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냥 잔뜩 쌓인 이면지함 혹은 쓰레기통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별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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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7시 잔뜩 흐린 날씨에 신부도우미를 하기로 하신 이연하님을 태우고 안양 신부집으로 향했습니다..
8시 조금 넘은 시간, 안양 신부집 도착부터 조짐이 별로 좋지 않았지요..
전날밤 술먹고 여관서 외박하고 돌아왔다는 신랑, 십수일간의 음주덕에 설사로 밤새 고생했다는 신부의 우울한 얼굴을 보면서 황당한 결혼식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세시간에 가까운 신부화장, 거의 마술에 가까운 변장모습을 두눈으로 생생하게 지켜 보면서 정말 사람이 그런식으로도 바뀔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식장 도착해서 바깥에 차 새워놓고 웨딩카 만들고 있는데 어르신 한분 오셔서 물어봅디다..
어른신 : "신혼여행 어디로 간데요??"
운전남 : "글쎄요.. 서울 호텔서 하루 자고 전국일주 한다는 걸로 들었는데요.."
어르신 : "(대단한 발견을 하신 듯) 아~~ 결혼했다고 전국에 있는 노조들 순방하는구나.."
운전남 : "흠.. 그게요, 거시기, 그러니까요..... .(머리만 긁적긁적 / 당황해서 할말이 없음)"
이번 결혼식 근래 보기드문 팽팽한 긴장감속에 진행되었습니다...
두 개의 집단이 맞대응하는 그러한 양상이었지요..
주도파인 기독교인 한패거리와 소수의 전,현직 운동권 한패거리..
물론 주도권은 다수이며 홈그라운드인 기독교인 집단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숫자로는 거의 비슷한 숫자였지만, 구장 자체가 이질적이라 그런지 많은 분들이 눈동자에 초점 잃은채 바깥을 걷도는 분들이 많아 결혼식 참석자는 소수 일 수밖에 없었지요..
주례를 보시는 목사님왈
"회중에게 묻습니다.. 두사람의 결혼에 반대하시는 분은 지금 이야기해 주십시오. 지금 얘기하지 않으시면 무덤까지 가지고 가십시오.. 회중 여러분 두사람의 결혼에 동의하십니까?"
하객들 대부분 "아멘"으로 답하더라구요..
그중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 화답하는 소리가 달랐으니..... "투쟁!!~~~~~"(허거더더덕..)
다행히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멘소리에 묻혀 버렸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 버리는 순서가 있었으니..
축가.. "참사랑" 너무 멋졌습니다..
무늬는 [정면돌파]인데 백모씨등이 참여한 인적구성으로 볼 때 [불협화음]정도가 팀이름으로 어울릴꺼라 생각했는데..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멤버에도 그런 아름다운 하모니가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참 무작스럽게 하객 많이 오셨네요..
다들 뒷풀이 참여할 사람들 너무 많겠네 하고 걱정하셨는지 따로따로 자리 펴시는 바람에, 피로연은 오히려 조촐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한 50명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열댓명 옹기종기 모였지요..
오신 분들 소주 한잔이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하고 신랑, 신부가 무척 아쉬워 하십디다..
신랑 친구분들 밤새워 술마셔서 그런지 기력이 쇠진해 발바닥 한 대도 안맞았구요..
(간밤 병이 깨지도록 맞았다는 신랑의 변명, 보지 못했으니 믿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냥 신랑이 사회보는 그런 황당한 뒷풀이 였습니다.. 그려..
어쨌거나 그런 신사적인 결혼식 피로연은 첨 해봅니다..
그 억양도 독특한 "강원도래요~" 하시는 분들이 말입니다..
뒷풀이 끝나고 추적추적 오는 비를 뒤로 하며 첫날밤 (여기서 첫날밤이란 일반적으로 신랑 신부가 처음 합방을 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첫날밤이 아니라.. 그냥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첫날밤임, 몇 번째날 밤인지는 신랑신부도 잘 모르는 듯함. 흐흐흐) 숙소인 워커힐 도착하니 저녁 9시..
신랑, 신부 입은 개량 한복하고 짐을 받는다는 핑게하에 호텔을 따라 들어갔지요..
호텔 정말 무지하니 좋더라구요..
창바깥으로는 한강 야경이 그대로 다 보이구요..
방에는 와인과 과일 바구니가 있고 노트북으로 인터넷 접속도 가능한 정말 지상 낙원이었지요..
같이 와인 한잔 하고 가라는 속없는 인사치례에 갈등하며, 울 집사람(박현희당원)이랑 뒷풀이때 신부 지령으로 훔쳐온 쏘주 두병을 정말 비싼 값에 팔아먹구 나왔습니다..
신랑,신부 이 잉간들 집들이때 증말 제가 죽입니다.. 하루종일 쌔빠지게 고생한 저랑 한 철떡같은 약속을 어겼거든요..
제가 호텔방에 있는 노트북으로 인권센터 카페, 지구당 홈피까지 연결해 놨구마는..
첫날밤 상황 인터넷 생중계.. 체위를 포함한 생쑈를 그대로 중계한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네요..
무지하게 바빴나바.. 흐흐흐..
담날 새벽에 5시에 잠깐 깨서 인터넷 들어갔더니.. 인권센터 카페에 나무라는 아이디 접속해 있던데 (이거 신부 닉네임 맞죠?) 새벽에 접속해서 모했나 몰라..
혹시 밤새도록?? 흐흐흐흐......
두분 결혼식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결혼식 전날까지 10여일 이상을 연짝 술마셨다는 신랑, 신부..
결혼식 아침까지 술로 인한 설사에 허덕이는 신부를 보며 마음이 숙연해 졌습니다..
물론 혹자는 살을 빼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폄하하기도 합니다마는..
나이 답지 않은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모습.. 참 보기 좋았습니다..
잘 사셔야지요..
그렇게 많으신 분들 오셔서 축하해 주셨는데 두분 정말 잘 사셔야 합니다..
행복하게 살겠다는 두사람의 소중한 약속 지켜내는지 이 결혼 축하하셨던 분들 계속 지켜봐 주고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분 항상 지금의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운동, 사람답게 살자는 것이지요..
우리의 대오가 좀더 사람냄새나는, 신바람나는 그런 아름다운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접한 결혼식 참관후기 마칩니다..
이글이 사실과 혹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신랑신부의 책임임을 명백히 밝히는 바입니다..
첫댓글 하하하...유쾌한 글입니다. 잘사는 두사람이 되길 빌며 병권씨도 고생했네요.
병권씨 현희씨가 끝까지 챙겨주었군요...수고 하셨어요...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병권씨 잘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결혼식이 생각 나는 군요. 이상산 긴장감이 감돌던 결혼식 .. 지금 잘살면 되지 않겠어요..
넘 잼있는 글입니다.결혼식날 밤신랑에게서 전화왔었는데 그때이미 술을 많이한 상태였고.늦은11시30분쯤 제가 인권센터 카페에 들어갔더니 그때 나무님(신부)이접속해 있더라구요.아마도 신랑이 술에 넉따운되고 아마도 밤세 흐흐흐....... 첫날밤에....그냥잤다.~~~~~~~~~~~ㅎㅎㅎㅎㅎ
웃기는 신랑신부였군요....
그냥 잤다....에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