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우아한 유령
지은이: 유춘강
판 형: 148*210mm
쪽 수: 272쪽
가 격: 17,000원
발행일 : 2024년 6월 5일
ISBN : 979-11-86452-99-8 03810
펴낸곳 : 숨쉬는책공장
16세기 삼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허난설헌의 삶에서 온
역사 판타지 소설
16세기를 산 허난설헌이 21세기를 산다면?
“21세기의 누군가는 그런다. 대단한 아들의 어머니로, 역사 속에 찬란히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재능으로 이름을 알린 조선의 여인은 ‘허난설헌’뿐이라고.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특출한 재능으로 명나라와 일본에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유일무이한 여인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른다. 담 안에 갇힌 채 서서히 죽어 가던 허난설헌의 실체를.”
_본문 중에서
‘옥혜’라는 별칭과 ‘난설헌’이라는 호, ‘경번’이라는 자를 지닌 허초희. 1563년부터 1589년까지 스물일곱 살까지의 삶을 산 그는 타고난 시인, 화가, 문장가였고,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나였으며, 김성립의 아내였다. 그의 사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출간된 허난설헌 시집은 지금으로 보자면 팬덤이라 할 수 있을 집단적인 사랑과 추앙을 받았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16세기의 허난설헌은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뎌야 했고 아이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특히 시어머니에게는 아들보다 문장 실력이 뛰어난 며느리 허난설헌이 눈엣가시였다. 남편 김성립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당시 삼국을 시로 사로잡았던 허난설헌이 21세기에 살았다면 과연 그의 삶은 어땠을까? 《우아한 유령》은 바로 그 상상에서 비롯한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허난설헌과 이어진 인연
《우아한 유령》을 쓴 작가 유춘강은 열다섯 살에 허난설헌을 처음 만났다. 조선을 대표한 인물들에 관한 책을 통해서다. 당시 작가는 여덟 살에 시를 쓴 허난설헌이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른 즈음에 다시 그를 만났다. 그가 쓴 시 <유선사>를 통해서였다. 그의 시를 읽으며 작가는 깊은 공감을 하고 신사임당은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데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허난설헌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후 작가는 허난설헌을 또 만났다. 운전을 하다 길을 잘못 들어 허난설헌의 묘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허난설헌의 묘 앞에 선 작가는 생각했다. 허난설헌의 처연했던 삶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그러면서 작가는 《우아한 유령》을 쓰기 시작했다.
▮지은이
유춘강
서울에서 태어났다. 여행을 좋아해서 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했다.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1995년 29살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29세>로 등단했다. 작품으로 <노랑나비>, <러브 레터>, 〈사랑에 관한 솔직한 검색>, <란제리클럽>, <피스타치오 나무 아래서 잠들다>, <쇼윈도우 패밀리>, <옥춘>, <꽃이 붉다 한들>, <레몬> 등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
1. 어여쁜 너를 잃고 울다
2. 꽃등 켠 밤, 홀로 울다
3. 매화, 도착하다
4. 벚꽃처럼 지다
5. 꽃이 붉다고 한들
6. 21세기 그대
7. 꽃등 연서
8. 안녕, 보이저 1호
에필로그
▮책 속에서
오백 년 전에 잠시 살았던 여인에 심취한 그는 말하자면 ‘허난설헌 덕후’다. 덕후답게 ‘허초희’라는 이름 외에 ‘자’인 경번, 옥혜라는 알려지지 않은 이름까지 알고 있다. 조상의 성묘는 못 가도 초월리에 있는 허난설헌의 무덤은 스타벅스까지 들려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해 수시로 간다. 그곳에 가면 줄을 서서 말라 가는 꽃다발이 있는데 아마도 열의 일곱은 그가 가져다 놓은 것이 분명하다. 대체 그는 허난설헌이 사랑하던 꽃이 ‘작약’이란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본문 중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21세기에 신사임당은 오만 원 고액권을 장식하는 주인공이 됐다. 모자가 동시에 지폐의 등장인물이 되다니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녀가 허난설헌처럼 시집살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요절을 했어도 고액권의 간판 인물이 되었을까? 서른아홉 살까지 친정에서 살다가 마지막 10년만 시집에서 지내는 편안한 시집살이를 한 여인이다. 모진 시집살이로 복장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던 허난설헌에 비하면 그녀의 시집살이는 간헐적 시가 방문인 셈이니 현모였을지는 모르나 양처는 아니다. 물론 현모도 양처도 되어 본 적이 없던 나는 그녀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
-본문 중에서
누나의 모진 시집살이를 홍이에게 들은 균은 분노했다. 더구나 종이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심지어 방문을 잠가서 나올 수 없게 한 적도 있다는 소리를 듣고 노발대발했다. 매형은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인사이기에 그렇게 마음이 변할 수 있는지 울분이 치밀었다. 아버지와 형이 살았더라도 김씨 집안 사람들이 이랬을까 싶어 괘씸했다.
-본문 중에서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나는 것은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지요. 남자도 여자도 평등하고 여인이 자기만의 재능으로 시를 짓고 글을 쓰며 자랑스럽게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언제 오려는지.”
경번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얼굴엔 슬픔의 비를 품은 구름이 한가득하다.
-본문 중에서
“허난설헌이 사실은 병사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말이 있어. 집 안 연못에 빠져 죽었다는.”
그가 놀라운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 말하자 ‘풋’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여덟 살에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을 쓴 허난설헌이 일자무식 시어머니와 바람둥이 남편을 참다가 견디지 못해서 어느 날 연꽃을 보고 있다가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사느니 죽자, 뭐 그런 거 아닐까?”
그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본문 중에서
기록에 의하면 1606년 허균은 명나라 시인 주지번에게 누이의 시를 보여 주었다. 이후 명나라에서 시인 주지번에 의해 허난설헌의 시가 알려졌고 중국에서 출간된 《난설헌집》은 중국 문인들이 곁에 두고 읽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런데 아무런 연유 없이 1711년 일본에서 무역상 분다이야 지로(文台屋次郞)에 의해 출간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본문 중에서
그러나 학문은 오직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를 살았던 두 여인은 모두 질타의 대상이 되었다. 높은 지적 수준을 지닌 두 여인은 당연히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여 무라사키 시키부는 소설과 일기에, 경번은 시작에 몰두해야만 했다. 그래도 어쩌면 ‘무라사키 시키부’의 인생이 경번보다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김성립은 종종 생각했다. 어찌 됐거나 살던 곳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본문 중에서
알라딘 <우아한 유령>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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