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교사 열정없이 불가능
‘잠자는 교실’, 경쟁교육 강화로는 해결할 수 없어
학생의 교육 선택 기회 확대? 고교학점제 파행 운영부터 시정해야
교육활동 보호 대책 환영, 보직교사·담임교사 수당 등 현실화 조속히 시행되길
학생 옆에서 실질적으로 학생의 성장을 돕는 자는 교사, 교사 정원부터 확보해야
오늘 교육부가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초저출산 시대, 급격한 사회변화에 부응하여 모든 학생들을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학교교육 혁신이 시급하다며, 수업의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초학력보장, 디지털 기반 교실수업 혁신, 고교학점제를 통한 맞춤형 교육,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용서, 이하 교사노조)은 지금 우리 교육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며, 수업의 변화를 이끌기에 열악한 교육여건에 처했다는 교육부의 추진배경에 공감하며, 대안을 고민하는 교육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추진과제로 제시한 방안들이 실질적으로 학교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우리 교육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이번 정권의 의지에 부합한지 의문이다. 도리어 학교 내 서열화를 강화하고 사교육을 조장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기초학력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공교육의 당연한 사명이다. 그러나 시도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제공 등은 학력 향상이라는 기대를 넘어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여 과거 비인격적인 성적 지상주의의 ‘잠자는 교실’이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다. 자율평가라고는 하지만 학력 향상을 명목으로 학생의 객관적 학습 수준을 측정하고 계량화된 성취수준을 제공하는 방안은 성적으로 학생을 줄세우기 하겠다는 또 다른 표현일 수 있기에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미래사회는 과정 중심 교육이 중요하므로 결과만 중시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실질적 수업을 고려할 때 디지털 기반 교실수업 혁신 및 교원의 학습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교원이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연구를 교사 업무로 인정하지 않는 현재 교육현장의 풍토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정서적 역량 지원을 위한 교사의 역할이 변화되었음에도 교육여건은 변화되지 않았다. 이번 계획안도 교사 정원을 확보하겠다는 것보다 강사 인력 확보에 대한 사항만 제시되고 있다. 학교 체육·예술교육 강화, 디지털수업 보조강사 등도 공교육 내에서 다른 직종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안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는 공교육을 통해 사적 이익을 확장하고 교육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교란하여 도리어 학교 교육력을 저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사교육의 수요를 공교육 안으로 흡수하고자 한다면 철저한 고민과 설계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통한 학생의 다양한 교육 선택 기회 확대도 양적 확대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교육(수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학생의 다양한 과목 선택 기회가 확대된 듯 보이나, 지난 3월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공교육 내 다양한 교육 제공(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과 시도교육청에 학교 교육을 혁신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방안 등이 학교 서열화를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별 학생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은 서열화를 통한 경쟁 구조를 통해서는 결코 충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부분은 매우 환영하는 바이다. 학교 현장의 업무 경감의 목적은 교사의 수업의 질 개선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학교 행정 업무만 경감하고 교사업무는 경감되지 않아 학생 옆에 있을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교사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당한 대우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에 보직교사·담임교사 수당 등 현실화가 빠르게 반영되어 교사들의 근무환경이 조속히 개선되길 바란다.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하여 교육부의 생활지도 권한 법제화와 매뉴얼 제정 등의 활동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무엇보다 현재 교육현장에서는 정당한 교육활동임에도 아동학대로 오인하여 고소·고발하는 문제가 심각한 만큼 교육부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력은 교육에 대한 교사의 열정을 인위적으로 꺾지만 않아도 높아질 수 있다.
미래 인재는 학생을 성적으로 서열화하고 경쟁을 조장하는 환경에서는 길러질 수 없다. 모든 학생이 가진 재능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하고 싶다면, 학생 옆에서 실질적으로 누가 도울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란다.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을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제공하는 역할은 결국 교사를 통해 가능하다. 지난 5월 발표한 교사노조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25%(9,926명)가 교육정책 수립 시 교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학교 교육력을 높이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교사 없는 교육부 주도의 정책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교육정책의 전문가인 현장 교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정책의 현장 적합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기존과 같이 정책 설계는 교육부가 독점하고, 모든 실행 부담은 학교가 떠안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23. 6. 21.
교사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