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의 계절이 찾아왔다.
포근한 봄볕과 화사한 꽃,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옷차림은 가벼워지고 외출도 잦아지지만, 다가오는 봄이 무서운 사람이 있다.
황사에다 꽃가루까지 겹쳐 알레르기가 심해지면 곳곳이 간지럽고 따갑고 아픈 데다 눈물, 콧물 줄줄 흘리게 되니, 이들에게 봄은 차라리 잔인한 계절일 뿐이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민경업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센터 이상일 교수의 도움말로 봄철 알레르기 질환 대처법을 알아본다.
■ 선글라스나 보안경을 쓰자.
황사 속 여러 가지 오염물질과 먼지,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 건조한 공기가 눈을 자극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킨다.
따라서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도 바람 부는 날엔 안경을 쓰는 게 좋다.
렌즈에 먼지 등이 잘 달라붙기 때문이다.
눈이 가렵거나 이물질이 들어가더라도 절대 손으로 눈을 비벼서는 안 된다.
약국에서 식염수가 아닌 인공 눈물을 구입, 점안하는 게 좋다.
■ 황사 예보가 뜨면 마스크를 쓴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나 천식 환자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헝겊 마스크로는 미세한 꽃가루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의료기구상에서 파는 특수 필터가 부착된 마스크가 좋다.
천식 환자가 외출할 때는 기관지 확장제 등 비상약도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
참고로 대한소아알레르기및호흡기학회는 홈페이지(www.pollen.or.kr)에서 ‘꽃가루 예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 외출하고 돌아오면 깨끗이 씻는다.
우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옷에 붙은 먼지, 꽃가루 등을 잘 털어 없앤다.
집에 와서는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얼굴, 팔, 겨드랑이 등 노출부위를 특히 꼼꼼하게 씻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비강 세척기를 이용, 생리식염수로 코 안을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눈이 충혈되거나 부어오르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금물로 씻는 것은 절대 금물.
소금 성분이 오히려 눈·코를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씻는 것뿐만 아니라,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제거한다.
▲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항원)을 찾기 위해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각 항원이 묻은 바늘로 등을 살짝 찔렀을 때 빨갛게 부풀어 오르면 그 물질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DB | |
알레르기 질환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피하는 것이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사가 있거나,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날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런 날에는 날씨가 더워도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하며, 공기청정기, 가습기를 갖춰 놓고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포자, 동물의 털·배설물, 곤충, 음식, 급격한 온도 변화 등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 또는 상황이다.
병원에서 알레르기 항원 검사를 받아 무엇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를 찾아서, 그 물질을 피해야 한다.
냄새가 강한 화장품, 향수, 방향제, 담배 연기도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고, 야외로 나갈 때는 가급적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다.
■ 항히스타민제의 도움을 받는다.
일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약물의 도움을 받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이 항히스타민제다.
눈물, 콧물, 재채기 등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인데 이 물질의 작용을 막아주는 약이 바로 항히스타민제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주체할 수 없이 졸린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요즘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해, ‘비행 중인 조종사도 복용할 수 있다’는 약물이 개발돼 있으므로 졸음 걱정 없이 알레르기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