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의 입원을 마무리하고 병원에서 주는 사흘분의 약을 산행일 아침에 마지막 먹었다.
마지막 약을 먹었다는 말은 소주를 쪼끔,아주 쪼끔은 마실 수 있다는 신호로 알았다.
거의 보름만에 산행 후 소주도 한 잔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함께 집을 나섰다.
호남정맥에서 분기하여 월출산,달마산을 그쳐 한반도의 땅끝인 토말에서 남해바다로 가라앉는 산줄기를 땅끝기맥이라 한다.
이 산줄기는 월출산을 최고봉으로 남해를 조망하며 121km로 뻗어나간다.
최근에 해남군에서 조성한 ☞ 땅끝 천년숲 옛길은 그 길이만 해도 52km가 되지만 내용을 따지면 기맥과 해안길을 엮어놓은 길이다.
전체 구간 중에서도 땅끝 맴섬에서 도솔암에 이르는 코스는 달마산과 갈두산을 잇는 땅끝기맥을 따라 걷는 곳으로,
좌우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가슴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기맥은 수박 겉핥기로 하였지만 땅끝을 밟으면서 화끈한 마무리를 하게되는 셈.
(도솔봉 도솔암에선 드라마"추노"와"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가 촬영된 곳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는 땅끝 천년숲 옛길을 걸으면서 말그대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루었다.
산행코스: A) 마련-포장임도-도솔봉-도솔암-(땅끝 천년숲 옛길)-언제나봉-77번 도로-땅끝 전망대-주차장(빠른 걸음,5시간)
우리 버스는 여기까지 쭈욱 뽑았다.
도중에 교차하는 차량을 만나면 어쩌나하며 조마조마~
땅끝으로 내려서는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보다 더 올라와서 이제 그만 내리자. 조마 조마~(왼쪽 산줄기는 땅끝으로 이어지는 산길)
퍼뜩 내리자,차 올라. 역시 좌측 바라보는 쪽으로 땅끝으로 향하는 산줄기가 등을 곧추 세우고 있다.
다시 돌아서서 내려다보는 유순한 능선이 남해바다로 가라앉고 있다.
10여 분만에 작은 승용차주차장에 닿는다.(우리 버스는 여기에서 돌리려 하였는데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는 아래에서 U턴을 하였다고...)
주차장에서의 안내판.
우리의 계획을 확대해 본다.
버스가 어쩌구 저쩌구 하니까 주차장에서 널빤지 운반을 하시는 도솔암주지스님께서 이 무시기 소린고하며 귀를 쫑긋한다.
버스는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기 때문(진행금지 안내판은 없지만...)
한 사람이 널빤지 한 장씩 운반을 해 주기로 한다. 스님 눈치를 살펴보니 그제서야 모른 체 입을 다문다.
주차장의 도솔암 입구에서 바라보는 기암들.
안내판
도솔암 진입로.
모퉁이를 휘돌아가니 선경이 펼쳐진다.
하수오 박사이신 "하수오"님이 선경을 배경으로 한 폼을 잡는다.
도솔암 널빤지를 도사지팡이로 삼고...(널빤지는 인조널빤지로서 상당히 무겁다.)
산신각을 짓는 건축재료라 하였으니 신령님이 복을 내리시리라.
..
우측으로 달마산 가는 기맥갈림길이다.
기맥갈림길이정표를 가까이...
도솔암이 기암사이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천년숲옛길 안내판.
도솔암연혁
안내판과 이정표
양 옆으로 병풍을 둘러치고...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가만가만 보면 모두다 무엇무엇을 닮아 있다.
부처님 손바닥만 한 절마당에는 우리 손자 손바닥만 한 가을햇살이 비집고 내려앉아 있다.
도솔암에서 내려다 본 산해.
U턴하여 돌아나오니 정면으로 우람한 시설물이 서 있다.
오른쪽으로...
억새가 출렁이는 정면으로...
용맹스런 우리 버스가 올라온 꾸불꾸불 배암이 기어오르는 도로.
시설물이 있는 능선으로 붙어보기로 한다.(좌측 능선으로...)
산길은 능선으로 뻗어있지만 최근에는 출입하는 산꾼들이 드문 듯 잡목들이 뒤엉켜 있다.
전망은 막힘없이 뚫려있어 사방이 시원하다.(사진은 달마산 방향)
해무가 조망을 가리고 있다는 것이 옥의 티.
펼쳐지는 바다조망.
뒤돌아보니 하수오님이 붙었다.실제 도솔봉은 여기일 것.
도솔봉 정상은 시설물이 있는 군사시설이 있는 곳.
우리는 도솔봉 정상석이 서 있는 곳으로 향한다.(정면에 승용차가 있는 우측길)
정상석이 있는 이 곳에도 조망이 트여있다.
..
돌아본 진짜 도솔봉.
나는 다시 되내려왔다. 기맥의 개념은 우쨌던 능선을 타는 거 겠지만 "옛길"은...
세멘트 포장도로를 조금 내려서면 좌측으로 땅끝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안내판과 이정표 등으로 알기쉽게 표시되어 있다.
안내판의 현위치가...
이정표 뒤로가 땅끝 가는 길.
"땅끝 천년숲 옛길"은 이렇게 원점회귀로 이어져 있다.
육산의 수더분한 숲길을 걷다가 돌아 본 도솔봉.
설치한 지 아직 얼마되지 않은 안내판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땅끝전망대는 아직 5km가 넘게 남아있다.
들국화와 쑥부쟁이와 억새가 너울거리는 묘지에 서니 앞서가던 일행들이 임도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한 주를 쉬고 나온 내가 염려되어서일까?
임도 옆에 세워진 이정표.
다시 너른 공터를 만난다.
잘 조성된 묘지가 눈길을 끈다.
가까이 가보니 김해김씨 묘지다.(벼슬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돈이 많은가 보다.)
요즘에 한창 답사에 몰두했던 가야국의 김수로왕과 겹친다. 김해김씨가 해남땅끝에 유배라도 왔는 감?
조형물의 용트림을 잡아본다.
다시 이정표.(아직 5km가 더 남았다.)
육산으로 이어지는 수더분한 산길은 다소 지루하다.
돌아보는 지나온 길.
당겨보니...
좌우 조망은 해무(海霧)로 인하여 별로이고...
아직 4km가 넘게...
잘 조성된 납골당.
납골당 세멘트임도에선 좌측 이정표가 있는 산길로...
임도 이정표
이제 얼추 다왔나?
땅끝테마호텔을 보고 구름다리를 건넌다.
땅끝전망대는 이제 막 발사를 준비하는 나로호를 닮았넹.
다시 잘 조성된 묘지를 만난다.
이 곳에선 우리 버스가 보이고 일행 일부가 바로 내려서려는데...
또 김해김씨 묘지다.
아까의 묘지와 형제지간인 갑다.(아까는 鍾明이였고,여기는 鍾官)
데크 계단을 따라 망집봉으로 올라간다.
정자가 있는 망집봉에선 사방으로 조망이 터진다.지나온 능선길도 보이고,우측으론 송호백사장도 보인다.
뿌우연 해무가 바다를 덮고 있다.
땅끝전망대.
조금 당겨보고...
내려서면서 보는 망집봉 정자.
안부에서 일행들은 왼쪽으로 내려간다. 나는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땅끝탑으로 방향을 잡는다.
(땅끝탑은 십여 년 전에 필름카메라로 인증샷이 되어 있지만...)
이정표를 가까이에서...
안내판도...
조금 내려서면 리조트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남해바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저만치 벼랑에 땅끝탑이 보인다.
십여 년만에 다시 만난 땅끝탑.
땅끝은 땅의 끝이기도 하지만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여기에서부터 바다가 새롭게 열린다.
다시 뒤돌아 본 땅끝탑엔 사진촬영을 부탁한 우리 막내딸뻘의 아가씨들이 언제까지고 한가로운 오후를 즐길 것 같다.
땅끝마을 갈림길에서 전망대로 숨차게 차고 오른다.
다시오기 쉽지 않은 곳.
전망대는 유료다.
옛날 우리버스가 댔던 전망대주차장으로 내려섰다.
이 곳에서 찻길 따라 구불구불 아스팔트를 따라 걸어 내려갔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땅끝(자료 사진)
이동거리가 먼 해남땅끝에서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차 안에서 뒷풀이를 하였다.
제공해주는 돼지머릿고기도 그렇게 애터지게 기다렸던 소주 한잔도 다 입맛이 없다.
스르르 감기는 아슴한 눈까풀을 저절로 맡겨두고 유난히 자주쉬는 휴게소에서는 어쩐일인지 허리가 쑤시고 아프다.
길이 너무 멀어서 그런가보다하였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저녁은 입맛이 없어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어쩐지 몸이 으슬으슬하여 대강 씻고 자리보전하고 누웠다.
다음날 뭔가 느낌이 달랐다.
아침을 굶고 출근을 하였다.
차에서 조금 쉬면 낫겠지하였지만 그 상태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아~ 필시 다시 탈이 난 게 분명하다.
그길로 다시 찾아간 병원에선 재입원을 명한다.
신선놀음이라 명명한 지난 열흘간의 입원생활과 달리 재입원을 하면서 나는 아주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 김이 다 빠져 싸늘하게 식어빠진 산행기를 이제사 올립니다.
첫댓글 뮈니뭐니 해도 건강이최고입니다ㅡ몸조리 잘 하시고 건강한모습으로 만나는그날까지ㅡ하이팅!!
나는 내가 혈기왕성한 열혈남으로 늘 착각하고 살았죠.알고보니 늙수그레한 60대 초로의 노인에 다름아님을 60년이 지난 지금에사 알게되네요.병원 문밖을 나서니 내리쬐는 파란 가을하늘이 너무 좋습니다.담 산행 때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