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새끼를 낳았다며 한 마리를 주었다.
엄마에게서 떨어지다보니 얼마나 외로웠던지 밤새 울기도 하고, 사람만 보면 기어오르며 외로움을 표현하던 놈이라 더 애처로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손길이 더 자주 갔다.
밖에서 밥을 먹다가도 뼈다귀가 나오면 비닐 봉지에 담아와서 주고, 집에서도 생선 뼈다귀가 나오면 주다 보니, 유독 나만 보면 뛰어오르기도 하고, 얼마나 좋은지 데굴데굴 구르며 좋아할 때도 있다.
며칠 전에도 생선뼈를 모아서 줬더니, 또 난리를 치며 좋아했다.
그런데 그걸 먹고나더니 목을 자꾸 캑캑거리며 기침을 한다.
마치 사람이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하는 기침하고 똑 같았다.
놈이 캑캑거릴 때마다 꼭 내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식구대로 온 신경이 강아지에게로 다 모였다.
토요일 저녁이라 동물병원 문도 닫았을 테고, 내일은 또 일요일이 아닌가!
이 놈이 이젠 밥도 먹지를 못한다.
내가 걱정을 하다보니 작은 아들이 "인터넷에~ 사람이 목에 가시가 걸렸을 때는 식초를 먹으면 된다 카는데?" 하고 말했다.
사람에게 통한다면 혹시 강아지에게도 통하지 않을까 싶어서 사과 식초를 조금 따라서 줘 봤다.
얼마나 셨든지 녀석이 냄새만 맡더니 그만 돌아서 버린다.
'그러면 저 놈이 빵을 좋아하니까 빵을 식초에다 담가 줘 봐야 겠다' 싶어서 줘 봤더니, 그냥 식빵을 조금 핥다가 만다.
그래도 입으로 식초가 좀 들어갔는지 코를 킥킥거리며 진저리를 친다.
언뜻 봐도 벌써 홀쭉해 졌다.
우유는 좀 넘어가려나 싶어서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데워서 줘봤다.
너무 잘 먹는다.
그런데 우유를 먹고나서는 기침을 조금 덜 한다.
그래서 기침을 할 때마다 우유를 데워서 준다.
자식이 미친듯이 잘 먹는다.
먹고는 이젠 행복하다는 듯이 나를 빠안히 쳐다보고 앉았다.
빨리 동물병원 문을 여는 월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월요일 아침 잠이 깨자말자 강아지에게로 갔다.
어?
기침을 않는다.
식초 때문일까, 아니면 우유 때문일까?
그래서 내가 먹던 달콤한 빵을 식초가 담긴 그릇에다 담가서 줘봤다.
자식이 빵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식초에 젖은 그 빵을 물었다가는 다시 놓고, 또다시 물었다가 다시 놓고 한다.
불쌍하다 싶어서 또 우유를 데워서 줬다.
맛있게 먹고 나더니 이젠 안 아프다는 듯이 또 나를 빤히 쳐다보고 앉았다.
전에는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몰랐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강아지는 배신을 모른다.
내가 사랑을 주면 한없이 따르고 애교를 부려서 인간을 기쁘게 해 준다.
그런데 인간 세상에는 왜 이렇게 배신이 많을까?
"개보다 못한 놈, 개보다 못한 년"이란 말이 확 와 닿는다.
2019년 12월 24일 아침 9시 54분, 권다품(영철)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