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읍은 차로 가득찼다.
국제해조류박람회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목표했던 관객수 60만명을 넘어섰단다.
전날 해남에서 광주가는 버스 안에서도
완도의 자연과 싱싱한 바다먹거리를 보여주는 테레비를 본 이들도
어쩌면 이들 속에 끼어 있을지도 모른다.
8시쯤에 배를 타고 들어가 청산도의 산들을 길게 걷고 싶었다.
슬로시티고 영화 촬영지고 이런 것보다는
구비진 길이나 옛 섬의 비탈진 골목길보다는
모래나 자갈의 구비진 바닷가나 그 주변의 먹거리보다는
원시림 사이 섬 산길을 걷고 싶었는데.
8시가 지나서야 광주를 출발한다.
10시가 지나 여객선터미널까지 갔다가 주차못하고 되돌아와
젊은 주차요원에게 아쉬운 얼굴로 길 가에 주차하고 다시 터미널로 간다.
한쪽이 공사 중인 터미널 마당까지 줄이 길어 물어보니
추리닝 입은 여자 애가 청산도 맞아요 대답한다.
그에겐 나도 귀찮은 한 사람일 거다.
(청산에서 나올 때는 청산주민 매표소가 따로 보였다.)
신분을 입력하고 표를 사서인지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더니
11시 10분 출항시각이 되어가자 옆자리까지 표를 팔아준다.
우린 막차로 배에 오른다.
신지도를 오른쪽에 두고 완도 상황봉을 오래 보여주며
50분이 걸리지 않아 청산도 도청항에 닿는다.
갈매기 한 마리가 멀찍이서 따라오더니 또 한마라리가 오고
나중엔 7-8마리가 던져주는 새우깡을 물 속에서 주워먹는다.
제주 우도나 마라도행의 갈매기보다 더 나을까?
이 작은 섬엔 갈매기도 섬사람들처럼 적어지는건가?
12시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하다.
이곳 저곳 길 가의 식당에 들러 물어보니 자리가 없댄다.
더러는 길 가 식탁에서 먹고 잇고 빈 자리도 보이는데
배에서 내린 단체 손님 예약됐다고 거절한다.
우리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천막에 들어가 전복죽과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주문한다.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이 주문이 밀려 우리 파전은 잊었ㄴㄴ지 가져다 주지 않아
우린 전복죽에 막걸리로만 배를 든든히 채운다.
포토 팩토리 구들을 지나 청산초 앞을 지나 찻길을 가로 걷는다.
청산중학교 앞에서 선음약수터가는 길로 가려는데 중학교 입구가
보이지 않아 물으니 바로 조금만 더 가라고 한다.
벽화가 그려진 담을 따라 잠깐 걸으니 오르쪽으로 청산중학교 입구가 올라간다.
도청마을 쉼터 느티나무에서 합장하고 돌아나와 어어컨 실외기가 방 마다 달려있는
팬션 앞을 지나 밭 사이 지나 임도로 들어선다.
햇볕은 힘이 세나 바람이 불어 와 식혀준다.
신선이 마셨는지 선음 약수터에 이르는 사이
이제 손 가득 취나물 불어나는 재미에 맛을 붙인 바보는 뒤에 쳐진다.
내가 청산초에서 일한다면 이런 취나물은 남아나지 않았을텐데.
길 따라 가는 대성산 쪽을 두고 대선산으로 올라간다.
동백나무 가느다란 기둥이 가득한 원시림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 흔적 많지 않지만 등산로는 또렷하다.
30여분 지그재그 콩짜개란 붙어있는 숲을 올라 능선에 닿는다.
벌써 포리똥이 익었다.
340여 미터 대선산을 지나 검은 숲사이를 내려가다 바위에 선다.
힘없는 뱀 한마리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스틱을 꺼내 치운다.
바보는 길 가에 지천으로 보이는 취나물을 뜯느라 뒤에 쳐진다.
건너편의 산줄기나 그 사이 길과 논밭과 그 사이사이에 붙은 마을들은
이번에는 가지 못한다.
다음에 언제 올래?
대선산을 내려와 읍리로 빠져나가는 길을 두고 계속 나아가니 돌을 드문드문 깔아 둔
등산로가 이어진다.
작은 석성이 나타나고 고성산 표지비석이 서 있다.
벌써 3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4시 배는 글렀고 5시 배를 타자고 차 탈 생각은 포기하고 아스팔트 고개를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