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에 빠져

[주오돈]

가을빛에 빠져

계절은 어느새 만추에 접어들었다. 입동 절기 십일월 첫째 월요일은 내가 유일하게 속한 문학회 동인들과 기행 일정이 잡혀 하루 경남 서북부 거창 함양 일대를 둘러오기로 된 날이다. 정한 시간에 전세버스가 출발하는 창원종합운동장 만남의 광장으로 나갔다. 같은 생활권에 사는 얼굴이 익은 몇몇 회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라 마산과 내서에서 합류한 회원도 있었다.

나는 정년 이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혼자서도 잘 노는데 문학회 회원이 가을 나들이에 함께 가자는 권유를 받고 뿌리칠 명분이 없었다. 지난봄엔 같은 일행들과 순천 일대로 다녀왔더랬다. 신록이 싱그럽던 선암사 숲길과 드라마 세트장을 두르면서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하루를 잘 보냈다. 이후 여름에는 다수 회원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들면서 안부를 나눈 자리를 가졌다.

지난 추석 무렵 교직에서 은퇴 후 진주로 옮겨가 노후를 보내신 선배 문인 한 분이 작고하셨다. 현재 여든을 넘기신 원로 문인이 몇몇 분 계시는데 바깥나들이에 동행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건강을 잘 유지한 두세 분은 여든과 일흔을 훌쩍 넘기고도 함께 길을 나서 마음이 놓였다. 이번 가을에 명성이 있는 상을 받았거나 작품집을 엮어 내신 분들도 있어 의미가 컸다.

우리가 탄 버스는 간이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달려 현풍에서 예각을 크게 틀어 해인사 앞을 지나 거창으로 향했다. 차창 밖에는 추수를 끝낸 들녘에 양파와 마늘이 심겨 싹이 터 자라고 볏짚을 묶은 더미들이 보였다. 집행부가 알뜰하게 준비한 간식이 넉넉하게 제공되었다. 아침 식사를 대신할 따뜻한 떡과 각종 과일과 과자들이 봉지에 담겨 나누어졌다.

우리는 거창에서 고속도로를 내려 닿은 목적지는 창포원으로 합천댐 상류 수몰지에 해당하는 광활한 유역에 조성된 생태 환경 공원이었다. 늦은 봄날에 창포꽃이 아름다웠겠지만 늦가을의 국화꽃도 완상할 만했다. 대국보다 소국을 기기묘묘한 괴석이나 괴목의 회분에 붙여 키운 아름다움을 한껏 보게 되었다. 열대 식물원 대형 유리온실에서 남국의 싱그러운 화초들도 함께 구경했다.

창포원에서 나와 갈치조림과 고등어구이가 미역국과 함께 차려진 점심상을 받았는데 마주 앉은 원로 문인과 맑은 술을 곁들인 반주를 함께 들었다. 점심 식후는 거창의 명승지인 위천 수승대로 향했다. 요수정의 청청한 소나무와 거북바위가 인상적이었다. 여름이면 야외무대에서 연극제가 펼쳐지는 피서지로도 알려진 명소였다. 지역 유력 성씨 거창 신씨 선대 구연서원을 둘러봤다.

수승대에서 안의를 거쳐 함양으로 넘어와 상림으로 갔다. 차창 밖의 산천은 가을빛이 완연했다. 신라 적 함양 태수로 부임해 간 최치원이 조성했던 숲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나는 지난여름 대학 동기들과 함양 인산가에서 하룻밤 머물고 둘러본 곳이기도 했다. 지자체에선 인근 농토를 꽃밭으로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했는데 가을이 이슥해지니 꽃들이 시들어갔다.

유서 깊은 상림 숲으로 드니 올해는 여름부터 가을에 이르도록 강수량이 적어 단풍 색상이 예년보다 곱지 않았더랬다. 지난주 초등학교 친구들과 내장산 단풍놀이를 갔을 적에도 수분이 부족한 수목은 단풍이 부석부석 시드는 기색이었더랬다. 버스에서 내린 회원들과 삼삼오오 대열을 이루러 상림의 숲길을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천년교 포트 존에서 단체로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짧아진 가을 해가 기울기 전 진주로 향하는 차에서는 서울에서 내려왔던 회원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 해 맑은 술을 잔에 채워 주고받았다. 남해고속도로를 달려온 버스는 함안 인근 국도의 신당고개 한 식당으로 들어 황태해장국으로 하루의 여독과 숙취를 푸는 저녁상을 받았다. 어둠 속에 아침의 출발 역순으로 회원들이 순차적으로 내려 집에 닿았더니 가을밤이 이슥해진 때였다. 22.11.07

[강명자]

유튜브로 듣고 좋아요 누르고
카페에서도 잘 읽었습니다
어제 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선생님!!^^

[주오돈]

반갑기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강 선생님을 비롯해
회원님들이 열심히 살고
밝고 건강한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옥영숙]

글의 행적으로 기행에 동참합니다
상상으로 그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