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멀리 나가야만 볼 수 있다는 고루한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대전 지역 곳곳에도 조상들이 켜켜이 쌓아온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다. 동구에 송자고택과 우암사적공원이 있다면 대덕구에는 회덕동춘당이 위치해 있다. 서구는 도산서원, 유성구는 진잠향교, 중구는 신채호 생가 등이 있어 대전지역 곳곳에서 선비 정신이 오롯이 느껴진다. 대전에 산다면 꼭 한번 방문해 봐야할 문화재다.
대전을 대표할 만한 인물로 꼽히는 우암 송시열과 은진 송준길의 고택은 불과 5-6㎞ 떨어져 있다. 동구 소제동 주택가에 위치한 송자고택은 송시열 선생이 1653년(효종 4년)에 직접 건축해 9년 정도 살았다. 대전시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고택으로 1653년에 송시열 선생이 직접 건축을 했고, 순조가 해좌궐리(海左闕里)라는 현판을 내린 목조 문화재다. 소제동에서 대전보건대학 쪽으로 15분가량 걸어오다 보면 동구 가양동에 위치한 우암사적공원에 다다른다. 우암 송시열이 1683년 남간정사(南澗精舍)를 짓고 그 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의 학문을 완성시킨 남간정사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조용히 역사를 간직한 연못과 몇백 년이 흘렀지만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나무들이 어우러져 이 곳만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건물 대청 아래로 물이 흘러 정취를 살린다. 그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조경방법이었을 것이다. 송시열 선생의 별당인 기국정도 함께 위치해있다. 그 밖에도 송시열의 유품이 전시돼 있는 전시관, 송자대전이 보관돼 있는 보관소 등이 위치해 있어 우암사적공원 안을 둘러보려면 30분은 족히 걸린다.
대덕구 송촌동에 위치한 회덕동춘당(懷德同春堂·보물 209호)은 대전에 몇 안 되는 보물이다. 우암 송시열과 북벌의 뜻을 함께한 조선시대 예학의 대가인 송준길 선생의 호를 땄다. 늘 봄과 같다는 동춘당의 뜻과 같이 봄에 오면 여기저기에서 꽃이 펴 아름답다. 특히 이 곳에 걸린 현판은 송준길 선생이 돌아가신 6년 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직접 썼다. 그 둘의 세월을 넘는 끈끈했던 우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시대의 별당 건축의 한 표본으로 들 수 있는 동춘당은 들어열개문을 달아 문을 모두 들어 열면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차별없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다. 또 굴뚝을 따로 세워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왼쪽 온돌방 아래 초석과 같은 높이로 연기 구멍을 뚫어 놓아 유학자의 은둔적 사고를 잘 표현하고 있다.
유성구 노은동 노은중학교 옆 위치한 선사박물관은 715번 버스를 타고 충남대 정문에서 내려 140번을 타고 가면 된다. 그 곳에서 구석기부터 철기시대까지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멋이 살아있는 지역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좀 더 효과적으로 둘러보려면 자원봉사자인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김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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