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하늘에는 제비가...
지난 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남해와 지리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장맛비속 나들이를 했다. 나들이하고자 하는 남쪽에는 우리가 출발하는 날부터 호우가 집중될 것으로 계속 보도되고 있었다.
앞에 달리는 덕유산 행 고속버스를 보며 처음 들린 휴게소에는 지붕을 갖춘 장애인주차장이 있어 실내처럼 휴게시설에 바로 연결되었다. 義妓 논개의 생가와 사당이 있는 장수로 나가는 길을 보며 조금 달리다보니 어느 새 경남 도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눈앞에는 오늘 우리가 찾아가는 남해의 경남 도정구호‘한국의 미래 남해안 시대’가 환영한다는 듯이 서있었다. 고속도로 교통 안내 전광판에는‘빗길 미끄럼 주의! 추돌 사고 위험!’자막이 계속 점멸하며 주의를 환기시켜주었다.
해안관광길을 따라 보이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눈에 가슴에 다 심고 싶은 마음으로 이름난 창선-삼천포 대교를 건넜다. 2003년 4월28일 이 충무공 탄신일에 개통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명소의 하나가 된 대교는 남해군 창선도와 삼천포를 연결하며 3개 섬을 5개의 다리로 연결했다. 다리는 모두 다른 공법으로 만들어져 각각의 개성을 뽐냈을 뿐만 아니라 육지와 섬만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섬과 섬도 연결하는 다리로 총 연장이 3.4km나 된다.
대교를 건넜을 때 일행이‘제비 좀 봐요!’라며 큰 소리로 앞 차창 밖을 가리켰다. 넓은 하늘에는 두 마리의 제비가 흰 배를 드러내며 날렵하게 곡예비행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일행은‘야 진짜네. 남해에는 제비가 있군. 제비가!’라며 탄성이었다.
창선교를 건너 60년대 조국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교포들의 모국정착 지원을 위해 시작해 조성된 독일식 주택 25동이 한 마을 이룬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을 둘러보고 확 트인 남해를 끼고 이어진 해안관광도로를 즐겼다.
해안에 연한 공간에는 형형색색의 꽃처럼 아름다운 색깔을 한 펜션들이 눈에 띄게 많이 들어서 해외 유명 별장 휴양지대를 방불하게 했으며 펜션 앞에는 외지에서 온 승용차들이 줄줄이 앉아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독일마을에 이어 만난 펜션 주택 마을- 아메리칸 빌리지는 아파트공동주택 건립 일색으로 이루어져온 주택문화에 개인주택의 새 변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어진 해안관광도로를 달려 찾은 가천 다랭이 마을 윗길 전망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저마다 마을을 조망하기에 바빴으며 1박2일 다랭이 마을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 또한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랭이 마을을 거쳐 순국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구를 맨 처음 육지에 내렸던 관음포로 전몰유허를 찾아보고 남해충렬사로 향했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장렬히 순국한 노량해전 현장과 그 현장 바다 위에 떠있는 실물 크기로 복원된 거북선과 남해대교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울울한 수림 속에 세워진 충렬사에는 장맛비와 강한 해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다음 날 숙소에서 눈을 뜬 시간은 집에서와 같은 05시. 숙소에서 400m 거리에 있는 지리산 화엄사를 향해 걸었다. 노거목이 꽉 늘어선 주변 숲속에서 아침 노래를 하는 여러 이름 모를 여름새들, 달콤한 이른 아침 산 공기, 계곡에 넘치게 흐르는 폭포 같은 소리와 함께 했다. 대불사가 진행 중인 화엄사는 ‘기축년 윤 5월을 맞아 豫修齋’를 봉헌하고 있었다.
화엄사에서 나와 숙소 주변에 수림과 잔디 석물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조화를 이룬 ‘시 동산’을 걸으며 화엄을 노래한 시를 비롯한 많은 시 비와 조형 석물을 즐겼다.
밖에만 나오면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차 안에서는 아까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일행의 시동으로 지리산 천은사에 이르는 한국에서 아름다운 길로 짙은 안개와 숲 사이에 빠꿈이 난 산속 차도 따라 노고단을 향했다.
오를 때마다 눈앞엔 전원 안전벨트 위험 급커브! 위험 급경사 1단 기어 사용! 야생동물주의! 해발 700m, 800m, 900m...
산동면 시암재 휴게소 앞 주차장엔 구례경찰서장의 교통안전을 강조하는 커다란 안내광고물. 휴게소 전망대와 광장 어느 곳에 서서 보아도 4면 8방이 온통 짙은 안개 천지. 보이는 건 눈을 짙게 가리는 안개 안개뿐!
해발 1000m. 안개 속 노고단 이정표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성삼재는 시암재보다 짙은 안개 천지!
‘하늘 아래 첫 동네’-심원마을을 위험한 내리막길로 찾았으나 심원 마을 첫 집 안내판과 심원찻집 뿐. 심원마을에는 햇빛이 조명처럼 내려 비추고 잠자는 듯 조용해보였다. 사람도 볼 곳도 없어 찾아 본 것에 만족하고 되돌아섰다.
내려오는 길 곳곳에서 재롱을 피던 다람쥐를 볼 수 있었고 차도 무서워하지 않는지 유유하게 길 가운데를 노닐던 장끼를 만난 것은 지리산이 준 선물이었다.
남원 주천면 춘향묘를 거쳐 우중에 광한루원을 둘러보고 유명한 남원 추어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보성 녹차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전남 보성군에 생가가 있는 근대 한국 민족의 선각자 서재필 기념공원을 찾아 자료관을 두루 살펴보며 그의 개국정신과 독립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았다. 공원 앞 도로 전신주에는 전깃줄에 제비가 나란히 앉아 고추잠자리와 공중전을 벌이고 있어 남해가 주는 옛 고향의 맛을 다시 보았다.
보성 녹차밭을 찾아가는 길에서 눈길을 다시 한 번 더 끌었던 것은 담양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길 못잖은 많은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길과의 만남이었다. 장마철에 모처럼 나선 나들이는 장맛비를 만나지 않는 가운데 무사히 마치는 행운을 누렸다.(2009. 7. 15.)
첫댓글 장대 비만 아니면 더위를 식혀 주니 장마철 여행도 별미가 있겠지?! 시원하게 한 바퀴 돌고 왔군. 그런데 아주머니가 그런 장거리 여행에 동반해도 괜 찮은가?
천규/ 정말 부지런 하구나. 그빗속을. 더구나 지리산성삼재 길을 운전하다니.가을쯤 심원에가서 산채정식이나 토종닭백숙을 추라이 해봄이 어떨고. 기회되면 같이 여행한번 하자구나
걱정해준 정빈아 고맙다. 때문에 구애없는 가족끼리 편하게 다녔다. 승표야, 내가 운전한 게 아니고 조카가 했다. 함께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고?
좋은 곳을 다녀 왔군,가본지가 오래되어 지금은 모습이 많이 달러젔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자상한 여행기 잘 읽었네.
경상도와 전라도를 모두 누비고 왔군 일박 이일을 잘 여행하고 왔다니 기쁜 소식이야 나도 남해 쪽에는 가보지 않았는데 꼭 한번 가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