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 맛, 쓴 맛
인생이 좋네 나쁘네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생은 좋기도 하고 동시에 나쁘기도
한 것이라고 말해야 옳다. 인생으로 인해,
오직 인생으로 인해 우리는 좋음과 나쁨의
개념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면,
삶은 달콤하고, 끔찍하며, 매력적이고, 달고, 쓴,
모든 것을 아우른다. 인생은 빨간색이기도 하고
파란색이기도 하며 두 가지 색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색을 띠기 때문이다.
- 아나톨 프랑스의《에피쿠로스의 정원》중에서 -
* 인생은 한 가지 색이 아닙니다.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모든 색이 섞여 있습니다.
인생은 한 가지 맛이 아닙니다. 단 맛, 쓴 맛, 떫고, 맵고,
끔찍한 맛이 섞여 있습니다. 인생의 개념과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항상 단 맛만 맛볼 수 없고,
더 자주 쓴 맛을 맛보게 되며, 쓴 맛을 보았기에
단 맛을 더 잘 알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이
반드시 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
손현희 이름없는새 제4회 강변가요제 대상 앵콜
https://youtu.be/E2RIZLUrdOM
햇빛 나니
참 좋다
누릿한 가을빛
온 누리에 감도는 듯
오늘은 아침 일찍 조개 캐러 가기로
톡 보내고 바로 동물 챙겨 주었다
식은 밥 한술 데워 묵은김치와 고추장 넣어 비벼 후닥닥 해치우고
집사람과 같이 심원 만돌로
구름이 하늘 가득
금방 비라도 쏟아질 것같단다
예보 보니 오전엔 구름 만 끼고 햇빛 난다고 했으니 괜찮다고
심원에 도착하니 8시가 좀 넘었다
바다를 보니 마음이 툭 터지는 것같다
답답한 마음이 사라진다
난 이래서 바다를 좋아한다
다행히 예보대로 먹구름보다 구름이 엷어져간다
이미 바다엔 경운기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우리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항상 우리가 조개 캐던 곳으로
물은 이미 거의 다 빠졌다
오늘이 음력 초 이틀이라 물이 멀리 나고 가까이 든다
보통 조석은 조금엔 간만의 차가 적고 초와 보름엔 차이가 높다
우리가 항상 캐던 곳에 가니 좀 떨어진 곳에서 두 아지매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들어 온 것 같다
난 조개를 주로 물속에서 캔다
물이 빠지면서 생긴 물길 속에 들어가 캐면 좋다
물속 모래를 갈퀴로 긁어 놓고 불거져 나온 조개를 줍는게 편하다
물속에 들어가 갈퀴로 몇 번 긁는데 딸깍하는 경쾌한 소리
그 자릴 다시 긁어 보니 큰 백합 하나가 딱 불거진다
원 이런 횡재가...
긁혀져 나온 동죽도 봄에 캔 것보다 더 크고 검은 테를 둘러 먹음직스럽게도 보인다
하나씩 주워 담을 때마다 옹골진 느낌
전체적으로 나오는 양은 봄과 비슷
이런 정도 나온다면 조개 캘만 하겠다
반바구니 넘게 캔 후 잠깐 휴식
가져간 호박즙 하나 먹었다
집사람은 너무 힘들단다
그럼 좀 앉아 있으라고 하니 어떻게 우두커니 앉아 있냐고
이 너른 바다 한가운데 앉아 명상해 보는 것도 좋은데...
다시 한바탕 캤다
처음보다 많이 나오지 않는다
다른 자리로 이동해 캐 보았다
작은 조개도 있지만 하나씩 나오는게 아주 크고 좋다
이런 정도만 나오더라도 조개 캘 만 하지 않을까?
경운기들이 나가기 시작한다
어? 이제 물이 들어오는 시각인데...
여긴 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세시간 정도는 더 작업을 할 수가 있다
집사람이 우리만 남아 있다며 빨리 나가자고 재촉
그래 우리가 먹을 양은 충분히 캤으니 우리도 나가자고
배낭에 담아 보니 가득
내가 다 지겠다고 하니 집사람도 작은 배낭에 나누어 담아지겠다고
혼자서 어떻게 다 지겠냔다
나오면서 무척 힘들어 한다
몸도 좋지 않은데 무리이겠지
나도 예전보다 배낭을 덜 채웠는데도 무겁게 느껴진다
그만큼 힘이 없어진다는 얘기일까?
힘들어서 도중에 한번 쉬었다가 나왔다
밖에 나오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한 두어시간 바다에서 작업 한 것같다
구름 걷히고 해가 난다
얼마만의 해인가
너무나 반갑다
당분간이라도 이런 햇빛 났으면 좋겠다
정리해서 집으로
해리에서 이른 점심으로 짜장이나 먹고 가자고
해리면소재지에 있는 중화식당 짜장이 그런대로 맛있다
삼선짜장을 시켰는데 양이 참 많다
짜장 소스도 맛있고 재료도 골고루 들어 있다
맛있게 한그릇 먹었다
집에 도착하니 1시가 다 되었다
일찍 바다에 다녀오니 한가
집사람이 힘들다며 나에게 뒤처리 하라더니 내가 하는게 시원찮은지 직접 나서 야무지게 처리한다
손끝이 똑소리 난다
뒤처리하고 캐 온 조개를 몇집 나누어 주기로
이왕 캐 온거니까 나누어 먹는 것도 좋겠지
아산 월산 형님 재봉 노열동생에게 한봉지씩 가져다 주며 해감한 뒤 해먹으라고
이제 찬바람 나니 조개도 맛있을 때가 되었다
그도 일이라고 피곤
집사람은 목욕 다녀온다기에 난 낮잠 한숨
조사장 전화
젖은 올벼가 있는데 닭모이로 쓰려냐고 묻는다
그거 괜찮겠다고 하니 가지고 오겠단다
생각해주는 조사장이 고맙다
시사유트브 시청
김웅 의원의 청부 고발 사주에 대한 인터뷰
그게 말이라고 주장하는가
그런데 왜 언론은 그대로 받아 써 주지
일방적으로 자기가 잘못했는지를 밝혀 보라는 억지 주장은 법리를 잘 아는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 아닐까?
검찰에서 야당에게 유력 여당인사와 윤총장과 처 장모를 비난하는 기자들을 고발하라고 모든 자료를 첨부한 고발장을 건넸다는 자체가 큰 문제 아닌가?
그게 바로 정치 공작인데 그걸 오히려 여당의 추장군에게 덤터기 씌우려는 작태를 싈드 쳐주는 언론이 바른 정론일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진다고 하지만 그동안 희생당한 사람들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 아닌가?
전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시계 나 한명숙 전총리의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이나 킹크랩 시연회에 참여치 않았다는 증거를 대도 참여했다고 보수 대법관이 판결해 실형을 살게 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일들 일련의 사건을 보면 어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악의 힘이 느껴진다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추구하는지 모른다
인간에겐 끊임없이 지킬과 하이드가 내면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바른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보고 그 길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닭장에 모이가 떨어졌다
싸래기 한포대를 가져다가 닭장 모이통에 부어 주었다
닭들을 솔밭에 내 놓았는데 내가 닭장에 내려가니 부르지도 않았는데 닭들이 모여든다
녀석들 솔밭에서 많이 놀았나?
아님 먹을게 없었나?
모이 한바가지 놀이터 바닥에 뿌려주고 모두 가두었다
노열동생이 올라왔다
병아리 모이를 좀 달란다
내가 부화해 준 오골계 병아리를 오늘 가져갔는데 아직 모이를 사지 못했단다
모이를 한봉지 덜어주고 배추밭에 가루약을 뿌린다고 하니 도와준다고 한다
노열동생과 같이 배추와 무에 가루약을 뿌려 주었다
배추와 무 잎을 많이 갉아 먹어버렸다
살충제를 몇 번 뿌려주었는데도 잡히질 않는다
이젠 장마도 그친다고 해서 가루약으로 뿌렸다
잘 자랐으면 좋겠다
고생했으니 막걸리나 한잔하자고
소시지와 콩자반에 막걸리 한잔
조사장이 자기 집사람과 같이 왔다
젖은 올벼를 싣고 와서 필요하면 얼마든 내리라고
올벼 쌀을 찧으려고 벼를 쪄 저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하루가 지났는데 날씨 더워 모두 떠 버렸단다
소에게 먹이고도 너무 많아 가져 왔다고
열어 보니 벼에서 쉰 냄새가 난다
한주먹 집어다 오골계에게 주니 잘 주워먹는다
벼를 말렸다가 닭들 모이로 주면 괜찮겠다
노열동생과 같이 벼포대를 내렸다
5포대 정도 내리니 노열동생이 그만 내리잔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고
조사장은 실어 온걸 다라도 주겠다는데...
이런 기회가 쉽게 올 수 없는데...
내 욕심 같아선 실어 온 걸 다 내려 말려두었다가 닭모이로 주면 좋겠다
설사 썩어서 닭모이 줄 수 없으면 퇴비로라도 쓸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더 내리자고
노열동생이 나에게 무슨 욕심이 그리 많냐며 웃는다
집사람도 그만 내리라고
10포대 정도 내리니 이만하면 충분하겠단다
더 준다는데도 그만하자니 이해가 안된다
두어 포대 더 내렸다
말려 두었다가 닭모이로 주어도 좋고 많으면 닭장 바닥에 깔아 주어도 좋지 않겠는가
노열동생과 집사람 성화에 그것으로 만족했다
조사장이랑 같이 한잔
오늘 조개 잡아 왔다며 조사장 집사람에게 조개 한봉지를 주었다
그리고 조개를 오븐에 몇 개 구워 술안주로
해감이 덜 되었을 건데도 찌금거리지 않고 맛이 좋다
이런 조개를 더 캐 왔으면 좋겠다
모레 한번 더 갈까?
조사장이 언제 같이 조개캐러 한번 가잔다
그래 조사장네와 한번 가야겠다
노열동생은 젖은 벼를 두포대만 가지고 가겠다고
더 가져가라니 자긴 필요 없단다
닭 키우고 있으니 가져다 말렸다가 모이로 주면 좋을 건데...
나머지 벼를 집사람이 모두 널어 놓잔다
그대로 두면 떠 버릴 것 같다고
수돗가 옆에 그물망을 깔고 벼를 옮겨 널었다
햇볕 좋으면 하루만 바싹 말려도 오래 보관할 수가 있다
수돗가 옆이 부족하여 유씨네와 경계인 마당가 시멘트 길에도 널었다
집사람이 여기에 널었다고 치우라하면 어떻게 하려냐고
그럴리 없겠지만 만약 치우라고 시비하면 한마디 해주어야겠지
끝나고 나니 일곱시가 다 되간다
아이구 오늘 일 많이 했다
집사람 부황 떠 주고 일찍 잠자리로
구름이 불그레
노적봉에 은은한 안개 띠
전형적인 가을 아침 풍경
님이여!
아침저녁 기온이 뚝
코로나와 감기 조심하시면서
오늘도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소중한 새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