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폽 어즈번의 "마법의 시간여행(원제:MAGIC TREE HOUSE)" 시리즈는 1992년에 첫 번째 책인 <높이 날아라, 프테라노돈!>이 출간된 이후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아동 도서이다. 이 시리즈는 공간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로 독자를 흡입시켜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본문 속에 역사, 문화, 유명한 건축물이나 인물 등의 다양한 지식이 녹아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주인공인 잭은 독서를 좋아하고 소심한 듯싶지만 신중한 면을 지녔으며 동생인 애니는 호기심이 많고 문제가 생기면 일단 부딪히고 보는 적극적인 성격을 지녔다. 두 아이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종종 의견 대립으로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난관을 헤쳐 나간다. 잭과 애니의 시간여행 모험은 프로그 숲에서 책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특별한 오두막집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책에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가고 싶다고 말하면 그 장소로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마법의 오두막집! 공룡시대, 겨울나라, 우주, 열대우림, 이집트, 하와이 등등 세계 곳곳과 신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 사람들을 구하고, 보물을 찾는 등의 모험을 해온 잭과 애니에게 네 번의 모험을 통해 마법을 쓸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 보일 기회가 주어진다.
33권 "베네치아에서 열린 축제"는 그 첫 번째 모험이야기로 잭과 애니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60년 전의 베네치아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멀린 할아버지가 준 편지를 펼쳐보는데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궁금증만 증폭된다. 과연 위기에 처한 '석호의 귀부인'은 누구이며, 그녀를 구할 수 있는 '바다의 지배자'는 또 누구일까?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한 상태에서 남매는 이들을 찾기 위해 베네치아를 돌아다니며 동분서주하는데, 멀린 할아버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순서를 건너뛰다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독자는 잭과 애니가 곤경에 빠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암호같은 편지 문장의 의미에 대해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보게 되는데, 만일 프로그 숲에 있는 마법의 오두막을 찾을 수만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손에 잡고 "우리들도 베네치아로 데려다 줘!"하고 외치고 싶다.
두 아이는 베네치아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법사 친구들에게 열 개의 주문이 담긴 책을 선물 받는다. 그러나 딱 한 번씩밖에 쓸 수 없는 이 열 개의 주문은 네 번의 모험 동안에 써야 할 것이므로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조금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것보다는 먼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는 도움을 구하는 진중함은 정말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삶의 지혜이다. 한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성과 판단력도 길러주고 있는데, 가령 날개 달린 돌사자를 타고 날아가려면 과연 "하늘을 날기"와 "돌을 살아 움직이게 하기" 중 과연 어떤 주문을 사용해야 할까?
잭과 애니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들고 다니는 책을 펼쳐서 찾아보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베네치아의 지리적인 위치와 특성, 이동수단, 카니발, 산마르코 광장과 시계탑, 두칼레 궁전, 베네치아의 상징 등의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본문 뒤에 "베네치아에 대한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베네치아의 역사, 곤돌라, 석호, 성인 마르코, 티에폴로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책에 실린 삽화들도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는데 다만 책에 나오는 도시의 모습이나 명소의 실물 사진을 실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법의 시간여행>은 주인공들이 시간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음 작품의 내용을 궁금해 하는데, 이 시리즈에 한 번 매료되어 버리면 독자들은 잭과 애니 앞에 어느 시대, 어떤 도시,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 하며 다음 권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지 싶다.
책에 등장하는 화가는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를 판타지와 모험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동화야말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해주는 멋진 친구이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문학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아이들에게도 그 분야의 동화책을 많이 접해주는 편인데 이 책 또한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초등 2학년인 작은 아이가 먼저 이 작품에 빠져 열심히 읽더니, 초등 4학년인 큰 아이도 책을 다 읽자마자 다른 책들도 사달라는 말을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잭과 애니의 흥미진진한 마법의 시간여행 대열에 조만간 동참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