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절이나 읍(揖)처럼 몸을 낮추는 고저(高低)로 공경을 나타내는 수직형(垂直型)
인사가 발달했다.
땅에 얽매여 농사를 지어먹고 살아온 정착성 사회였기에 서열을 잡을 필요 때문이었을 것
이다.
하지만 수렵·유목·상업 등 이동성 사회에서는 악수나 키스·포옹처럼 대등한 자세의 수
평형(水平型) 인사가 발달했다.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 종족들의 인사도 수평형인데 그 작태가 이색적이다. 그 인사를 지
금 서울 암사동 선사주거지에서 열리고 있는 마오리 축제에서 볼 수 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이들은 인사로 눈을 부라리고 혓바닥을 날름 내어밀고 콧등을 서로 비
벼댄다.
얼핏 보아 공경 표시라기보다 공갈 작태만 같다.
눈을 부라리는 이 작태는 세상에 널리 번져있는 사시(邪視)사상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이 세상의 사악하고 불행한 일은 사시(evil eye)라는 악령에 의해 저질러지는데, 이는 험하
고 큰 눈으로 대결하면 물리쳐지는 것으로 알았다.
네팔 카트만두에 내리면 맨 먼저 황금사원의 높은 불탑에 그려진 커다란 외눈이 와 닿는다.
로마나 이스라엘 그리고 러시아의 신전 문전에 눈 하나만 그려놓은 것을 볼 수 있고, 지중해
나 남태평양에서 뱃머리에다 눈 하나 그려놓은 것도 사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곧 마오리족이 눈을 부라리는 것은 악령을 쫓는 공갈행위다.
우리나라에서 침을 세 번 뱉는 것으로 액귀(厄鬼)를 쫓듯이 침을 노출시키는 혓바닥을 내어
미는 것으로 사시를 쫓는 관행도 폴리네시아인에게 보편화돼 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잔잔해져 오면/오늘 그대 오시려나” 하는, 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크
게 유행했던 「연가」는 바로 마오리족의 사랑 전설을 읊은 토속음악으로 그 부드러운 연가
를 부르면서도 눈을 부라리고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것을 보았는데 그로 미루어보아도 공갈·
모멸하는 작태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아프리카·폴리네시아·이란·인도와 에스키모·아이누족에까지 번져있는 코인사(Nasengruss)
가 세계 인사문화의 원류라는 설도 있다.
동양과 서양 말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산스크리트어에서 코를 뜻하는 「글라―」가 인사를 뜻하
는 라틴어의 글라티아, 영어의 글리트, 독일어의 글루센, 네덜란드어 글루텐의 뿌리가 된 것만
으로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