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공동 연구팀, 성인 20,811명 대상 19.2년 추적 관찰
능동적 좌식 활동 시간 많을수록 치매 발병 위험 낮아져
‘인지적 활동’을 병행하는 치매 예방 전략 제시
뇌를 쓰는 활동은 에너지 소비가 높고 사회적 연결성을 강화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TV 시청처럼 인지적 자극이 적은 상태로 앉아 있는 시간보다 사무 업무나 독서처럼 뇌를 쓰는 좌식 활동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마츠 할그렌(Mats Hallgren) 박사 연구팀은 35~64세 성인 2만여 명을 대상으로 19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신체 활동만큼이나 ‘앉아 있을 때 뇌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치매 예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요인임을 시사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분석은 치매 초기 증상으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드는 ‘역인과관계’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부터 추적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35~64세 성인 20,811명의 생활 습관을 파악한 뒤, 이들의 좌식 행동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TV 시청이나 음악 감상처럼 인지적 노력이 적게 드는 ‘정신적 수동 활동(Mentally passive)’과 사무 업무, 회의, 독서, 뜨개질 등 뇌를 자극하는 ‘정신적 능동 활동(Mentally active)’으로 구분해 치매 발생 여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약 19.2년의 추적 기간 동안 전체 대상자 중 569명에게서 치매가 새롭게 발생했는데, 앉아 있는 동안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치매 위험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BMI), 흡연, 음주, 만성질환 등 건강 영향 요인을 보정한 결과, 능동적 좌식 활동이 하루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보호 효과는 50~64세 장년층에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와 더불어 신체 활동량이나 TV 시청 등 인지 자극이 없는 정적인 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뇌를 쓰는 좌식 시간만 하루 1시간 추가했을 때도 치매 위험이 약 11%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덜 앉아 있는 것’보다 어떤 활동으로 시간을 채우느냐는 ‘질적 대체’가 치매 예방의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TV 시청 등 수동적인 좌식 시간 1시간을 독서나 업무 같은 능동적인 시간으로 바꿀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약 7% 낮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TV 시청 자체는 초기 분석에서 위험을 높이는 경향을 보였으나, 모든 변수를 고려한 최종 분석에서는 직접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는 뇌 혈류와 대사 작용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인지 자극이 없는 수동적 좌식은 뇌 혈류량을 감소시키는 긴 ‘부동 자세’로 이어지기 쉬운 반면, 능동적 좌식은 잦은 휴식과 움직임을 유발해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는 혈당 조절을 돕기 때문이다. 또한 뇌를 쓰는 활동은 에너지 소비가 높고 사회적 연결성을 강화해, 중년기부터 뇌의 저항력을 높이는 ‘인지 예비능’ 구축에 기여한다.
연구를 이끈 마츠 할그렌 박사는 “단순히 얼마나 앉아 있느냐보다 어떤 인지적 활동을 하느냐가 치매 예방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 등 현대인의 다양한 스크린 이용 행태를 포함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Mentally Active Versus Passive Sedentary Behavior and Risk of Dementia, 19-Year Cohort Study: 정신적 능동 활동과 수동적 좌식 행동이 치매 발병률에 미치는 영향, 19년 코호트 연구)는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미국 예방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게재됐다.
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