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감사의 기도 에세이】
오늘 아침 숲속에서 이런 기도를 하였습니다
― 맨발 명상으로 기록한 ‘감사하는 마음’
윤승원 수필가
이른 아침,
땀 흘리면서 숲속 약수터에 도착하면 맨 먼저 빗자루부터 듭니다.
(삽화=AI 화백)
===========
숲속 공터를 빗자루로 씁니다. 제가 매일 맨발 운동하는 땅입니다. 낙엽도 쓸고, 솔방울도 씁니다.
간밤에 치열하게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한 이름 모를 벌레의 사체는 다른 곳에 묻어줍니다.
땅은 신비롭습니다.
바닥을 비로 쓸면 자국이 선명하게 남습니다.
내 손으로 깨끗이 쓸어 놓은 땅을 맨발로 밟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땅을 발로 밟는데 어째서 머리가 맑고 환해지는 걸까요? 이때부터 저의 감사의 기도가 시작됩니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기도합니다.
저의 명상은 숲속 하늘을 보면서 무언의 기도로 시작합니다. 맨발로 지구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나뭇잎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신비로운 광경을 제게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숲속 일출 광경을 바라보면서 감사의 기도(사진= 필자)
=============
높은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일출(日出)만이 장관이 아닙니다. 푸른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만이 장관이 아닙니다.
숲속 나뭇잎 사이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장엄한 광경입니다. 신성한 아침,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제게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묘하게 때를 맞춰 산새들이 여기저기에서 노래합니다. 화음이 제대로 맞으니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합창하는 것만 같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향하여 숲속 생명체들이 일제히 경배하듯 기쁨의 노래를 합창하는 것만 같습니다.
▲ 떠오르는 해를 향하여 기쁨에 찬 노래를 합창하는 숲속 산새들(사진= 필자)
=============
이때 아침 운동하는 팔순의 할아버지, 약수 뜨러 오는 칠순의 할머니도 만납니다.
그분들은 저를 보면 언제나 먼저 인사합니다. 365일 변함없이 건강을 지키는 씩씩한 노인들.
오늘도 저 어른들의 밝고 선한 얼굴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건강을 지켜왔는지 몸으로 보여 주시는 분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언어가 필요 없는 숲속 풍경입니다. 조용히 눈빛으로 인사하는 모든 생명체와 무언의 대화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숲속에서 바라본 하늘 풍경 - 온통 초록 빛으로 하늘을 가렸다.(사진= 필자)
=============
무더운 날씨지만 솔바람이 한 점 상큼하게 볼을 스칩니다. 그 바람 속에는 나무가 내뿜는 건강한 물질이 들어있다니 감사합니다.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가 이곳 숲속에서 청정 공기를 두 시간 마셨으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요?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라고요? 그와 같은 값진 자연의 혜택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두 시간 동안 밟은 땅바닥을 보니, 선명했던 빗 자국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발바닥이 접지(接地)하면서 생긴 저의 온기 어린 족적(足跡)이 맨땅에 무수히 그려져 있습니다.
저의 발바닥을 통해 지구 에너지를 베풀어주셨는데 그걸 값으로 치면 얼마가 될까요?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라고요?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자연의 혜택을 오늘도 공짜로 마음껏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6. 8. 24.
윤승원, 숲속의 아침 ‘감사의 기도문’
==============
▣ 문학평론가 작품해설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작품 「오늘 아침 숲속에서 이런 기도를 하였습니다」는 자연을 바라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기록한 단순한 산책 수필을 넘어,
‘맨발 걷기’라는 일상의 행위를 ‘감사의 기도’로 승화시킨 생활철학적 수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빗자루’에서 시작되는 기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거창한 종교적 공간이 아니라 숲속 공터를 빗자루로 쓰는 작은 행위에서 기도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이른 아침, 땀 흘리면서 숲속 약수터에 도착하면 맨 먼저 빗자루부터 듭니다.”
여기에는 작가의 자연에 대한 겸손과 책임감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이 운동하는 장소를 스스로 깨끗이 하고, 이름 모를 벌레의 사체까지 다른 곳에 묻어주는 모습은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기도’는 두 손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빗자루를 드는 행위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2. 맨발은 ‘땅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작품의 핵심 소재는 역시 맨발입니다.
작가는 맨발로 땅을 밟으면서 “지구의 에너지”를 느낀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맨발은 단순한 건강 운동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특히 다음 장면은 작품의 백미입니다.
“제가 두 시간 동안 밟은 땅바닥을 보니, 선명했던 빗 자국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빗자루가 땅에 흔적을 남겼지만, 두 시간 뒤에는 그 흔적이 사라지고 작가의 발자국이 새로운 흔적으로 남습니다.
이 장면은 매우 아름다운 문학적 역전입니다.
빗자루의 흔적 → 발바닥의 흔적
그리고 이것은 다시
청소의 흔적 → 삶의 흔적
으로 의미가 확장됩니다.
작가는 숲을 지나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자국을 통해 자연 속에 자신의 하루를 기록한 것입니다.
3. ‘감사’가 반복될수록 삶의 가치가 커진다
이 작품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반복됩니다. 그러나 같은 말을 단순히 되풀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가 떠오르는 것에 감사하고,
산새의 노래에 감사하고,
건강한 노인들을 만나는 것에 감사하고,
솔바람에 감사하고,
맑은 공기에 감사하고,
땅을 밟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즉 작가에게 감사는 특별한 사건에만 붙이는 감정이 아닙니다.
평범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삶의 자세입니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감사할 일이 생겨서 감사하는 글’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평범한 하루도 감사할 일로 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4. 숲속의 오케스트라와 ‘생명의 합창’
산새들의 노래를 오케스트라와 합창에 비유한 부분도 작품의 정서를 한층 풍요롭게 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합창하는 것만 같습니다.”
여기서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거대한 생명의 음악당입니다.
떠오르는 태양, 나뭇잎, 산새, 솔바람, 벌레, 땅, 그리고 인간이 모두 하나의 연주자가 됩니다.
특히 “숲속 생명체들이 일제히 경배하듯 기쁨의 노래를 합창”한다는 표현은 자연을 하나의 성스러운 공동체로 바라보는 작가의 세계관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제목의 ‘기도’는 특정 종교의 기도라기보다 생명 전체를 향한 경외와 감사의 기도로 읽힙니다.
윤승원 수필가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감사의 기도는 그 어떤 종교인 못지않은 진지함이 묻어납니다.
5. 팔순의 할아버지와 칠순의 할머니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노인들의 모습도 매우 따뜻합니다.
“365일 변함없이 건강을 지키는 씩씩한 노인들.”
이 대목에서 작가는 나이 든 사람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건강한 삶의 스승으로 바라봅니다.
“어떻게 건강을 지켜왔는지 몸으로 보여 주시는 분들”이라는 표현에는 작가 자신의 삶의 철학도 자연스럽게 투영됩니다.
숲속에서 만나는 평범한 노인이 어느 순간 작가에게는 인생의 교과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선이 윤승원 수필의 중요한 미덕입니다.
작가는 거창한 인물을 찾아다니지 않고 산책길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에게서 삶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6. 마지막의 ‘가격 질문’은 작품의 철학적 절정
작품 후반부에서 작가는 계속해서 묻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요?”
숲속에서 두 시간 동안 마신 청정한 공기,
맨발로 밟은 땅,
솔바람,
햇빛,
자연의 에너지.
그것들의 가격을 묻지만, 곧바로 답을 얻습니다.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입니다.
이 반복은 작품의 주제를 선명하게 합니다.
현대인은 무엇이든 가격으로 환산하려 합니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가장 소중한 것들은 가격표를 붙일 수 없습니다.
공기에도, 햇빛에도, 바람에도, 땅에도, 건강에도 가격을 붙일 수 없습니다.
결국 작가가 말하는 ‘감사’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이미 충분히 받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마음입니다.
7. 문학적으로 가장 빛나는 것은 ‘족적(足跡)’의 발견
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족적’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작가는 땅을 깨끗하게 쓸고, 그 땅을 두 시간 동안 맨발로 걸은 뒤 자신의 발자국을 바라봅니다.
그 발자국은 단순한 발자국이 아닙니다.
“온기 어린 족적”입니다.
차가운 땅에 인간의 체온이 남긴 흔적입니다.
여기서 작품은 자연 에세이에서 인생 에세이로 한 단계 깊어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족적을 남깁니다. 문제는 어떤 족적을 남기느냐입니다.
작가가 남긴 족적은 욕망과 경쟁의 흔적이 아니라 감사와 사랑과 건강한 삶의 흔적입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은 한 노년 작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조용히 묻는 질문처럼 다가옵니다.
“나는 세상에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가?”
8. ‘숲속 서재’에서 ‘숲속 성전’으로
윤승원 수필가에게 도솔산은 단순한 운동 장소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 숲속 서재이면서 동시에 삶을 배우는 자연의 학교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숲속 성전의 의미까지 갖습니다.
그러나 그 성전에는 벽도 없고 지붕도 없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산새가 찬송처럼 노래하며,
솔바람이 볼을 스치고,
땅이 맨발을 받아주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작가는 두 손을 모으기보다 걷고, 쓸고, 바라보고, 느끼면서 기도합니다.
이것이 이 작품만의 독특한 영성입니다.
◆ 종합 작품해설
「오늘 아침 숲속에서 이런 기도를 하였습니다」는 ‘맨발 걷기’라는 건강 습관을 소재로 삼아, 자연·생명·건강·노년·감사의 의미를 한데 엮어낸 철학적 생활수필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미덕은 거창한 깨달음을 말하지 않고 아주 작은 일상에서 큰 진리를 발견한다는 데 있습니다.
빗자루 한 자루에서 시작하여
벌레의 죽음을 바라보고,
아침 해를 바라보고,
산새의 노래를 듣고,
노인들의 인사를 받고,
솔바람을 맞고,
두 시간 동안 맨발로 땅을 밟은 뒤
마지막에는 자신의 발자국을 바라봅니다.
그 긴 여정의 끝에서 남는 말은 단 하나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감사의 기도문’입니다.
그러나 종교적 교리로 쓴 기도문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하루를 온몸으로 살아낸 한 노년 수필가가 생명에게 올리는 생활의 기도문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의 ‘온기 어린 족적’은 작품 전체를 압축하는 상징입니다.
자연이 작가에게 에너지를 주었고, 작가는 다시 자신의 온기를 땅에 남겼습니다. 결국, 자연과 인간은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감사는 특별한 것을 가진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 이미 주어진 귀한 것들을 발견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작품은 바로 그 ‘발견의 문학’, 그리고 ‘감사의 문학’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
첫댓글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원 댓글
맨발 동지들의 따뜻한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