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질 분비물의 색깔과 성상에 따른 자가진단 요령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대하를 靑赤黃白黑의 다섯 가지 색깔로 분류하여 각각을 五臟에 배속하였다. 이는 五行의 배속에 따른 것으로 솔직히 한의학을 공부한 나로서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현대적인 대하(帶下) 질환 역시 색깔과 성상을 중심으로 분류해보면 진단에 용이한 점이 있어, 대표적인 대하 질환들을 색에 따라 분류해보려 한다.
1) 백색, 칸디다 외음질염 앞서 말했듯이 질염 중 가장 흔한 B37.3 칸디다 외음질염(candidal vulvovaginitis)은 대하(帶下)의 색깔이 희거나 옅은 노란색이며, 성상 또한 특이하여 짙고 하얀 우유 덩어리처럼 보인다거나, 두부 부스러기 같다고 하는 식으로 묘사되는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 형태를 띤다.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가려움증이며, 냄새는 심하지 않고, 소변을 볼 때 따끔거리는 경우가 있다.
<이게 코티지 치즈란다... 나도 첨 알았다.>
<칸디다 외음질염, 이 사진을 보고 흥분한다면 당신은 예비 성범죄자, 외설적이라 느낀다면 여성부 직원, 혐오감을 느낀다면 정상>
Candida albicans, C. glabrata, C. tropicalis 등이 이 병의 원인균이 될 수 있지만 85~90%에서는 Candida albicans가 원인균이다. 그리고 이 칸디다균들은 진균, 즉 곰팡이들이다. 자신의 생식기에 무좀 같은 게 생겼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불쾌하실 수 있겠지만 하튼 그런 게 들러붙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한의학과 양의학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정신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양약이 아닌 자연식물인 한약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
<Candida albicans >
(1) 칸디다성 질염에 대한 서양의학적 치료 이 질환을 앓게 될 경우 병원에서는 항진균제를 준다. 한 마디로 진균류를 죽이는 약이란 건데, 우리 입장에서야 나쁘고 더러운 곰팡이자 병균들이겠지만, 이 원시적인 진균들 역시 저 나름대로는 내부항상성을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어하는 생명이다. 항생제건, 항진균제건 서양의 약들은 이러한 병원균들을 죽이기 위한 방법으로서 종종 그 세포막을 부셔뜨려 진균의 세포내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 하게 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진핵세포로 되어있는 진균들의 세포벽은 키틴질과 다당류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막은 ergosterol을 함유하고 있다. 키틴질과 다당류는 인간의 세포도 가지고 있는 성분이라 이것을 target으로 공격하는 약은 사람까지 잡게 된다. 반면 사람 세포막의 주요 sterol은 cholesterol이라는 점에서 진균류의 ergosterol은 target으로 잡을 만하다. 이 ergosterol에 빵꾸를 내는 약이 1세대 polyene계 항진균제이다. 대표적인 것이 Amphotericin B라는 약인데, Amphotericin B는 진균 세포막의 ergosterol에 결합하여 pore나 channel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 pore로 전해질(K+)과 작은 분자들이 세포밖으로 빠져나가서 세포가 사멸된다. Polyene계 항진균제는 사람 세포막의 cholesterol보다 진균 세포막의 ergosterol에 더 잘 결합한다. 사람 세포막에도 영향을 끼치기는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무좀약 등 항진균제들은 약이 아주 독하고 부작용도 심하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진균제는 ergosterol 자체가 생성이 못 되도록 개발되었다.
이것이 Azole계 진균제들인데 칸디다질염이나 무좀 등 기타 진균질환을 앓고 계신 환자분들은 fluconazole, itraconazole, terconazole 따위의 ~azole로 끝나는 약들을 받게 되실 것이다. 앞으로 처방전을 받았을 때 ~azole로 끝나는 약을 본다면 내가 곰팡이 약을 받았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된다. 여하튼 Azole계 항진균제는 C-14 a-demethylase(cytochrome P-450)와 상호작용하여 lanosterol이 demethylation(탈메틸화)되어 진균세포막의 주요성분인 ergosterol로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한다. 이 놈이라고 안 독할까? polyene 계보다 덜 독할 뿐 독하긴 마찬가지다.
<Azole계 항진균제의 작동기전>
진균들은 세균들과 많은 차이가 있어 세균처럼 진균에게만 선택 독성을 나타내는 항진균제들이 많지 않고 현재까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항진균제들도 대부분 한 가지 이상의 한계성을 가지고 있는데 심한 부작용, 좁은 항진균 스펙트럼, 일부조직에의 낮은 침투성, 내성 등이며 상당한 수준의 독성을 나타내므로 간 기능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그나마 독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항진균제 terbinafine 역시 오심, 설사, 복통, 미후각 장애, 현훈, 간 기능 장애, 백혈구수 감소, 피부 색소침착, 전신성 발진, 급성 간염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보고되었다. 그래서 서양의 의·약계에서는 안전한고 효과적인 항진균제를 개발해내려고 지금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다.
<차라리 FDA 승인을 받은 이게 더 안전할거다.>
(2) 칸디다성 질염에 대한 한의학적인 시각, 그리고 치료법 초등학생 애들을 몇 명 데리고 물어보자. ‘곰팡이가 어디에 잘 자라지?’ 하고. 대부분 곰팡이가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햇볕을 잘 안 쬐는 곳에서 잘 생겨난다는 것도 머지않아 기억해낼 것이다. 그렇다. 곰팡이, 즉 진균은 多溫多濕한 환경에서 잘 자라난다. 한의학의 생태학적 인식은 이런 초등학교 수준의 기초적인 발상에서 시작된다.
이제 시각을 인체로 돌려보자. 누가 무좀이 잘 걸리는가? 축축한 양말을 오랫동안 신고 있는 사람이다. 대표적으로는 답답한 군화를 오랫동안 신고 있는 군인이다.
<그래서 군대에는 ‘씻고 비비고 말려라.’라는 명언이 있다. 진짜 있다.>
또 생각해보자. 뚱뚱한 사람이 몸이 습하고 수분이 많은 사람이겠는가, 아니면 마른 사람이 몸이 습하고 수분이 많은 사람이겠는가? <東醫寶鑑> 등 다양한 한의학의 서적에서는 뚱뚱한 사람을 多濕한 사람이라고 보고, 실제로 뚱뚱한 사람에서는 마른 사람에 비해 무좀이 잘 생긴다. 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습이 많겠는가, 술을 안 마시는 사람에게 습이 많겠는가? 양말에 구두를 신고 회사에 가셔서 항시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곤 돌아오셨던 우리내 아버지들. 그렇다. 무좀균은 옳다쿠나 싶어서 거기 달라붙어 살았던 거다.
<Candida albicans는 질염 뿐 아니라 신체 다양한 부위에서 진균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무좀 역시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환원론에 입각한 서양의학이 균을 죽여버리는 방식으로 진균 질환에 대응했다면, 생태학적인 시각의 한의학은 진균이 살기 좋은 다온다습한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진균 질환에 대응한다. 한의사들이 종종 사용하는 ‘濕熱’이라는 표현은 그런 거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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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심의를 꿈꾸는 젊은 한의학도 이기성 원문보기 글쓴이: 심의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