일로 인해 칭찬을 받기도 하는데 이것이 불우지예이며,
偶誤而得毁者, 非求全之毁也, 必於作過之後, 又從而文過飾非, 以掩其跡, 反或因此而增毁, 此求全之毁也.
우연히 잘못되어 비난을 받는 것은 구전지훼가 아니요, 반드시 잘못을 저지른 뒤에 또 이것을 밀고나가 허물을 꾸며 변명해서 잘못의 흔적을 감추려다가 도리어 더러는 그 일로 인해 비난을 더하게 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구전지훼이다.
呂氏謂‘毁譽之言, 未必皆實’, 恐非本旨.
여씨가 '훼예(毁譽)의 말은 반드시 모두 진실된 것이 아니다'고 이른 것은 아마 본디의 취지가 아닌 듯싶다.
(離婁上 21)
孟子曰: 有不虞之譽, 有求全之毁.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예상치 않은 칭찬이 있으며, 완전하기를 구하다가 받는 비방이 있다.'
3. 人之易其言也無責耳矣章
(꾸짖을 필요조차 없다)
며칠 전,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짜증과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미 시작된 짜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시작은 사소했다. 세월호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상대는 새삼 가족과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고 말했다. 세상은 공평하니 이 행복을 지키고 살겠다는 이야기였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고, 내가 뭐라 할 일은 더구나 아니었음에도 그 말을 듣는 순간 가라앉히고 있는 분노가 출렁였다. 그만하자고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았지만, 내 입에서 나가는 말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후회의 밤을 보냈다. 내가 화가 났던 것은 사실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기분이 상할 말을 했다.
'맹자'와 '맹자요의'를 읽으니 다시 반성하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소통과 교육이 불가능하지만, 말은 사람에게 상처의 칼이 되기도 한다.
타자의 존재를 인식할수록 죄책감의 압박이 커진다. 하지만 자기 안에 갇힌 인간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공감능력이 없으니 죄책감이 없는 듯 보인다.
호통 치는 지도자는 있는데, 사과하는 책임자는 없다. 결국은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책임은 없고 온통 부도덕한 나쁜 개인만이 난무한다.
처음에는 선장과 선원이 있었고, 그 다음은 뜬금없이, 아니 너무나 신속하게 유병언과 구원파가 등장했다. 그리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말했다.
원론적, 법적으론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청와대에서 나올 말인가. 선원 전원 구속이나 처벌, 유언비어 유포자 처벌, 유병언 일가 수사, 전문가의 입단속이 그렇게 급한 일인가.
사과와 책임은 없이 통제와 지시만 하는 권력, 이를 묵인하고 허용하는 국민은 진정 미개할지도 모르겠다. 쉽게 망각하는 우리도 미개하다.
(여유당전서 7)
鏞案 集註從趙之原註, 然趙之兩說, 恐皆未然. 余謂人之失德, 未有甚於易言, 趙括以易言敗, 馬謖以易言誅, 況於學者乎.
'집주'는 조기의 주를 따랐지만, 조기의 두 가지 설은 모두 그렇지 않은 듯싶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사람의 실덕은 말을 경솔히 뱉는 일보다 심한 것이 없으니, 조괄이 말을 경솔히 하여 싸움에 지고, 마속이 말을 경솔히 하여 죽음을 당했거늘, 하물며 학자에 있어서랴!
人之易其言也, 此是棄物, 於女何誅. 故曰, 無責耳矣.
사람이 말을 경솔하게 뱉으면 그는 바로 버려진 물건이니 그에게 벌을 줄 가치조차 있을까? 그러므로 '꾸짖을 필요조차 없다'고 말한 것이다.
孔子曰: 言之不怍, 其爲之也難.
공자는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으면 그것을 실천해 나가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離婁上 22)
孟子曰: 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꾸짖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책이의(無責耳矣)'를, '꾸짖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로 해석하는 것과 '꾸짖을 필요조차 없다'로 해석하는 것의 간극은 크다. 다산 선생의 해석을 보고 있노라면, 맹자나 맹자에 대한 다른 해석보다 훨씬 근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묘한 의구심도 고개를 드는데, 이 의구심은 다산 선생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대에 대한 것이지 싶다.
신문의 도쿄 특파원이 쓴 기사였는데,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고 일본인 기자가 했다는 말이다. '2005년 4월 25일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로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다쳤다. 그때도 현재 한국에서 그렇듯 모든 책임을 열차 기관사에게 돌리려는 흐름이 있었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러면 안된다. 모든 책임을 한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면 사회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형사 책임을 묻는 '수사'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 재발을 막는 '조사'라는 것이다.'
불신이 깊다. 불신은 그 자체로 지옥을 만든다.
▶️ 易(바꿀 역, 쉬울 이)는 ❶상형문자로 반짝반짝 껍질이 빛나는 도마뱀의 모양이란 설과 햇볕이 구름사이로 비치는 모양이란 설 따위가 있다. 도마뱀은 아주 쉽게 옮겨 다니므로 '바뀌다', '쉽다'는 뜻으로 되고 햇볕도 흐렸다 개였다 바뀌며 햇살은 어디나 비치므로 '쉽다'는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易자는 '바꾸다'나 '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易자는 日(해 일)자와 勿(말 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易자의 갑골문을 보면 그릇이나 접시를 기울여 무언가를 쏟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그릇에 담겨있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담는다는 뜻이다. 그릇에 담긴 것을 내다 버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易자에는 '쉽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이때는 '이'로 발음을 한다. 그래서 易(역, 이)는 ①바꾸다, 고치다 ②교환하다(交換--), 무역하다(貿易--) ③전파하다(傳播--), 번지어 퍼지다 ④바뀌다, 새로워지다 ⑤다르다 ⑥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배반하다(背叛--) ⑦주역(周易), 역학(易學) ⑧점(占) ⑨점쟁이 ⑩바꿈 ⑪만상(萬象)의 변화(變化) ⑫국경(國境) ⑬겨드랑이 ⑭도마뱀(도마뱀과의 파충류) 그리고 ⓐ쉽다(이) ⓑ편안하다(便安--), 평온하다(平穩--)(이) ⓒ경시하다(輕視--), 가벼이 보다(이) ⓓ다스리다(이) ⓔ생략하다(省略--), 간략(簡略)하게 하다(이) ⓕ기쁘다, 기뻐하다(이) ⓖ평평하다(平平--), 평탄하다(平坦--)(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될 화(化)이다. 용례로는 얼굴빛을 바꾸어 어진 이를 공손히 맞이함을 역색(易色), 나라의 왕조가 바뀜을 역성(易姓), 음양으로 길흉 화복을 미리 아는 술법을 역수(易數), 점치는 일로 업을 삼는 사람을 역자(易者), 점에 관한 책을 역서(易書), 역의 괘에 나타난 형상을 역상(易象), 바꾸어 놓음을 역치(易置), 초벌로 쓴 원고를 고침을 역고(易藳), 사태의 판국을 바꾸어 놓음을 역국(易局), 나라의 정치적 판국을 바꾸어 놓음을 역국(易國), 격한 마음을 누그려뜨려 기색을 즐겁고 편안하게 함을 이기(易氣),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종전의 규정이나 법규를 고치어 바꿈을 이르는 말을 역현(易絃), 솜씨를 바꾼다는 뜻으로 여러가지 방법이나 수단을 써서 탐욕스럽게 남에게서 재물을 뜯어냄을 이르는 말을 역수(易手), 이름을 바꾼다는 뜻으로 시호를 내림을 이르는 말을 역명(易名), 행하여 나가기 쉬움을 이행(易行), 이곳 물건과 저곳 물건을 팔고 삼을 무역(貿易), 근심이 없고 편안함을 안이(安易), 서로 물건을 사고 팔아 바꿈을 교역(交易), 아주 쉬움을 용이(容易), 간단하고 쉬움을 간이(簡易), 까다롭지 않고 쉬움을 평이(平易), 어려움과 쉬움을 난이(難易), 바꾸어 고칠 수 없음 또는 그리하지 아니함을 불역(不易), 변하여 바뀜을 변역(變易), 고치어 바꿈을 개역(改易), 해가 바뀜을 삭역(朔易), 몸가짐이나 언행이 까다롭지 않고 솔직함을 솔이(率易), 글에 담긴 뜻이 얕고 쉬움을 천이(淺易), 제도나 규범이 바뀜을 철역(轍易), 힘들지 않으며 가볍고 쉬움을 경이(輕易),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움을 낙이(樂易), 옮겨 바꿈 또는 옮겨 바뀜을 이역(移易), 더없이 쉬움 아주 쉬움을 지이(至易), 편리하고 쉬움을 편이(便易), 미쳐서 제 정신을 잃음을 광역(狂易), 고양이로 고양이를 바꾼다는 뜻으로 사람을 교체하여도 별다른 성과가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이묘역묘(以猫易猫), 쥐로 고양이를 바꾼다는 뜻으로 사람을 교체한 것이 도리어 이전 사람만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이서역묘(以鼠易猫), 동이를 중화로 바꾼다는 뜻으로 동방의 풍속을 중화의 풍속으로 변화시킨다는 말을 이이역화(以夷易華), 횡포한 사람으로 횡포한 사람을 바꾼다는 뜻으로 바꾸기 전의 사람과 바꾼 뒤의 사람이 꼭 같이 횡포함을 이르는 말을 이포역포(以暴易暴),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오랜 세월을 두고 바뀌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만고불역(萬古不易), 깨끗하며 욕심이 없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평이담백(平易淡白), 오래도록 변화하지 않음 또는 영구히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천고불역(千古不易), 영원히 바뀌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만대불역(萬代不易), 관과 신발을 놓는 장소를 바꾼다는 뜻으로 상하의 순서가 거꾸로 됨을 두고 이르는 말을 관리도역(冠履倒易), 목이 마른 자는 무엇이든 잘 마신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은 은혜에 감복하기 쉬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갈자이음(渴者易飮), 사람은 있는 곳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니 그 환경을 서로 바꾸면 누구나 다 똑같아 진다는 말을 역지개연(易地皆然), 매사를 소홀히 하고 경솔함은 군자가 진실로 두려워하는 바임을 일컫는 말을 이유유외(易輶攸畏), 머리를 잘라 술과 바꾼다는 뜻으로 자식에 대한 모정의 지극함을 이르는 말을 절발역주(截髮易酒), 나의 자식과 남의 자식을 바꾸어 교육한다는 뜻으로 부자 사이엔 잘못을 꾸짖기 어렵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을 역자교지(易子敎之), 아비와 할아비를 바꾼다는 말로 지체가 좋지 못한 사람이 지체를 높이기 위하여 옳지 못한 수단으로 자손이 없는 양반 집의 뒤를 잇는 일을 일컫는 말을 환부역조(換父易祖),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생겨난다는 말을 난사필작이(難事必作易), 한 번 정하여져 바뀌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일정불역(一定不易), 쉽기가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음을 일컫는 말을 이여반장(易如反掌), 달리 고칠 수 없는 근본이 되는 법을 일컫는 말을 불역지법(不易之法), 세월이 흐르면 풍속도 저절로 바뀜 또는 세상이 변함을 일컫는 말을 시이속역(時移俗易), 덕이 있으면 천명을 받아 나라를 다스리게 되지만 덕을 잃으면 다른 덕이 있는 이에게 천명이 옮으므로 혁명이 일어난다는 뜻으로 왕조가 바뀜을 이르는 말을 역세혁명(易世革命),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바꾸어서 가르친다는 뜻으로 자기 자식의 잘못을 꾸짖기는 어렵다는 말을 역자이교지(易子而敎之),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변통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이역부득(移易不得), 하늘을 옮기고 해를 바꾼다는 뜻으로 간신이 정권을 농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이천역일(移天易日), 횡포로써 횡포함을 바꾼다는 뜻으로 악한 것을 또 다른 악한 것으로 갈아 바꿈 또는 폭군을 내몰았으나 다시 폭군을 맞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이포역포(以暴易暴), 나쁜 풍속이 좋은 쪽으로 바뀜을 이르는 말을 이풍역속(移風易俗), 변하지 않고 바뀌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천불역(不遷不易), 나뭇가지를 꺾는 것과 같이 쉽다는 뜻으로 대단히 용이한 일을 이르는 말을 절지지이(折枝之易), 남을 헐뜯는 나쁜 말을 하기 쉬움을 일컫는 말을 악어이시(惡語易施), 작은 것으로 큰 것과 바꿈을 일컫는 말을 이소역대(以小易大), 싸우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전이수난(戰易守難), 식량이 없어 자식을 바꾸어 먹다는 뜻으로 극심한 기근을 일컫는 말을 역자이식(易子而食), 진을 치면서 장수를 바꾼다는 뜻으로 요긴한 시기에 이르러 숙달된 사람을 버리고 서툰 사람으로 바꿈을 이르는 말을 임진역장(臨陣易將)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예사로운 표현 속에 만만치 않은 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뜻으로 놀라거나 근심이 있어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고 침착함을 이르는 말을 언소자약(言笑自若),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말과 행동이 같음 또는 말한 대로 행동함을 언행일치(言行一致),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이르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말 가운데 말이란 뜻으로 순한 듯 한 말속에 어떤 풍자나 암시가 들어 있다는 말을 언중유언(言中有言), 두 가지 값을 부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에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언무이가(言無二價), 남의 인격이나 계책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언청계용(言聽計用), 하는 말과 하는 짓이 서로 반대됨을 일컫는 말을 언행상반(言行相反), 말은 종종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유소화(言有召禍), 태도만 침착할 뿐 아니라 말도 안정케 하며 쓸데없는 말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언사안정(言辭安定) 등에 쓰인다.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처지를 이르는 말을 무원고립(無援孤立), 끝이 없고 다함이 없음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무궁무진(無窮無盡),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능(無所不能), 못 할 일이 없음 또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위(無所不爲), 무엇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불통지(無不通知),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기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일체의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상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념무상(無念無想), 아버지도 임금도 없다는 뜻으로 어버이도 임금도 모르는 난신적자 곧 행동이 막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부무군(無父無君),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매우 무지하고 우악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무지막지(無知莫知), 자기에게 관계가 있건 없건 무슨 일이고 함부로 나서서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불간섭(無不干涉),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몹시 고집을 부려 어찌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가내하(無可奈何),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이나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용지물(無用之物) 등에 쓰인다.
▶️ 責(꾸짖을 책, 빚 채)은 ❶형성문자로 債(채)의 고자(古字), 责(책)는 간자(簡字), 债(채), 㥽(책)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龶(자, 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부수(部首)를 제외한 글자 龶(자)는 朿(자)의 변형으로, 빌려준 돈(貝)을 갚으라고 재촉한다는 뜻이 합(合)하여 꾸짖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責자는 '꾸짖다'나 '빚'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責자는 '꾸짖다'라고 할 때는 '책'이라 하고 '빚'을 뜻할 때는 '채'로 발음한다. 責자는 貝(조개 패)자와 朿(가시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朿자는 '가시나무'를 그린 것으로 '가시'나 '동여매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責자는 이렇게 가시를 뜻하는 朿자에 貝자를 결합해 '가시가 돋친 돈'이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재촉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責자는 빌려준 돈을 갚지 못하면 책망을 당한다는 의미에서 '꾸짖다'나 '나무라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責(책, 채)은 (1)책임(責任) (2)책망(責望) 등의 뜻으로 ①꾸짖다 ②나무라다 ③책망하다 ④헐뜯다 ⑤취하다 ⑥받아내다 ⑦요구하다, 바라다 ⑧재촉하다 ⑨권하다 ⑩책임을 지우다 ⑪책임, 직책(職責) ⑫의무 ⑬처벌 그리고 ⓐ빚(=債)(채) ⓑ부채(負債)(채) ⓒ빌려 준 금품(金品)(채) ⓓ빌려 줌(채) ⓔ빌리다(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꾸짖을 핵(劾),꾸짖을 질(叱), 꾸짖을 가(呵), 꾸짖을 타(咤), 꾸짖을 갈(喝), 꾸짖을 매(罵), 꾸짖을 힐(詰), 꾸짖을 견(譴)이다. 용례로는 직책과 임무로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을 책무(責務), 꾸짖어 물음을 책문(責問), 죄인이나 혐의자를 책임지고 보증을 서던 일을 책보(責保), 남에게 모든 일을 잘하여 나가도록 요구함을 책비(責備), 친구 사이에 옳은 일을 하도록 서로 권함을 책선(責善), 도맡아 해야 할 임무를 책임(責任), 자기가 자신을 책망함을 책궁(責躬), 어려운 일을 실행하도록 책하고 권고함을 책난(責難)허물을 들어 꾸짖음을 책망(責望), 칙령으로 벼슬을 시킴을 책배(責拜), 저지른 과오에 대하여 이를 뉘우치고 반복하지 않도록 징계하기 위하여 주는 벌을 책벌(責罰), 책임을 지고 부담시키는 일을 책성(責成), 나무라는 말이나 꾸지람하는 말을 책언(責言), 책임지고 물품을 내어 줌을 책응(責應), 꾸짖어서 나무람을 질책(叱責), 직무상의 책임을 직책(職責), 책망이나 책임을 면함을 면책(免責), 잘못을 캐묻고 꾸짖음을 문책(問責), 잘못을 따져서 꾸짖음을 힐책(詰責), 책망하여 바로잡음을 질책(質責),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꾸짖음을 자책(自責), 꾸짖어 책망함을 가책(呵責), 남에게 빚을 짐을 부책(負責), 책임을 스스로 짐을 인책(引責), 중요한 책임을 중책(重責), 바로 그 사람앞에서 잘못을 책망함을 면책(面責), 몹시 재촉함 또는 몹시 책망함을 독책(督責), 화를 내어 책망함을 노책(怒責), 잘못을 따져 꾸짖음을 논책(論責), 몹시 꾸짖음이나 큰 꾸지람을 대책(大責),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다는 뜻으로 자기의 잘못을 덮어두고 남만 나무람을 이르는 말을 책인즉명(責人則明), 스스로 제 허물을 꾸짖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책기지심(責己之心), 친구는 서로 착한 일을 권한다는 뜻으로 참다운 친구라면 서로 나쁜 짓을 못 하도록 권하고 좋은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말을 붕우책선(朋友責善), 기생 집에서 예절을 따진다는 뜻으로 가당치 않은 데서 격식을 찾음을 비웃는 말을 창가책례(娼家責禮), 사람됨이 가히 책망을 할 만한 가치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족가책(無足可責), 사리를 따지어 잘못을 꾸짖음을 일컫는 말을 거리책지(據理責之), 일속을 잘 알지 못하고 관계가 없는 사람을 그릇 책망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생면대책(生面大責),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꾸짖음을 일컫는 말을 인과자책(引過自責), 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 배상의 책임을 민사책임(民事責任), 일정한 불법 행위에 따라서 형벌을 받게 되는 법률 상의 책임을 일컫는 말을 형사책임(刑事責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