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륙 삶는 ‘압력솥’…‘섭씨 49.6도’ 폭염 뒤 이놈 있다 [뉴스원샷]
[출처: 중앙일보] 북미 대륙 삶는 ‘압력솥’…‘섭씨 49.6도’ 폭염 뒤 이놈 있다 [뉴스원샷]
지난달 26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스파크스 호수 인근에 발생한 산불. 이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치솟는 열돔으로 인해 산불이 빈발했다. AFP=연합뉴스 (BC Wildfire Service)지난달 중·하순부터 한 달 가까이 태평양 쪽 캐나다와 미국이 끓고 있다.
1000년에 한 번 나타날 큰 사건
느려진 제트기류와 고기압 작용
동-서 태평양 수온 차이가 배경
북미 열돔은 하나의 사례일 뿐
전 세계가 폭염 피해 입고 있어
특히, 지난달 25일부터는 열돔(heat dome)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내리누르는 열돔으로 인해 기온이 치솟으면서 많은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기상 원인 분석(WWA)'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미국·네덜란드·영국·캐나다 등 27명의 과학자는 지난 8일(현지 시각) 긴급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번 열돔 현상은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로 큰 사건"이라며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150배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사람 탓 열돔 150배 자주 발생
지난달 28일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냉방센터에서 주민 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AFP]
기후 위기를 경고하듯이 북미를 휩쓰는 열돔은 큰 피해를 내고 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지난달 25일 시작된 불볕더위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150건 넘는 산불도 발생했다.
소도시 리턴은 지난달 30일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일주일 동안 719명이 돌연사해 일반적인 수준의 3배에 이르렀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폭염에 따른 사망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기온은 지난달 29일 46.6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1965년에 측정된 종전 최고치 41.6도보다 5도나 높았다.
워싱턴주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응급실을 찾은 온열 질환자가 1792명에 이르렀고, 사망한 사람도 30여 명이나 됐다.
워싱턴포스트(WP)지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열돔이 미 서부 내륙까지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 서부 사막 지대인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 네바다주 남부, 애리조나주 북서부까지 폭염이 뒤덮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서태평양 상승 기류가 육지에서 하강
열돔 현상을 나타내는 모식도. 고기압이 뚜껑처럼 덮고 있다. [미 해양대기국(NOAA)]
열돔은 제트 기류가 약화하고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생긴다.
제트 기류는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빠르게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기류인데, 북극 지방의 기온이 오른 탓에 제트 기류가 느려지면 기류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남북으로 출렁이며 흐르게 된다.
제트 기류 흐름 사이에 낀 고기압은 이동을 못 하고,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북쪽까지 밀고 올라가는 현상도 생긴다.
정체한 고기압은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열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뚜껑처럼 내리누르는 역할을 한다.
열돔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특히 고기압이 발달한 지역에선 하강기류가 발생해 지상의 공기를 누르며 '단열 압축' 하기 때문에 기온이 오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돔을 '압력솥과 같은 효과를 내는' 기후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열돔 현상 뒤에는 태평양의 수온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 해양대기국(NOAA)은 "열대 태평양 서쪽과 동쪽 사이의 온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 열돔의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밝히고 있다.
강한 고기압이 라니냐의 영향과 결합할 때 열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경우를 말한다.
엘니뇨 때에는 태평양 중앙에서 더운 공기가 상승해 서쪽와 동쪽 태평양에서 하강한다. 라니냐 때에는 서쪽 태평양에서 기류가 상승해 동쪽 태평양에서 하강한다.
엘니뇨 때와 비교해 라니냐 때에는 제트기류가 훨씬 북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 해양대기국(NOIAA)]
서태평양 쪽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온이 상승했고, 상승 기류가 만들어졌다.
상승한 따뜻한 공기는 동쪽으로 이동해 태평양 중앙 또는 동쪽에서 하강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트 기류가 느려지고 북쪽으로 치우쳐 흐르면, 동태평양에서 하강하던 더운 공기는 육지까지 이동한 다음 하강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열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온난화 계속되면 5~10년마다 열돔 발생
열돔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 주민이 해변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WA 프로젝트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북위 45~52도 지역에서 관측되는 일 최고기온으로 볼 때 지금의 폭염은 너무도 극단적이고, 역사적으로 관측된 온도 범위를 훨씬 벗어났다"며 "인위적인 기후 변화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도의 폭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수준인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단지 1000년에 한 번 정도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2도 상승할 미래에는 이런 폭염이 대략 5~10년마다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일 폭염이 나타난 인도 뉴델리에서 한 남성이 파이프라인에서 흐르는 물로 목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열돔이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은 이미 온난화로 여름철 고온 사망자가 늘고 있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LSHTM) 연구팀은 지난 5월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43개국 732개 지역의 1991~2018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온 관련 사망자의 약 37%가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내년 2월 공식 발표를 앞둔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의 초안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0.4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경우 지구 인구의 14%가 5년마다 최소 한 차례 극심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WA 연구팀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 시급하다"며 "폭염 조기 경보 시스템을 통합한 폭염 조치 계획, 미래에 적합하도록 건축 환경을 수정하는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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