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실어 나르는 날개 ‘김포국제공항’>
2001년 3월, 국제선을 인천공항에 넘겨주면서 한동안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운영됐던 김포국제공항! 하지만 최근 각종 문화공간을 유치하고 일본과 중국에 최단거리 국제노선을 개설하면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하루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만 300여대, 1일 승객만도 6만 명!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북적대는 승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다. 굵직한 국제선과 장거리 노선을 인천공항에 내어준 대신, 삶에 활력을 실어 나르는 삶의 날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포국제공항. 우리는 이 공간에서, 꿈을 안은 승객들과 공항 사람들 모두의 아름다운 비행을 함께했다.
<가장 안전한 비행이 가장 아름다운 비행이다!>
길이 정해졌거나, 혹은 길을 찾고 싶어 공항에 오는 누군가에게 기꺼이 ‘날개’가 되어 주는 사람들. 김포국제공항에는 4천여 명의 사람들이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숨가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릴레이 비행
이른 아침, 승무원들과 기장, 부기장이 첫 비행기에 오르면 관제탑에서 보내는 신호로 안전하게 첫 비행기가 이륙한다. 보안검색대에선 위험한 물건들을 거르고, 심사대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입국한 손님들은 카트 아저씨가 준비한 카트에 짐을 실은 후, 공항의 순환버스에 오른다. 이렇듯 공항의 하루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맞물린다. 마지막 비행시간인 밤 11시가 될 때까지...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밤 11시, 김포공항의 진짜 업무는 당신이 잠든 시각에 이루어진다. 공항이 문을 닫고 나서야 시작되는 야간 활주로 작업은 종류만도 가지가지인데... 비행기의 이착륙을 돕기 위해 선을 칠하고,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퀴에서 묻어나오는 고무자국을 제거하고, 6000여 개의 항공등을 보수하기 위한 밤샘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격납고 역시 내일 나갈 비행기를 정비하려면 야간에 달라붙어서 일한다. 특히 비행기 부품은 날카롭고 예민한 부품이 많아 동료들간에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한다는데... 그렇게 꼬박 밤을 새우고, 동이 튼 아침 6시, 긴 작업이 끝나면 우렁찬 비행기 시동 소리와 함께 정비사들의 고단한 하루가 마무리된다.
김포공항은 좁다면 좁은 공간이지만, 하나의 왕국 같아요.
한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피라미드 같은 그런 갈래,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랐어요.
작은 세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엄청나게 큰 세상.
그러니까 작은 개미집에 들어가 보니, 개미들의 엄청난 세상이 있듯이...
여기가 그렇더라고요.
- 장영욱 (순환버스 운전기사)
<공항, 인생사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삶의 무대!>
하루 약 10만 명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김포국제공항. 그 속엔 매일 새로운 승객들이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빛깔과 사연이 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새 출발을... 누군가는 꿈을, 누군가는 이별을... 그렇게 인생의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무대!
▶내 생애 ‘첫’
4대가 함께 하는 첫 가족여행, 3년 넘게 계획한 ‘아줌마들의 중국 여행’, 신혼여행만큼은 제주도로 가고 싶었다는 해외유학파 새내기 부부의 특별한 시작! ‘첫 여행’ 의 설렘을 안은 사람들이 출국장을 가득 메운다. 그 중에서도 첫 부부동반 여행에 나선 주길순(58세), 김성철(63세) 부부는 결혼 37년 의 첫 애정 표현으로 살뜰한 비행을 시작한다.
▶‘공항의 이별’
반면, 한 연인에겐 공항이 이별의 장소가 되었다. 비자 유효기간이 끝나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자와 한국 영주권을 포기할 수 없어 이별을 택한 남자. 행여 얼굴 한 번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그에게, 가장 큰 꿈은 ‘결혼’이 되었다.
▶‘꿈’으로 가는 티켓
어린 손자와 전망대를 찾은 한영태(64세)씨는 김포공항을 찾을 때마다 언제나 감회가 새롭다. 가난했던 청년 시절, 힘든 현실에 좌절할 때마다 이곳에서 유학의 꿈을 키웠다는데... 언젠가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저 비행기에 탈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던 그해 80년 여름... 하늘의 도움이었을까. 정말로 꿈을 이룬 그는 이제 자신의 손자에게 꿈으로 가는 티켓을 선물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