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로(球場路)
백석
삼리 밖 강 쟁변엔 자갯돌에서
비멀이한 옷을 부승부승 말려 입고 오는 길인데
산 모롱고지 하나 도는 동안에 옷은 또 함북 젖었다
한 이십리 가면 거리라든데
한겻 남아 걸어도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어느 외진 산길에서 만난 새악시가 곱기도 하든 것과 어느매 강물 속에 들여다보이던 쏘가리가 한자가 되게 크던 것을 생각하며
산비에 젖었다는 말랐다 하며 오는 길이다
이젠 배도 출출히 고팠는데
어서 그 옹기장사가 온다는 거리로 들어가면
무엇보다도 먼저 酒類販賣業이라고 써붙인 집으로 들어가자
그 뜨수한 구들에서
따끈한 삼십오도 소주 한 잔 마시고
그리고, 그 시래기국에 소피를 넣고 두부를 두고 끓인 구수한 술국을 뜨근히
몇 사발이고 왕사발로 몇 사발이고 먹자
첫댓글 * 구장로(球場路) : 평안북도 영변군 용산면에 있는 지명
* 강쟁변 : 강변. 물가.
* 자갯들 : 작은 돌들이 깔려 있는 들판.
* 비멀이하다 : 비머리하다. 비가 쏟아진 후로 온몸이 비에 흠뻑 젖다.
* 부숭부숭 : 잘 말라서 물기가 아주 없는 모양.
* 모롱고지 : 모롱이. 산모퉁이의 휘어 눌린 곳.
* 한겻 : 하루의 4분의 1인 시간. 반나절. 여섯 시간. (*한겻 남아 걷다 : ~에 도달할 만큼 충분히 걷다)
* 트근히 : '수두룩하다'의 평북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