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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름다운 동시교실 원문보기 글쓴이: 허암 박일
사춘기의 포용과 동심의 문학성 획득
1.
어린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대중가요를 즐긴다. ‘불꽃 같이 꺼지지 않는 사랑’ 같은 가사도 성인가수처럼 구사한다. 메스컴에서는 ‘신동’이나 ‘천재가수’가 나타났다고 부추기고, 관중들은 치기 어린 행동으로 환호를 보낸다. ‘동요보다 트롯’을 선호하면서 동요까지도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2차 성징이 앞당겨지면서 사춘기도 빨라졌다. 과거보다 이르게 나타나 저학년일 때부터 몸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몇 년 전에 발표된 통계를 보면 여자 어린이는 만 9.11세로 2002년의 만 11.3세보다 2살 정도 빨라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더 빨라졌을 게다. 그러니까 ‘어린이다운 것’은 유치하다고 기피하는 경향도 생긴다.
아동문학은 ‘아동’이라는 한정어가 붙어있다. 어린이와 멀어지는 어린이가 있더라도 그들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 문학이다. 리얼리즘 이후, 일반 문학에서는 남녀의 성관계를 노출시키거나, 선정적이고 외설적인 것을 구가하기도 한다. 이제 아동문학도 성과 사랑의 이야기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사이버 매체(유튜브, 인터넷 등)의 발달로 선정적이고 저급한 성의 범람과 디지털 성범죄까지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니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의 정서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하니까, 금기시해야 할 것과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동문학의 주 독자는 어린이다. 어린이들이 없다면 아동문학의 존재가치가 없어지고 만다. 그러나 계몽이나 교시의 대상으로 어린이를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어린이를 새롭게 이해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건전한 성 담론과 수용 가능한 주제로써 시대정신에 맞는 문학으로 발전해야 한다. 아동문학 장르가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컴퓨터 게임처럼 즐기고 누구나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 있도록 문학성을 획득해야 한다.
2.
사춘기 성장통을 겪을 때 황순원의 「소나기」에 얼마나 매료되었던가.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청순하고 깨끗한 사랑이 아직도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듯하다. 사춘기는 성숙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다. 그런데 유치원 어린이들에게도 “남친이 누구냐?” “여친이 누구냐?” 하고 자연스럽게 이성을 묻고 있는 현실이라면, 아동문학도 성과 사랑의 수용은 자연스런 현상이 된 것은 아닐까. 이성 친구, 사춘기적 사랑, 성 정체성(남성, 여성), 행동이나 신체 변화 등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순수하고 순박한 사랑의 감정이나 모습 등을 형상화하면서 소재의 확대를 꾀해야 한다.
언니만큼
밥을 먹어서가 아냐
언니만큼
몸이 자라서도 아냐
방문 걸어 닫고
틀어박혀 있는
언니를 이해한다는 거야.
-김자미 「내가 컸다는 증거」 전문
‘방문 걸어 닫고/ 틀어박혀 있는’ 언니만의 특별한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동생도 사춘기의 과정에 들었다는 것이다. 언니가 있으니까 조용하게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어쩌면 시란 세계를 간단하면서 단순하게 표현하지만 그 속에 많은 세계를 요란스럽지 않게 담고 있는 소담한 그릇은 아닐까.
하루 종일
바라만 보아도
좋은 아이
햇빛이 두근두근
봄비가 두근두근
내리는 걸
그 아이는 알까?
쉬는 시간
복도에 서서
가만히
그 아이를 바라본다.
공부 시간
교실에 앉아서도
다 보인다.
옆 반 그 아이
-정미혜 「두근두근」 전문
사랑의 마음은 학교에서 싹트는 경우가 많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니까 좋아하는 아이가 생길 수 있다. 두근거린다. 그 마음을 햇빛과 봄비라는 상관물에 의탁한다. 복도에 서서 바라본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마침내 그 마음이 벽을 뚫어낸다. 교실에 앉았어도 다 본다. 옆 반 그 아이.
“나희야 어디 가니?”
“학원간다.”
방긋 웃고
참 싱겁게 끝난
한 마디지만
그래도
기분 좋다.
나희랑
함께
있는 것 같아서.
-오선자 「길을 가다가」 전문
길을 가다가 나희를 만났다. 나희와 한 마디 건넸다. 참 싱겁게 끝난 한 마디지만 너를 좋아한다는 감정 표현을 다한 것 같아 기분이 짱이다. 말 한 마디에도 너와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가영이가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남자아이 알몸 그림이 넘어갑니다.
“이기 무슨 책이고?”
“궁금한 것을 보고 있다 아이가.”
“뭐!”
“니는 궁금한 것도 읍나?”
“읍는데…….”
“뭘 몰라. 니랑 상대가 안 돼.”
가영이 얼굴을 쳐다봅니다.
짝지인지 여자인지 알쏭합니다.
-졸시 「내 짝지」 전문
어느 초등학교에 초빙되어 동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체험한 것이다. 3학년 여학생이었는데 부끄럼도 없이 빨간 책을 읽고 있었다. 2차 성징을 모르는 화자는 그런 책을 이해할 수 없고, 가영이는 이미 그 수준이었으니까 상대가 안 된다. 성교육이 강한 자아를 만든다고 하더니, 정말 당당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마에 꽃이 핀다
겨드랑이에 싹이 돋는다
나는 봄이다
-강기화 「사춘기」 전문
신체 변화가 일어난다. 꽃(여드름)이 피고 싹(겨털)이 돋는다. 계절이 바뀌면서 자연의 변화가 일어나듯 내 몸이 봄을 맞으며 신체의 변화를 겪는다. 이처럼 ‘사춘기’를 수용해도 어색한 점이 있는가.
달님
보름달님
(귀 좀 가까이…)
…제 팬티에
봉숭아 꽃물이 들었어요.
그래?
달님 눈이 반짝
윤이 뺨이 발그레.
-김미영 「초경하는 날」 전문
여자 어린이의 경우 생리가 시작된다. 팬티에 봉숭아 꽃물이 드는 경험을 한다. 뺨이 발그레 되는 부끄러움이기도 하지만 2차 성징을 당당하게 겪는 대견스러움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목도 직설적인 것은 성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당당하게 대응해야 하며, 누구나 겪는 자연스런 성장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동심을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학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교시적이거나 계몽적인 내용이거나 어른들의 소년소녀적 감상주의나 향수에 젖는 소재들은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잘난 체하지 않는다
서로 손잡고 등을 낮추고
어깨를 나란히 엎드려 있다
잘난 돌 사이 못난 돌
못난 것 사이 잘난 것
끼리끼리가 아닌 함께
함께라면 빛이 나는
돌 하나하나의 힘
바위보다 콘크리트보다
더 튼튼한 바람막이
해바라기 호위병 세우고
하얀 박꽃
꽃관을 쓰고도
키를 낮추는 돌담
-선용 「돌담」 전문
선용 시인은 ‘동심의 시’를 고수하고 있다. 동심시는 ‘누가 읽어도 좋은, 그리고 동심을 잃은 사람이나 동심이 그리운 사람, 또 동심을 느끼고 싶은 사람 읽을 수 있는 동심이 깃들어 있는 시’라고 했다. 「돌담」은 동심시를 잘 대변해준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 ‘바위보다 콘크리트보다/ 더 튼튼한 바람막이’의 기능을 갖고 있으며, ‘꽃관을 쓰고도/ 키를 낮추는’ 돌담에게서 ‘함께라면 빛이 나는/ 돌 하나하나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꽁꽁 한 데 묶어버렸습니다.
커다란
시간의 태엽을
힘주어 꼬옥 꼭 감아버렸습니다.
-강현호 「나이테」 전문
상상력에 의존하지 않고 문학의 본질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루터기에 나이테가 그려진다. 그 순간 영감을 얻는다. 시간이 감아놓은 태엽을 보았으니까. 참신한 상상력이 자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흘러간 시간과 계절의 역사까지 볼 수 있게 한다.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공재동 「별」 전문
한과 슬픔은 인류에게 지어진 영원한 짐이라고 한다. 그 슬픔을 동시의 그릇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 해법은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고 있는 별이었다. 그의 별은 동심세계로 무한히 확장시키는 에너지이기도 하지만, 슬픔까지도 별로 승화시키는 굉장히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런 건 나도 할 수 있다.
맞다 맞다
무엇에든 동그라미 치는 거야
돌등에 앉으며 동그라미
맨땅을 두드리며 동그라미
나무 위에도 동그라미
꽃잎 위에도 동그라미
여기
저기
이것
저것
온통 동그라미만 치는 빗방울
동그라미 동그라미로
휩쓸어간 뒤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
두 눈이 동그래진다.
씻은 듯이 깨끗해
온 세상이 빛나
-이상문 「동그라미」 전문
누구나 비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냥 내리는 것이 아니다. 동그라미를 치기 위해서다. 동그라미는 칭찬이다. 이렇게 칭찬을 받았으니 온 세상이 빛날 수밖에 없다.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되듯이 감탄이 나온다. 평범한 경험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햇살 눈부신 시간
꽃들은
저마다
고운 빛깔 피켓을 든다.
아무리 읽어봐도
꽃잎 피켓엔
거친 말이 없다.
휘갈겨 쓴 욕설도 없다.
그냥
감사,
감사,
감사란 글자만 물결친다.
-김종순 「꽃잎 피켓」 전문
어찌 꽃을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생각했을까? 정말 기막힌 은유다. 이처럼 참신한 비유는 이미지도 신선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꽃들에게는 거친 말이나 욕설도 없다. 오직 ‘감사’뿐이다. 감사하는 삶을 살라고 꽃잎들은 오늘도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이다. 감사를 모르고 살아가는 세태를 고운 빛깔과 꽃향기로 고발하고 있다고 할까.
여기저기서
눈 뜨는
씨앗들
앗, 앗, 앗
세상을 보고
놀라는
초록 눈동자들
-김춘남 「앗, 앗, 앗」 전문
발아하여 세상을 본다. 처음으로 만나는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울까? 절로 감탄사들이 터진다. 새싹들의 초록눈동자! 독자들은 절묘하게 표현한 은유에 감탄하겠지.
통영의
봄바다엔
몽글몽글
장미가 핀다.
바다에 핀
장미꽃
비빔밥 위에서
향기로 인사한다.
-이둘자 「멍게」 전문
멍게 비빔밥을 먹어본 일이 있는가. 바다 장미꽃의 향기 맛을 체험했을 것이다. 동시도 멍게 비빔밥처럼 체험이나 동심의 문학적 승화가 일어나야 한다. 비빔밥처럼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소재들을 비벼내면서 특별한 맛을 낼 줄 알아야 한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를 비롯하여 어른까지 독자층이 넓다. 그러니까 남다른 상상력과 빛나는 착상을 해야 하고, 매력적이고 인상 깊은 비유나 묘사로써 동심의 세계에 동화되고 공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들의 생활이나 성장 담론을 중시해야 한다. 강소천 선생은 ‘아동문학은 아동들 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아동 속에 뛰어 들어가 그들의 바람을 만족시켜 주며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 생태계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나 변화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고착하면 아동문학이 본질로 해야 하는 어린이들의 세계를 놓칠 수 있다.
내 짝이 벌을 섰다.
운동장 열 바퀴다.
“선생님, 제가 다섯 바퀴 돌아 줘도 됩니까?”
고개 끄덕이는 선생님을 보며
둘은 사이좋게 운동장 트랙을 돈다.
-구옥순 「벌」 전문
학급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내 짝이 벌을 받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사이좋게 운동장을 도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의리의 중요성을 이보다 강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식탁 위 음식들이
공부하러 갑니다.
1교시 : 입안
2교시 : 위
3교시 : 소장
4교시 : 대장
영양분이 되는 공식
피가 되는 원리
그 어려운 수업
다 마쳤다고
교실 밖으로
튀어 나오며
‘수업 끝’이라고
외치는 소리
“뽀-옹”
-하빈 「수업 끝」 전문
음식물이 몸속에 들어가 방귀로 나오기까지 과정은 음식물의 공부시간이다. 얼마나 기발한 착상인가. 소재를 찾기 위해 남다른 상상력을 소유한 것은 아닌가. 마침내 터지는 방귀소리가 ‘수업 끝’을 외치는 소리였다. 역동감이 넘친다.
내 입 속에는
휘파람새가 살고 있을 거야
시도 때도 없이
휘파람이 나오는 걸 보면
엄마가
낮에는 뱀 나온다고
밤에는 귀신 나온다고
불지 말랬는데
자꾸 나오는 걸 보면
뱀이랑 귀신도
무섭지 않나 봐.
휘파람새는
-김진숙 「휘파람」 전문
휘파람 부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어린이들이 있다. 뱀이 나오고, 귀신이 나온다고 하면서 그 습관을 교정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소용없다. 그래서 체념해버린다. 휘파람새는 뱀도 귀신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렇게 어린이와 만나야 한다.
-금방 다녀올 건데 괜찮겠지?
-잠시만 세워두는데 뭐.
자기만 생각하고
학교 앞 골목길에
불법주차한 자동차
견인차가 끌고 갑니다.
-금방 끝낼 건데 괜찮겠지?
-잠시만 하고 그만두는데 뭐.
나만 생각하고
학교 앞 오락실에
불법주차한 내 엉덩이
엄마가 끌고 갑니다.
-박선미 「불법주차」 전문
어린이라면 누구나 체험했을 것이다. 앞 골목길 게임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한다. 아주 잠시 하다가 가려 했다. 그러나 게임기가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엄마에게 들켰다. 엄마가 끌고 간다. 마치 불법주차한 자동차처럼.
수업시간마다
다리 떠는 주원이도
화장실 간다고 손드는 민재도
책에 낙서하는 소희도
오늘은 모두
의자에 등 딱 붙이고
똑바로 앉아 있다.
진짜 모습
아무도
공개하지 않았다.
-강기화 「공개수업」 전문
공개수업을 한다. 학부모들이 참관한다. 평소 수업 시간에 문제를 피우던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부모들이 보고 있으니 석상처럼 똑바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공개수업이라고 하면서 그런 진짜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역설적 표현이 상큼하게 느껴진다.
동시문학에도 어린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것은 어린이들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았거나, 그들의 심리나 진면목을 제대로 모르고 있거나, 그들과 체험하고 공감하는 일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이나 생태 환경에 동화되어 동심적 언어유희에 젖었거나 어린이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아이들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얼마든지 많다.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체험과 감동을 실은 문학이 되어야 한다.
3.
아동문학은 실로 중요하기 그지없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모든 어린이는 신神이 아직도 인간에게 절망하지 않았다고 하는 메시지를 지니고 태어난다’라고 했다. 아동문학은 신이 아직도 절망할 수 없다는 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학이다. 그렇다면 아동문학은 신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닌가. 이것은 아동문학의 긍지이기도 한다.
이차성징이 점점 빨라지면서 아동문학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어린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라면 아동문학도 위기가 아닐까? 아동문학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
요즘 학교에서도 성교육이 교육과정화되어 학습하고 있다. 성교육이 강한 자아를 만든다고 하던가. 이제는 성과 사랑에 대한 상식은 물론 인식의 변화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서적들도 많아져 자연스럽게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어린이들이 저급한 성문화와 성 개방, 성지식에 노출될 수 있는 약점도 없진 않다. 이런 시기에 사춘기를 수용하고, 사춘기적의 순수하고 순박한 성과 사랑을 노래해야 한다. 성과 사랑은 저속하거나 퇴폐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과 문화라는 것을 인식시킨다. 그러나 소재의 제약이 따른다.
아동문학은 역설(paradox)의 문학이다. 쉬우니까 어렵다는 것이다. 동심을 아동문학으로 녹여내는 일은 쉽지 않다. 동심의 문학성은 동심과 세계가 일체감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른들의 소년소녀적 감상주의나 향수에 젖는 소재들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순박한 동심만 건져내어 동심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어린이들과 체험을 나누고, 그들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함께하는 문학이 되어야 한다. 진솔하게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활이나 체험의 진면목을 절실하게 담아내면서, 그들과 공감하고 공유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미분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아동문학은 건강한 심성을 기르면서 건전한 생활과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사춘기의 포용은 모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의 문학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각별한 고민이나 노력이 필요하다.
(『문학도시』 2022. 5)
첫댓글 ‘모든 어린이는 신神이 아직도 인간에게 절망하지 않았다고 하는
메시지를 지니고 태어난다’
이 글이 인상적입니다.
여러 시인의 글을 인용해 포상(?) 하고 격려하니
비교가 되면서 왜 이 시가 좋은지
다시 음미합니다.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멋진 선배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