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의가 만난 전국 교육감]
아이들이 웃으면 학교가 밝아지고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김병우 충청북도 교육감
최창의가 만난 일곱 번째 교육감은 충청북도교육청 김병우 교육감이다. 2015년 7월 24일에 교육감 집무실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최창의 : 만나서 반갑습니다. 교육자인 이오덕 선생님하고 귀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병우 : 제가 다닌 초등학교가 저희 집에서 고개를 두 번 넘어가야 되는 폐광촌에 있었어요. 경북 상주에 있던 이안서부초등학교라고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2학기에 병가를 내셔서 교감이셨던 이오덕 선생님이 한 학기를 맡아 주셨어요. 그런데 이오덕 선생님이 유명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중, 고등학교 때였어요. 나중에 선생님이 쓰신 글쓰기 책들을 보면서 그 어린 나이 때에도 무엇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뒤로 계속 찾아뵙게 되었지요.
최창의 : 어릴 때는 경상도 산골 학교에 다니셨군요. 그 때 동무들도 이오덕 선생님을 기억하는가요?
김병우 : 몇 해 전, 40년 만에 이안서부초등학교 동창들이 만난다고 불러서 가 봤어요. 옛 생각이 나서 이오덕 선생님이 펴낸 <일하는 아이들>에 실린 친구들 글을 복사해 동창 모임에 가져갔지요. 그 책에 이안서부 동창생들 글이 여러 편 있거든요. 그 자리에서 이오덕 선생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기억하더라고요. ‘이오덕 교감선생님이 코를 닦아 주셨다, 안아 주셨다’그런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지더라고요.
최창의 : 교육감이 되기 전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의원도 지냈지요. 처음부터 교육감에 나설 생각은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김병우 : 5년 전, 교육감에 처음 출마할 때는 교육감이 하고 싶거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오로지 교육 운동의 연장이었지요. 저는 교사들이 조직 활동이나 교육 운동을 해 나가는 것뿐 아니라 교육자치의 주도권을 잡는 시도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렇지만 주자 역할은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막상 대안으로 생각했던 도종환 시인이 극구 사양을 하는 바람에 몇 번을 고민하다가 제가 그 도구라도 되어야겠다 싶어 두 달 앞두고 출마 결심을 했어요.
최창의 : 교육감 선거에 나서서 한 번 떨어지셨지요? 그 뒤 4년 동안 빈 시간이 있었는데요.
김병우 : 두 달 만에 선거를 치렀는데도 득표율 34퍼센트로 2위를 하니까 사람들이 깜짝 놀랐지요. 그 뒤로 4년 동안 ‘충북교육발전소’라는 교육단체를 만들어 꾸준히 활동했어요. 다음 교육감으로 유력한 사람이 교육시민단체 활동을 한다니까 선거 관련 기구라는 말도 있었지만 쟁점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교육감에 당선되자 상대 후보들이 그것을 물고 늘어진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스물세 차례나 받으면서 곤욕을 치렀습니다.
최창의 : 젊은 교사 시절부터 교육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삶에 변화를 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병우 : 제가 교사 발령을 받고 일하다 1980년 5월 20일, 군대에 들어갔어요. 논산훈련소에서 12시 뉴스에 5·18 광주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신병 훈련을 마친 뒤 가게 된 부대가 민간 선전 활동을 하던 광주 31사단이에요. 홍보 업무를 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제가 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일을 맡기는 거예요. 그다음부터 사단장 훈시문 쓰기, 신문 만들어 홍보하기, 정신교육 교안 짜기 들을 했지요. 전두환 군부가 미국에 갔다 온 뒤에는 레이건 대통령한테 보내는 충성 편지를 꾸며 쓰기도 했어요. 앞뒤 모르고 충성을 다한 뒤 제대하고 나서야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최창의 : 뒤늦게 시대의 진실을 알면서 참된 교사의 길을 고민하셨겠네요.
김병우 : 나중에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을 보니까 정말 너무나 끔찍했는데, 제가 그 전두환 군부를 위해 봉사하는 군생활을 했던 거예요. 또 교사로 복직해서는 군대에서 익혀온 ‘빳따’, ‘얼차려’ 같은 것을 써 가며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이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가를 알게 되었어요. 그 뒤 흥사단 교사 모임 같은 데 가서 교육 민주화 선언, 민중 교육지 들을 보며 얼마나 역사에 죄를 짓고 아이들에게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깨우치게 된 것이지요. 그때부터 참교육 운동에 뛰어들어 38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최창의 : 아픈 시대 현실과 교육 경험을 거쳐 교육감까지 이르게 되셨네요. 교육감이 된지 1년이 지났는데 이 일이 행복하신지요?
김병우 : 교육감이 되고 나서 한동안은 그리 편치 않았어요. 선거 끝난 뒤부터 선거관련 진정, 고발로 여러 번 재판에 나갔지요. 또 교육감으로서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할 수 있는 일은 적었어요. 그 가운데서도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더 적어요. 보람을 느낄 만한 무엇인가를 찾아야 행복해질 것 아니에요? 그러다가 어느 날 출근을 하는데 우리 교육청 현관 이마에 답이 붙어있는 거예요. “아이들이 웃으면 세상이 행복합니다”이런 표어에요. 그래서 교육감 직무 자체는 힘들어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면 되겠다 생각했지요. 아이들이 행복하면 선생님들도 표정이 환해질 테고 학교가 밝아지겠지요. 그러면 교육감은 덩달아 행복해질 수밖에 없겠다 싶으니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최창의 :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셨을 텐데요.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더니 아이들이 많이 웃고, 학교생활을 즐거워하던가요?
김병우 : 아이들의 고통 지수를 줄여 주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가장 먼저 한 것이 ‘0교시 폐지’였어요. 다른 시ㆍ도에서는 9시 등교로 등교 시간을 못 박아 놓은 것인데, 우리는 0교시 폐지라고 해서 학교에 따라 유연하게 할 수 있게 했어요. 또 그동안 충북에는 고등학교 입시가 있었어요. 전임 교육감이 구조화시켰던 그 입시를 없애고, 일제고사도 없애서 고통 지수를 줄여 주었지요. 최근에는 아이들의 인권 감수성이나 인권 의식을 길러 주는 일을 해 보려고 합니다.
최창의 : 사람들은 과거에 충북 교육청이 내세운 등수에 대해 기억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학업 성취도 평가 5년 연속 1위, 시도교육청 평가 4년 연속 우수 같은 것들이지요.
김병우 : 학업 성취도 성적이라든지 소년체전 7연패 같은 것은 목표에 따라 물불을 안 가리고 이뤄낸 결과일 수 있어요. 저는 그것이 사상누각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학업 성취도 5년 내리 1위를 새겨 놓은 기념비를 보면서 옳지 않다, 자랑스럽지 않다, 오히려 저것은 부끄러운 성과가 있었던 흔적이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는 성과를 위해서 고통을 뒤로 강요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최우수 교육청이 됐어요. 가장 크게 우리가 앞선 것은 교육수요자 만족도였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자랑이 아니고 우리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최창의 : 등수나 실적을 견주어서 경쟁을 부추기는 것보다 새로운 교육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김병우 : 제가 그리는 교육감 상이 5가지인데 ‘행복환소문’입니다. 행복교육감, 복지교육감, 환경교육감, 소통교육감, 문화·예술교육감이 되겠다는 거예요. 특히 소통교육감이 되려고 접견이나 면담을 가림 없이 했어요. 진보니, 보수니 아예 구별 없이 만났으니까요. 심지어는 간부 회의까지도 공개하면서 소통을 하는 데 애를 썼어요.
최창의 : 김병우 교육감님이 당선된 것은 혁신을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이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기대보다 혁신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닌가 해서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김병우 : 제가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라는 것을 앞세우지 않고 선거 캠프도 무지개 군단으로 꾸렸습니다. 당선되고 나니 여러 곳에서 요구가 올라오더군요. 지지자들 기대와 반대자들 우려가 엇갈렸지요. 저는 그때 지지자들에게는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염려하는 사람들 걱정부터 덜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이제 임기 1년이 지나면서 차츰 개혁을 추진해 검찰도 못 밝힌 비리도 밝혀냈습니다. 앞으로 시기와 준비 정도를 따져서 슬기롭게 혁신정책을 펼쳐 나갈 겁니다.
최창의 : 경기·전북 교육청을 비롯해 혁신교육감들이 취임한 곳에서 대부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지요. 그와 달리 충북은 ‘교육공동체헌장’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김병우 : 조례든 규칙이든 자치 입법을 정하는 것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다고 봐요.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실효성이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교육주체 가운데 약자인 학생들의 인권부터 보장하면 다른 것은 저절로 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교사들의 교권과 부딪히고 학부모들이 교육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모든 교육주체를 포괄한 공동체헌장을 제정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창의 : 충북에 있는 기숙형 중학교는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해서 만든 학교더라고요. 이미 두 곳이 있고, 세 곳이 더 만들어질 계획인데 교육시민단체는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병우 : 기숙형 중학교는 전임 교육감 시절에 중앙정부가 학교 통폐합을 하기 위해 내민 유인책이었어요. 한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다른 학교들을 다 없애 버리는 것인데, 이것은 지역을 살리는 데도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아요. 하지만 이미 전임 교육감이 저질러 놓고 합의까지 끝낸 것을 다시 되돌리려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두 곳은 그대로 추진을 하지만 더 이상 확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최창의 : 충북 같은 경우는 교육재정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린이집 무상보육비 예산 부담으로 시도교육청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김병우 :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도단위 교육청들은 다 간판 내려야 된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요. 교육청의 필수 교육예산 부족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정부는 교육복지 공약 예산을 지방교육청에게 다 떠넘기고 있고요. 얼마 전 교육감들이 비명을 지르다시피 해서 겨우 누리과정 예산은 위기를 넘겼지요. 교육예산 부족은 모든 국민의 문제이고 국민들이 저항하지 않으면 어렵겠다 싶어요. 지난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도 교육감들이 교육재정 부족 문제에 대해 교육부장관과 끝장토론을 벌여 담판을 짓자고 요구했을 정도입니다.
최창의 : 지금까지 두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육감님의 포부와 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지요.
김병우 : 지난해 지방선거는 유권자의 이름으로 시대적인 요청을 교육계에 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방향과 전망을 제시해 달라는 소명을 내려 준 선거였지요. 학부모 여러분이 온 마음으로 기대하고 선택해 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선생님들과 함께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와 교원들을 믿고 응원해 주시면 행복한 교육으로 응답해 드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