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씨 등 상속인 일부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한 주식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1심 법원이 원고 측에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재벌가의 집안싸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송가액이 수조원대이다 보니 법원에 납부하여야 할 인지대 또한 수백억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1심판결 후 인지대 부담과 자금의 출처 등의 문제가 있어 패소한 원고 측이 항소를 제기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각에서는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 전망하였던 가운데 항소 제기기간 마지막 날 원고인 이맹희씨 측이 항소장을 접수하면서 패소한 청구취지 금액 중 일부에 대해서만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항소심 인지대 부담과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에서 벗어나려는 묘수를 던졌다. 이맹희씨 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는 '추후 진행과정에 따라 청구금액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어 많은 법률가들이 이처럼 패소한 일부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한 다음 항소심 과정에서 항소취지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관련된 쟁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2. 일부항소와 항소심에서의 항소취지 확장
가. 원심에서 판단을 받고 패소하였던 일부에 대하여만 항소를 제기한 경우 나머지 부분은 판결이 확정이 되는가, 아니면 확정이 되지 않고 항소심에 그대로 계속되는가의 문제가 논의의 출발점이다. 먼저, 통상공동소송은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의 소송행위 또는 이에 대한 상대방의 소송행위와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에 관한 사항은 다른 공동소송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민사소송법 제66조)"는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항소하지 않는 공동소송인이나 항소대상이 아닌 공동소송인에 대하여는 판결이 확정된다. 또한 필요적 공동소송, 선택적·예비적 공동소송, 독립당사자 참가의 경우 항소하지 않은 당사자에게도 상소의 효력이 미치기는 하지만 이는 합일확정의 필요성이라는 논리에 따라 필연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병합이나 동일한 소송물에서 패소한 일부만 항소하는 경우에 한해서 논쟁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위자료로 1억원을 청구하였는데 모두 패소한 다음 5,000만원만 항소하는 경우처럼 동일한 소송물에서 패소한 부분 중 일부만 항소한 경우와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를 병합해서 제기한 후 모두 패소한 원고가 위자료 부분만 항소하는 경우와 같이 청구가 단순 병합된 여러 개의 소송물 중에서 일부 소송물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하는 경우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항소하지 않는 부분은 확정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원심에서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청구취지를 확장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항소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항소취지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판단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통설과 판례(66다 711판결 이후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는 상소불가분의 원칙을 내세워 일단 항소를 제기하면 확정차단과 이심의 효력이 발생하는바, 그 효력범위는 항소부분 뿐만 아니라 항소하지 않은 제1심 판단부분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설명한다.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단순병합에 적용된다면 여러개의 청구사이에 관련성이 있는 선택적 병합과 예비적 병합은 당연히 불가분적으로 상소의 효력이 미친다는데 이론이 없다.
나. 우선 항소를 제기하면 판결의 확정이 차단되는 효력(확정차단효)과 이심의 효력이 발생한다. 항소불가분의 원칙은 위 효력들은 항소인이 불복한 항소의 범위에 국한하지 않고 원심에서 판단의 대상이 되었던 전체에 대하여 확정이 차단되고 이심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항소인은 항소권이 소멸된 뒤에도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부대항소를 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403조), 항소인도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는 언제든지 항소취지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소하지 않는 부분까지 항소심의 판단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처분권주의 원칙상) 법원은 그 부분에 대한 주장이나 증거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따라서 위의 예에서 소송물이 동일하든 그렇지 않든 비록 일부만 항소하였더라도 전체가 확정차단되고 이심의 효력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항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까지 판단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판단받기 위해서는 항소심변론종결시까지 항소인의 항소취지 변경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94다44644판결 등). 물론 학자에 따라서는 상소불가분의 원칙을 일반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호문혁)도 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확정차단과 이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단순병합의 경우에는 합일확정의 필요가 없는 사안의 경우에는 통상공동소송처럼 항소한 부분만 항소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면 되는 것이고, 단일청구의 경우에도 상소불가분의 원칙 때문이 아니라 합일확정의 필요성 때문에 항소하지 않는 부분까지 항소의 효력이 미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두 견해의 차이는 단순병합의 경우에도 항소의 효력을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일률적으로 항소불가분의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의 차이가 있게 된다. 그러나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과는 달리 병합청구의 경우에는 동일 당사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항소인이 소송에서 빨리 벗어나는 실익도 없는 것이어서 굳이 항소불가분의 원칙을 제한해야 할 이유도 없게 된다. 따라서 항소불가분의 원칙을 적용해서 통일적 해석을 해가나가는 통설과 판례의 입장을 따르기로 한다.
다. 그렇다면 원심에서 패소한 전체를 항소하였다가 항소심에서 항소 일부를 취하한 다음 다시 취하했던 부분을 확장할 수 있는가? 이러한 실익은 항소를 제기하면서 인지대 중 일부만 납부하였다가 보정명령에 의해서 나머지 인지대를 모두 납부해야 할 경우 항소 일부를 취하하는 경우에 실익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를 취하한 다음 다시 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소송계속 중 청구취지를 감축(일부 취하의 의미)하였다가 다시 이를 확대하는 것은 제소기간의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한 가능하다. 그러나 항소심의 경우에는 원심판단의 대상이 되었던 모든 부분이 항소심에 계속되어 있으므로 항소취지를 확장해서 판단대상으로 삼는 것은 가능하지만 항소의 일부만을 취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항소의 효력이 불가분의 원칙에 의해서 전부에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전제인 것 같다. 그러나 소취하의 경우 소장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후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소취하가 가능하듯이 항소취하의 경우에도 항소장이 상대방에게 도달하기까지는 항소의 일부취하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항소장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후에도 소취하 처럼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입힐 이유가 없기 때문에(소취하의 경우에는 다시 소를 제기함으로써 상대방을 재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므로) 일부 항소취하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앞의 예에서 보듯이 항소를 취하한 후 다시 이를 확대하는 경우 실익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3. 상고심에서 환송판결을 받은 후 확대적용의 문제
상고심의 경우에는 상소불가분의 원칙이 어떻게 적용될까?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새로운 주장을 하거나 증거를 제출할 수 없고, 따라서 청구취지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구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소의 경우 확정차단효나 이심의 효력이 불가분적으로 미친다는 것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상소의 상대방은 부대상소의 가능성을, 상소인은 상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상소취지를 변경해서 판단을 받도록 하여야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고인에게는 상고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상고의 피상고인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까지(항소심과 달리 변론종결시가 없으므로) 부대상고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상고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패소한 일부에 대하여 항소하고 그대로 항소심 판단을 받아 상고를 하였던 바 상고심에서 환송판결을 한 경우 이제 사실심인 환송심에서 예전의 항소취지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한가? 항소심 판결은 항소심의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부분만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항소심 판결로 그대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대법원도 ''피고가 수개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 중 일부에 대하여만 항소를 제기한 경우, 항소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도 확정이 차단되고 항소심에 이심은 되나, 피고가 변론종결시까지 항소취지를 확장하지 않는 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는 불복한 적이 없어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고 항소심의 판결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어 소송이 종료된다(2009다35842판결)"라고 판시함으로써 환송심에서는 2심에서 항소하지 않았던 부분을 항소취지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상고심의 경우 상고인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상고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다만 피상고인에게 상고이유서제출시까지 부대상고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상고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될 뿐이다.
4. 결 론
1심에서 패소한 일부에 대해서만 항소를 하였더라도 확정차단과 이심의 효력은 1심에서 판단받은 전체에 대해서 미치므로 항소인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항소취지를 확대할 수 있고, 피항소인은 부대항소를 통해서 1심에서 패소받은 부분에 대해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처분권주의 원칙상 항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 법원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상고심에서는 새로운 주장과 증거를 제출할 수 없기 때문에 상고인에게 상고불가분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고, 피상고인의 부대상고를 위해서 상고불가분의 원칙이 적용될 뿐이다. 그리고 비록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되었더라도 환송심에서는 2심에서 판단 받지 않았던 부분은 2심 판결로 그대로 확정이 되어 더이상 환송심에서 항소취지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