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선 봐서 결혼했댔지?"
"그래, 할미 시대는 지금이랑 달라서 연애 결혼만 하진 않았거든"
"그럼, 결혼했을 땐 할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겠네?"
"그랬지, 부모가 하라고 해서 한 결혼이었으니까"
"부부로서 같이 살다가 점점 좋아하게 된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하고서도 할아버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
"진짜?"
"응"
"결혼하자마자 네 엄마 낳고 애 키우랴 가게에서 일하랴 하루하루가 너무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지"
"좋아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동지나 전우 같은 느낌이었어"
"그렇구나"
"그런데, 할아버지가 죽고 나서 혼자 되고 보니까 정말 외롭더구나"
"그 때, 아 내가 이 사람을 좋아했구나 하고 깨달았지"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기 때문에 외로운 거더라"
-일드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中
혼자라서 느끼는 외로움이 고독이라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느끼는 외로움은 결핍에 가까울 겁니다.
저 일드에서 여주의 할머니께서 남자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여주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소중한 거야,
만날 수 없다면, '다시 한 번'이 '두 번 다시'가 되어 버리니까"
항상 곁에 있을 때는 잘 몰랐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 곁을 떠나고나서 알게 되었어.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진부한 레퍼토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지각의 상대성"이라는 흥미로운 심리법칙이 숨어있습니다.
남자들이 일생에서 초코파이를 가장 맛있게 먹는 시기는
군대 시절입니다.
초코파이가 항상 내 곁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내 곁에 없게 되자
얘가 얼마나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였는지
입대 후 단 몇십일만에 깨닫게 되요.
남자들의 흔한 이별 레퍼토리인
'헤어지고나서야 깨달았어, 니가 내 사랑이었음을'
이라던지
자기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 놓고 몇 달 후 새벽 2시에
'자니?'
라고 카톡을 보내는 이유 또한,
결핍의 기간으로 인해, 그 사람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격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난 아직 마음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이별을 통보받았다.
그 사람을 붙잡고 싶어
라고 한다면,
완전히 그 관계를 놔 버려야 합니다.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내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리고,
그 사람이 '두 번 다시' 나를 보지 못 할 것처럼
사라져줘야 해요.
내가 만약 그 사람에게 초코파이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존재였다면,
상대방은 머지않아 나의 부재를 통한 결핍으로 인해 아파하게 될 것이고,
반드시 먼저 나를 찾게 될 겁니다. (ex. '자니?')
절대군주 체제 하에서는,
반군이라든지 혁명의 주동자가
절대로 성전聖戰을 통해 순교하게끔 놔두지 않습니다.
어떻해서든지 살려서 그 명예를 더럽히려고 해요.
나의 적이 "순교자"가 된다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의 존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그 크기가 더욱더 커지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체의 죽음이란, 정신의 부활이기도 한 셈이죠.
소중한 관계라고 해서 붙어만 있을 순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딱 붙어있어야 해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있어야 해
모든 의무와 책임을 같이 안고 가야만 해
이렇게 되면,
어느순간부터 서로가 서로를 초코파이처럼 대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의 달콤함에 면역되어 버린 채로,
어디 뭐 다른 더 달콤한 것들 없을까란 생각에 서로에게 무심해 질지도 몰라요.
사랑하는 사이라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각자의 자유와 혼자만의 시간을 어느정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상대방은 내가 없는 시간들을 통해
나의 소중함을, 나의 중요성을 시시때때로 깨닫게 될 겁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 하기 때문에 외로운 거더라"
어떤 관계든지,
식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예전같지 않다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 오래 가져볼 수 있다면,
외로움이 느껴질 것이고,
그것은 내가 혼자이기 때문이 아닌,
항상 내 곁에 있던,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없어서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뭐야 역시 나 너 좋아하고 있었네'
소중한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감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한 추진력이 될 수 있어요.
거리감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니까.
아내가 애들 데리고 친정 가서 쓴 글은 절대 아닙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이별 통보를 받았을때 완전히 그 관계를 놔 버렸어야 하는건데 어릴땐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서 계속 주위를 맴돌던게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더라구요.. 그땐 몰랐죠ㅠ
5년째 만나는데 롱디인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거리두기는 관계유지에 진짜 좋은 거 같아요. 무명자 님도 즐거운 자유시간 되시길
미괄식이구만요 ㅎㅎㅎ
주변 지인중에 동거 하다가 여자가 한국에 3개월 다녀온동안 남자가 결혼을 결심하고 청혼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문통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거 머리로는 알지만 정말 쉽지 않은거 같아요.
그건 그렇구 요즘 유투브는 안하시는 건가요? 다른분이 하시는거 같던데....
그 친구는 저랑 제주도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업자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