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산의 상징인 옥비바위에는 숱한 전설이 전해진다.
보행산행步行山行에는 일반산행과 종주산행, 그리고 대간·정맥산행이 있다. 일반산행은 가볍게 명산을 즐기는 반면, 종주산행은 여러 개의 산을 당일, 또는 무박을 목표로 하고 도상거리도 30km를 넘는다. 대간·정맥산행은 구간별로 나누어 길게는 몇 개월씩 진행하기도 한다. 당연히 체력부담도 가장 크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성취감은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전통적으로 남한 3대 종주코스는 지리산 주릉 종주(노고단~천왕봉, 32km), 설악산 서북능 종주(안산~대청봉, 29km), 덕유산 남북 종주(남덕유산~향적봉, 32km)를 꼽을 수 있다.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산악인들에 의해 테마별 다양한 코스가 꾸준하게 개척되었다. 전국 12대 종주코스 중 3대 코스로는 지리산 화대 종주(화엄사~대원사, 46.3km), 설악산 종주(남교리~미시령, 37km), 덕유산 대종주(육십령~남대천, 46km)가 있다.
도심근교 9대 종주코스로는 서울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48,59km), 대전의 보만식계(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 55km)와 대구 가팔환초 종주(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봉, 44km)가 있다. 이밖에도 부산 오산(59km), 광주 무등산 대종주(58km), 충북알프스(43.9km), 충남 아산기맥(43.9km), 전북 호남알프스(42.8km), 경남 영남알프스(57km) 종주가 있다.
중봉산 아래에는 뜨거운 유황 온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멀리 종괘산이 보인다.
무등산 대종주길 3구간에 있는 중봉산
광주광역시, 나주시, 화순군에 걸쳐 있는 ‘무등산 대종주길’은 국립공원 무등산(1,187m)을 중심으로 도상거리 약 58km다. 무등산 북쪽 극락강과 마주한 용산교에서 시작해 남쪽 나주 지석강(드들강)에서 맺는다.
무등산 대종주길은 2009년 3월에 개통했으며 3개 구간으로 나눈다. 일부 구간은 도심 확장으로 인하여 끊겼지만 전체적으로 등로는 양호하다. 무등산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300~400m급 이하의 능선이라 거리에 비해 산행은 어렵지 않다.
무등산 대종주길 개척을 위해 노력했던 김봉섭(64)씨의 말에 의하면, 산은 물을 가르지 않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원리를 충실히 하고자 했으며, 길을 내기 위해 가시덤불과 사투를 벌여가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무등산 대종주길에는 형식을 갖춘 이정표가 전무하지만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많아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화순 중봉산中峯山(323m)은 무등산 대종주길 3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산세로만 본다면 눈에 띌 것도 없는 평범한 육산이지만 유황 온천인 도곡온천道谷溫泉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래전부터 중봉산 아래 계곡에는 따뜻한 물이 솟아나 채소를 삶아 먹고, 피부병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중봉산은 옥비바위(인장바위)와 종계산 고동바위에 얽힌 구전, 광주 가톨릭대학교, 백제 천년고찰 죽림사를 품고 있다. 또한 산자락에는 남평 문씨의 시조인 문다성을 모신 문암文巖이 있으며 지석강 솔밭유원지에는 동요 ‘엄마야 누나야’를 작곡한 안성현의 노래비가 있다.
산꾼들이 만들어 놓은 중봉산 정상 이정표.
성난 남근을 닮은 옥비바위
중봉산 산행 들머리는 앵남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남쪽 도로를 100여 m 내려가면 앵남〜화순 간 4차선 연계 국도 확장공사 현장이고,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는 언덕으로 올라서면 선명한 등산로가 보인다.
푹신푹신한 굴참나무 낙엽길을 따라 15분 정도 진행하면 넓은 개활지가 나오고 잠시 시야가 트인다. 건너편으로 300m급 송광산, 건지산 능선들이 뻗어있다. 분묘 2기와 철탑을 지난 구릉형 능선에는 봄의 전령사 보춘란이 지천이다. 간간이 열리는 조망터 외에는 소나무, 굴참나무, 산벚나무, 오리나무 등이 울창한 야산 수준이다.
직사각형의 전망바위를 지나 20여 분 정도 오르면 옥비바위를 만난다. 인장바위라고도 부르는 이 바위는 아파트 4층 높이다. 멀리서 보면 스핑크스의 머리 같기도 하고, 각도에 따라 불끈 쥐고 있는 주먹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망만큼은 정상이나 다름없다. 동쪽으로 무등산을 비롯해 앵무산, 종괘산까지 막힘없이 보인다.
범우재 갈림길은 나주 신성리와 화순 신덕리를 넘나들던 옛길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옥비바위는 성난 남근을 닮았다고 한다. 건너편 종괘산(374,9m)에 있는 고동바위도 우뚝 솟은 모양새가 틀림없는 성난 남근이다. 종괘산 수리봉 아래 여성바위가 있어 두 바위가 이를 두고 기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란다. 도곡 온천지구에 숙박업종이 많은 이유라고도 한다.
중봉산에서 처음 만나는 이정표는 도곡 온천지구 숙박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산행에는 크게 참고가 되지 않는다. 10분 거리에 있는 중봉산 정상은 헬기장처럼 넓다. 매봉산(279m)과 지석교는 죽림사 방향으로 가다가 100m 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간다. 안부에 도착하면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다. 갈림길이 있지만 애매한 곳에는 어김없이 표지기가 촘촘히 걸려 있다.
동촌양수장에서 솔밭유원지로 가는 강변길.
작은 봉우리 두 개를 지나면 점차 고도가 떨어지고 대나무숲 근처에서 ‘범우재’ 이정표를 만난다. 범우재는 나주 남성리와 화순 신성리를 잇던 옛길이다. 범우재 우측에 봉쇄 수도원인 가르멜 수도회가 있다. 덕치봉 갈림길을 지나면 왼쪽으로 시야가 크게 열리며 도곡면 일대 농경지가 보인다. 매봉산 정상은 잡목이 많아 인해 조망은 없다.
편백나무 조림지를 지나면서부터는 꽃망울 같은 산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다. 해맞이산(220m) 정상에서는 파노라마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지석강 물줄기가 운치를 더한다.
©동아지도 제공
유유히 걷는 강변길
광주 가톨릭대학교 캠퍼스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 철조망을 따라가야 한다. 맹감나무(청미래) 넝굴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파평 윤씨묘를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넓어지고 소나무가 많아져 솔향기 맡으면서 유유히 걸을 수 있다.
작은 계곡이 있는 임도가 질매재다. 산자분수령을 따르는 사람들은 곧장 언덕을 넘어 산줄기를 고집하겠지만 대부분은 질매재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100m 지점에 있는 등촌정수장으로 빠진다. 여기에서 실질적인 산행은 완료되고 산줄기 대신에 강변을 따라가는 콘크리트길을 걷는다. 고목 수준의 수양버들나무들이 강변의 경치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등산로는 푹신한 비단길이다. 숲 그늘도 좋아 사계절 모두 좋다.
5분 정도 거리에 지석강(드들강)솔밭유원지가 있다. 곱게 자란 수십 그루의 소나무 주변에는 캠핑족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안송현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동요가 절로 나온다. 솔밭에는 안송현의 노래비가 있다. 그는 이곳 나주시 남평읍 출신으로 ‘부용산’,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등을 작곡했다.
솔밭유원지 안에 있는 작곡가 안성현의 노래비.
산행길잡이
■앵남교~철탑~이정표(도곡온천)~중봉산~범우재~덕치봉 갈림길~매봉산~편백나무 조림지~해맞이산~가톨릭대 철조망~파평 윤씨묘~질매재~동촌양수장~지석천 강변길~솔밭유원지~지석교(약 9.4km,약 4시간 30분 소요)
교통
광주 광천터미널이나 광주대학교 입구에서 406번 시내버스를 타고 앵남교에서 내린다. 나주에서는 남평행 나주시내버스 202번이 운행된다. 9:35, 10:45, 11:55, 13:45, 14:55, 16:05, 17:15, 18:50, 19:50에 통과한다.
볼거리
남평에는 식산食山(292m)이 있다. “남평 땅은 풍산 홍씨 땅을 밟지 않고는 못 지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산의 기운을 받았다는 풍산 홍씨 가문은 번성했고 그 집성촌이 ‘도래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민속촌이라 부를 정도로 조선시대 남도 반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마을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는 3대째 운영하는 다도참주가(080-280-2211)가 유명하다. 여기에서 5분 정도 더 가면 백제시대 고찰 불회사가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석장승과 600년 된 느티나무 연리지가 볼거리다. 불회사 대웅전은 보물 1310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