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42년생 조우제는 791쪽의 <반야심경 정해>가 너무 두꺼워서 4권으로 나누어 들고 다니면서 15일만에, 주로 지하철 안과 사무실에서 다 읽었다. 다 읽은 뒤 다시 5일 동안 요약 정리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구절에 밑줄을 치면서 읽고, 다 읽은 뒤 밑줄 친 부분의 내용을 노트북에 입력해서 3차례 정도 요약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처음 밑줄친 것을 정리하니 10호 글씨로 61쪽이 되었다. 그 다음엔 12쪽, 또 그 다음엔 8쪽, 최종 6쪽으로 마감했다.
▣<반야심경 정해>는 불교의 중요한 경전과 역사상 수많은 국내외 역경가들의 주장이 동원되어 대승불교와 유식불교, 그리고 선불교 등의 유아법(有我法)을 비판하고, 석가부처님의 무아법(無我法)을 철저하게 증명, 확인시킨 역사적인 작품이다. 또 이 책은 세계 최초로 반야심경을 제대로 번역해냄으로써 반야심경이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의 방법을 말해주는 경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야심경 정해>는 반야심경의 모든 구절의 글자 하나하나를 다 산스크리트어본과 석가부처님이 설한 온갖 경전을 동원해서 정확하게 풀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말로 기술했다. 책 내용 중에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개의 구절을 뽑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불교의 반야지혜는 일머리가 잘 돌아가는 등의 일반적인 지혜가 아니고, 절처히 자신에 대해 알아차림 하는 것임을 알게 했다. 즉 반야지혜는 선정삼매에 들어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관찰해감으로써 결국 <나>라고 할 만한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아는 것이었다.
(2)범부들은 자기 안에 "마음"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마음은 오온(五蘊) 중 수상행식(受想行識)으로서 몸의 정신현상일 뿐이다. 마음은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정신현상이거나 상호작용 그 자체이다. 신경체계라는 물질로 이루어진 감각기관(안이비설신의 眼耳鼻舌身意)이 없으면 그 작용인 마음도 또한 없다. 또 감각기관이 있어도 그 대상(색성향미촉법 色聲香味觸法)이 없으면 마음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음도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 "마음"이라고 하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인 것이다.
(3)반야심경의 공(空)은 우주 삼라만상의 본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수행방법을 통해 적멸을 성취했을 때의 상태를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공(空)은 사변에 의한 견해나 이론이 아니고, 현미경으로 물질의 분자구조를 관찰하듯이 반야의 눈으로 꿰뚫어보아서 알아낸 과학이요, 사실이다. 적멸상태엔 인식의 구성요소인 6개 감각기관과 6개의 대상, 십이처, 십팔계, 식별작용도 없고, 사성제(苦集滅道)의 진리도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관정스님(조성래)의 부모님(조임제 님과 정산아주머님)이 떠올랐다. 부모님 생전에 이 책이 발간되었더라면, 얼마나 기뻐했을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