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지난 6일 대전 유성의 카이스트 캠퍼스 북서쪽 아름관 앞. 아름다운 길 양쪽으로 벚꽃이 꽃방울을 터뜨릴 태세지만 여느 대학교에서 볼 수 있는 다정한 커플, 삼삼오오 모여 담소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은 빡빡한 시간표에 맞춰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동하느라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캠퍼스에 봄은 찾아왔지만 학생들 마음에는 봄이 찾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아름관 앞길에서 만난 2011학번 새내기 이민경(19·여·가명)씨는 최근 스스로 목숨은 끊은 장모(25)씨에 대해 묻자 "그 사람 일반계고 출신이잖아요. 그런 기분 이해돼요."라면서 "고교 3년 동안 전체 1등만 했는데 여기 오니까 제가 좀 모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꾸 마음이 약해져요."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씨는 "카이스트에 와서 '열등생'이 됐다."며 "카이스트는 일반계고 학생들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결국 지난달 31일 치른 '일반화학' 중간고사 시험에서 이씨는 16문제 가운데 단 한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점수는 '음수'. 0점보다도 밑이었다. 이씨는 "같은 방을 쓰는 과학고 출신 동기는 16문제를 모두 풀었어요. 제가 진짜 이런 친구들하고 같이 공부할 수 있을까요."라며 고개를 떨궜다.
과학고 출신의 3학년 정모(21·여)씨는 "개인 차는 있지만 일반고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그 친구들은 우리처럼 심화과정을 들은 게 아니기 때문에 벅찰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재고나 과학고 출신 학생들에게도 성적 부담은 마찬가지였다. 영재고 출신 윤모(18)씨는 "어떻게 된 일인지 대학에 와서 성적 부담이 더 커졌어요. '장짤'(장학금 잘림)에 벌금(차등등록금제) 생각하면 오직 공부만 하게 돼요."라면서 "성적이 안 나오면 장학금이 잘리는데 그건 일종의 낙인이고 꼬리표로 남게 돼 부담입니다."라고 말했다. 과학고 출신 정씨도 "물리, 화학, 미적분에 대한 연습반이 있는데 제때 제대로 듣지 않으면 결국 수업을 따라가기가 버겁지요."라고 밝혔다. "3학년이라 더 힘든 점은 재수강을 하고 싶어도 제한이 있어서 나쁜 학점을 수정하기가 어려운 점"이라고 토로했다.
꼬리를 문 자살 소식에 '수재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초중고 시절 천재니 수재니 칭찬을 받으며 공부 압박을 견뎌온 그들이 하나둘씩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상상도 못했던 신입생 1인 시위, 항의 대자보, 재학생 커뮤니티 '아라'에서의 논쟁 등이 이를 대변한다. 과학고 출신 김모(18)씨는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었다."면서 "우리가 분명 문제가 있는 거지요."라고 되물었다. 일반계고 출신 1학년 윤모(19)씨를 비롯해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경쟁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문제"라면서 "커리큘럼 자체를 학생 선발 특성에 맞게 세분화해야 한다."며 시스템 정비를 요구했다.
3명째라는 소식을 들은게 엇그제 같은데 올한해 카이스트에서 벌써 4번째 자살이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슬픈 일입니다. 얼마나 세상에 시달렸으면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학생이 자살을 생각했을까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파옵니다.
자살한 학생에 대해 가지는 슬픔과는 다르게 연속된 카이스트 사건을 보면서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낍니다.
마치 사람의 목숨조차 학벌의 차별을 받는 듯한 언론과 사회의 관심 때문입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살하게된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분석은 '차별적 등록금제로 인한 성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과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이 가지는 등록금 문제'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이와 관련된 문제는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제가 비단 카이스트 학생들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 모두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대학생들 자살에 관해 이번처럼 심도있는 분석까지 해 가면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연예 문제나 학점, 등록금 문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갈 뿐이였습니다.
카이스트에서 4명이나 연속으로 자살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실렵니까?
우리나라에서 한해 자살하는 대학생 수가 200여명이나 됩니다. 찾아보면 한 학교에서 2-3명 이상 자살한 경우도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뉴스 보신적 있으신가요?
사실 카이스트 학생 자살 사건이 워낙 이슈가 되어서 더 차별적으로 보일뿐, SKY대학 학생과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은 대학 학생과의 차별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부모님을 포함 제 주위의 어른들만 하시더라도 일반 대학교 학생 자살 뉴스에는 또 죽었냐라는 반응이지만, SKY대학 학생이면 그런 학교 다니는 학생이 무슨 이유로 자살을 선택했나? 라는 의문을 보이십니다.
사람의 목숨에는 경중이 없다는 도덕 교과서의 말들은 그저 책속에 있는 한줄 글귀일 뿐임을 실감합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낙오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대학생의 문제입니다.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대학생 모두를 위한 문제 해결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 같이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이스트 학생들 처럼, 연속적인 수많은 대학생들이 죽음 후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길 바랍니다.
아무리 차별이 당연한 사회라지만, 목숨조차 학벌 차별 받는 사회에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마이뉴스서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