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학기의 마무리를 목전에둔 11월 말,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회는 큰마음을 먹고 멀리 서울로 콧바람을 쐬러 갔다. 사실 콧바람이라는 말은 열심히 예매하고 준비하고 간탓에 한껏 부푼 마음을 표현하기엔 좀 부족한 말인듯 싶다.
이 곳에 이번 인생 처음으로, 보고싶던 미술품이 있어 꼭 가보고 싶었다.
최우람 작가의 '원탁'은 지금 현재 젊은이들 사이에서 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들은 이작품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이리도 작품에 열광할수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개인전을 연 '최우람'작가의 작품들은 기계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속에서 마치 내가 배우는 학과에서 쉽게 볼수 없는 미술 이라는 영역을 맞춤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기계가 움직이는 생명력, 그 과정에서 담고있는 의미의 심오함은 마치 그동안 기계를 딱딱한 존재로만 보았던 우리를 한대 때리는 듯 하다.
이 작품은 이미 유명해서 주변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관람했다.
한 평생 어딘가 한 방향만을 비추던 빛, 그 빛들이 생명을 다했다고 생각했을때, 각자 다른 방향이 되어서 다시 되살아나는 과정을 담은듯한 작품이다. 주기적으로 번쩍거리며 여러방향을 비추고, 마치 차와 같은 어떤 이를 위한 빛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위한 빛을 처음으로 내뿜는다. 그 눈들은 이제 자신을 빛내기에 이른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이기도 한 '작은방주'. 심오하다. 무슨의미인지 도통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35개의 폐종이와 로봇팔로 만들어진 몸체. 몸체인지 , 노인지 구별하기 어려운건 작가가 노린것일까? 마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지만, 정반대편에도 저렇게 생긴 사람이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중 맞는 방향은 어디일까?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목적지' 역할을 자처하던 등대는 위에 우뚝서서 주변을 감시하는 감시자 같은 느낌이 든다. 목적지를 잃은 우리는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를턱이다.
기계의 웅장함과 이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정교한 움직임, 그리고 연출은 정말 기계에서 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미술과 기계의 결합은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고, 값진 경험이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매우 커서, 여러 전시가 한번에 열리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는 <여기, 일어서는 땅>이라는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기계로 이루어진 전시 옆, 흙으로 이루어진 전시. 이것또한 노린것이라면 노린것일까? 이중 어떤 전시회가 더욱 '생명력'을 내뿜고 있는가? 고민에 사로잡힌 채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웅덩이, 그것은 땅의 숨구멍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는 어머니, 대지. 땅에서 솟아오른 그것은 솟아올라서 힘들어 보이는 동시에 솟아오른 그 자체로 생명력이 넘친다.
진짜 흙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넘쳐난다. 흙은 그자체로 생명력이 넘치는 단어이지만,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을때 생명력은 잘 모르겠다. 흙에서 표정이 드러날때, 그것은 무슨의미를 담고 있을까. 또한 제자리를 잃은 흙의 생명력은 어느정도 일까. 이 전시회에 쓰인 흙은 실제로 작가가 파주평야에서 작품일과 함께 농삿일을 도우며 만든 작품들이다. 이제 생명력이 어느정도 느껴질까. 나는 그래도 잘 모르겠다.
흙의 소리라는 작품이다.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흙=바닥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고 있다. 우리에게 마치 흙에서 태어난 존재들아, 흙의 소리를 들어라 라고 충고하는 듯한 작품이다. 질감이 매우 생동감이 넘치고, 표정이 잘 묘사되어 정말 잘 와닿은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의 메인, <여기, 일어서는 땅> 이다. 가히 웅장할 정도의 스케일이다. 저기 희미한 격자무늬중 한 블럭하나가 실제 사람의 키보다 크다면, 이제서야 좀 그 웅장함이 와닿을지 모르겠다. 땅의 웅장함을 나타내기 위해 스케일을 사용한 듯한 작품이다. 땅은 항상 우리의 발 아래 있어 우리가 밟고 살고, 그 중요함, 숭고함을 모르지만 이렇게 세워놓고 보니 그곳에서 오는 그 웅장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대단하다. 여기, 일어서는 땅이 있으니 작가는 땅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기 위해 노력한 듯한 동선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관람하고 나왔다. 시간이 많이 없어 쉽지않은 전시회 관람이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느낀점이 매우 많은 전시회였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종로구 였다. 마침 교수님께서 올려주신 두곳의 사진전도 모두 종로구에서 열린다는 것을 확인한 나로써는, 시간이 남는다면 이곳에 꼭 가서 사진전을 관람하고 싶었지만, 미술품이 매우 웅장했던 탓에 이를 포기하고 가기엔 매우 후회될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마주할 날이 오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