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하다 청소년 소설에 꽂혀 무작정 읽어대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한 권 한 권의 독자적인 시각에 매료되어 밤 깊어가는 줄 몰랐으니
지금은 조금 시들해진 느낌입니다.
어찌보면 너무나 뻔한 스토리와 결말 때문이 아닌가 해요.
또 하나....
집안이 아주 좋거나, 무지막지하게 안 좋거나
다문화가정이거나, 한부모 가정이거나, 아니면 입양아?
그것도 아니면 문제아 또는 일진회, 칠공주파 등등...
그래야 다양한 스토리가 좀 나오는 걸까요?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 지극히 평범한 아이는 찾아보기 힘드네요.
집안도 보통, 공부도 보통, 생각도 보통, 외모도 보통인 아이들이 주인공인 청소년 소설은 별로 없어요,
어찌 보면 그런 아이들이 가장 많을 텐데....
제가 청소년 소설을 쓴다면 지극히 평범한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번 써 보겠습니다.
집안도 평범, 아이도 평범, 주위 사람도 평범, 성적도 평범, 외모도 평범..
그런데 그 평범함 속에서 평범하게 편안하게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 평범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겁니다.
12월 말부터 오늘까지 읽은 6권의 청소년 소설을 끝으로 앞으로 당분간은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너무 우울해집니다. 청소년들이 처한 삭막하고 암울한 현실을 알기에, 그러나 해결해 줄 수는 없기에...
둘째, 이야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문제 발생하여, 혼란을 겪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방식도 똑같고
독자가 예측했던 결말로 거의 갑니다. 그러다 보니 좀 재미가 떨어지네요.
셋째, 재미가 없습니다. 동화를 읽을 때보다 신선함과 기발함, 상상력이 없으므로 읽으면서 웃을 일이 없네요.
![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kyobobook.co.kr%2Fimages%2Fbook%2Flarge%2F793%2Fl9788990878793.jpg)
<이상운, 바람의 아이들>
쿨한 외톨이 현태(한부모 가정), 공부열심히 하는 범생이 지훈이...
둘 사이의 이루어지기 힘든 우정이 보이지 않게 탑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
세련된 구성과 주인공의 세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공부 때문에 우정까지도 갈라놓는 어른들의 몹쓸 행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
중학생 남자아이들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
![발차기](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kyobobook.co.kr%2Fimages%2Fbook%2Flarge%2F820%2Fl9788952754820.jpg)
<이상권, 시공사>
제목만 보고는 시원 통쾌한 사건이 벌어지는 줄 알았는데...
임신한 여고생에 대한 이야기다.
똑똑하고 얼굴도 예쁘고 꿈도 많았지만 잠깐의 실수로 '불청객'을 배안에 품게 된 경희...
경희의 시점과 뱃속에 든 불청객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는 점이 독특하다.
결론은 아기를 낳는 것으로 끝나지만....
우리 나라는 아이들 성교육부터 잘 시켜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기에 고통스러운 책이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아니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박수를 주고 싶다.
![바람이 노래한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kyobobook.co.kr%2Fimages%2Fbook%2Flarge%2F207%2Fl9788936456207.jpg)
<권하은, 창비>
그 중 그래도 가장 읽기 편했던 책....무슨 상 받은 책이다.
시골로 부임해간 목사의 딸 나...
시골에서 만난 소주라는 여자 아이와 석준이라는 남자 아이.
두 아이 모두 상처 받은 아이들로서 주인공과는 전혀 별개의 세상에 산다.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
주인공의 부모인 목사와 목사 사모의 이중적인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최민경, 현문미디어>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이게 상을 받은 건, 독특한 소재 때문일 거다.
할머니의 혼이 주인공 여자 아이에게 들어갔다는 설정....
주인공 은재와 동생 영재가 모두 입양아이고, 나중에 알고 보니 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입양시켰다는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다. 그래서 그 딸을 만나고 싶어, 은재의 몸에 들어간 것이라는....
상을 받을 만큼 구성이 탄탄한 것 같지도 않고, 재미가 많은 것도 아니고,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특한 소재....그것이 힘이 될 수도 있구나..
![분홍벽돌집](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kyobobook.co.kr%2Fimages%2Fbook%2Flarge%2F272%2Fl9788992711272.jpg)
<박경희, 다른>
공원에서 노숙자를 패어 소년원에 가게 된 주인공 남자 아이 준...그게 일진회의 거머리 같은 마수였다고 해도
난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준이라는 아이가 그토록 폭력을 쓰게 된 동기가...준도 한 부모 가정 아이...
원조교제를 하다 성매매에 걸려 소년원에 가게 된 수경...
(오로지 모델이 되겠다고 몸을 팔았다.)
첵에서는 두 아이를 모두 감싸고 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아이가 그렇게 된 건, 비정상적인 학교 선생과
무능력한 부모 탓이다...라고...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학교는 회색벽돌집이고, 소년원은 희망 정거장인 분홍벽돌집이라는 설정....
학교에 그렇게 이상하고 못된 선생들이 많다는 것인가...글쎄...난 정말 잘 모르겠다.
읽으면서 참 거북했던 책이다.
이 작가...방송일하면서 소년원 봉사도 했던 모양...그때의 경험을 살려 이 책을 쓴 듯...
수경은 성매매로 인한 병으로 죽고, 준은 영화 공부를 하게 되지만....결론은 희망적이라고 하지만 난 왜 이 책을 읽으며 희망을 잃은 것일까?
<장주식, 문학동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누구나 꽃미남이 돼야 하고 키가 커야 하는 요즘 아이들로 보자면 성만은 괴물이지만, 통쾌한 인물이라고 평한 어떤 시인의 말....
온몸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용감무쌍한 고성만...하면서 주인공을 엄청 미화했지만
그 시절에는 모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배경은 1970년대 말....그러니까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라...
작가는 자신의 청소년시절 얘기를 하며 요즘 아이들, 너무 약하다, 너무 찌질하다, 너무 불쌍하다, 너무 박력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다른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 요즘 청소년들은 과연 이 책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첫댓글 읽어 보려고 했는데 읽지 말아야겟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니까요. 그래도 읽어보세요. 참고(도움)될 만한 것은 충분히 있더라구요.
최근의 청소년 소설들은 마치 드라마의 어느 한 부분들을 보고 있는 듯해요. 감각적이고, 누구나 지독한 문제를 갖고 있고, 또 그것들을 그들 나름으로는 너무나 힘들게지만 읽는 입장에서 보면 참도 멋지게 해결해 나가거나(깨달음을 얻어가지거나) 누군가가 멋지게 도와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