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독일마을, 금산 보리암
꽃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환해지고 얼굴이 펴지는 것은 사람들의 비슷한 반응이 아닐까 생각된다. 장독과 어우러진 꽃은 더욱 그랬다. 봉선화, 백일홍, 코스모스가 번갈아 피면 어릴 적 추억 소환 제대로인 장소가 장독대다.
나는 아직 가져보지 못한 풍경이다. 아파트 베란다 한 구석에 고추장과 소금이 항아리라 말하기엔 크기가 작은 오가리에 들어 있다. 된장은 맛이 변하지 않도록 김치냉장고에, 간장은 한 병씩 싱크대 수납공간에 있다. 한 곳에 있어야 할 기본양념들이 이산가족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보관 중이다. 완전하게 귀농하여 농원에 살 집을 지으면, 소박한 장독대를 갖고 싶다.
남해 독일마을의 자그마한 장독대에서 갖가지 양념들이 들어있는 엄마의 보물창고 장독대를 떠올렸고, 미래에 내가 갖고 싶은 장독대를 그려 보기도 했다. 주변에는 반드시 꽃이 있어야겠다.
남해 원예예술촌에 있는 연예인 박원숙 님의 카페에 들렀다. 때마침, 배우님을 만나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행운도 누렸다. 유명한 카페라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갔으며, 주변을 구경하기도 했다. 다양한 역할을 맡아 안방극장에 자주 나왔던 익숙한 배우님이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즐겁게 살아가는 환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 남해독일마을 누리집에서
독일마을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추모공원도 있다. 젊은 그들의 어깨에 가족과 조국이 있었다는 것에 숙연해졌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 온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2015년은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몇 해 지난 뒤였다. 처음으로 부부동반 나들이를 갔었다. 주말이라 둘째를 첫째에게 부탁하고, 남편 직장 동료들로 구성된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한 터였다. 1박 2일 휴가였다.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서 아이들도 같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보리암 누리집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한 가지 소원만은 꼭 들어준다는 '해수관세음보살'이 있어서 유명한 보리암에 갔다. 일행들이 보거나 말거나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구구절절 나의 기도를 입으로 읊지 않아도 다 아실 것 같은 인자한 미소 였다. 내 옆에도, 뒤에도 그렇게 손을 모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기도하러 이곳까지 올라왔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
비단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금산' 그만큼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괴석과 풍경들에 감탄하며 진귀한 구경을 하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런 모습이기에 남해 금산 보리암을 전국에서 찾아가는 것이리라. 보리암은 전국 3대 기도처이며 관음도량이라고 한다.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살아있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사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