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일제고사 반대운동 승리
일제고사 선택 사항으로 개선...교사모임, 대안 평가 모델 제시
미국 시애틀에서 학업성취도평가(MAP)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미국에서 공립학교 폐쇄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 더 주목받고 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일제고사로 교육의 획일화와 사유화를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적인 교육평가 방법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반발이 매우 거셌다.
20일 미국 독립방송 <데모크라시나우>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에서 교사,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등학교 읽기와 수학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운동에 성공했다. 시애틀 교육당국은 평가를 필수에서 선택으로 조정하는 한편, 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대안 평가가 필요하다는 일제고사 개정 방침을 밝혔다. 교사들은 연구를 통해 대안 모델까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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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 공립고교 교사와 학생들이 일제고사 반대 운동에 성공하고 기뻐하고 있다. [출처: scrapthemap.wordpress.com] |
“학업성취도평가(MAP)를 폐지하라”는 구호 아래 진행된 시애틀 일제고사 반대 운동은 지난 1월 가필드 고등학교 교사들이 시작했다. 이들은 일제고사가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교사 평가에 부당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후 일제고사 반대 운동은 타 학교로 확산되며 수백 명의 교사, 학생, 학부모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애틀 교육당국이 일제고사 개정 방침을 밝히자 가필드 학교를 포함해 시애틀 학생과 교사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춤을 추며 투쟁의 성과를 축하했다.
<데모크라시나우>에 출연한 역사교사이자 가필드 고등학교 노동조합 대표인 제시 헤고피안에 따르면 이들이 승리를 축하하는 이유는 일제고사 거부를 통해 보다 교육적인 환경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고피안은 “우리는 우리 학생들이 컴퓨터 화면의 흐린 빛 앞에 앉아, 국가 교육과정에 있지도 않아 학생들이 결코 준비할 수 없었던 질문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축하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을 통한 배움의 과정과는 거리가 먼 평가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또 학생들이 언어적 문화적으로 부적절한 시험 때문에 굴욕당할 필요가 없으며, 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한 개인교육계획(IEPs)이 존중되지 않는 곳에서 학생들이 더 이상 시험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 기준 연간 1억 달러(약 1,100억 원)가 드는 평가 비용을 아껴 실제 필요한 교육을 위해 쓸 수 있으므로 일제고사가 필요 없다는 견해다. 교사들은 실제로 학생들을 도울 수 있고 그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읽기 연습 지도와 개인 지도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제고사, 신자유주의 교육 지표...엘리트 사립학교도 일제고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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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democracynow.org/ 화면 캡처] |
평가 거부는 사실상 엘리트 사립학교에서 시작됐다.
헤고피안은 “사립학교는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기술과 창의성을 기르기 원하고 오늘날 세계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려 하며 이런 평가가 학생들을 침범하도록 놔두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거부 운동은 실제 엘리트 학교에서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립학교는 학교 방침으로 비교육적이라며 일제고사를 거부했지만 공립학교는 교사들이 나서 거부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가필드 공립고등학교는 교사가 나서 평가를 거부하고 투표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첫 번째 학교다.
교사들이 거부 방침을 밝히자 시애틀 교육당국은 10일간 무급 직무 정지 등으로 위협했고, 보수 언론과 칼럼리스트들은 교사가 공교육을 망친다고 열을 올리며 공격했다.
헤고피안은 “이는 기업교육 개혁가에게 실제적인 위기”였다며 “왜냐하면 시카고와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학교 폐쇄를 위해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단일 점수로 교육과 배움을 제한하는 전체 교육 제도가 이들 자료에 기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교육 당국은 이들 데이터로 교육을 비하하고 이윤을 취하는 한편, 공립학교를 차터스쿨로 전환하며 사유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인학생연합 교사 고문이자 “사회 평등 교육인들(Social Equality Educators)”에 참여하는 헤고피안이 전하듯 현재 미국 공립학교는 거센 폐쇄 압력 아래 놓여 있다. 시카고 시당국은 부실운영 공립학교 폐쇄를 통해 교육 예산을 절감한다며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53곳과 고등학교 1곳을 폐쇄할 계획이다. 필라델피아에서도 6월 중 예산 절감을 이유로 40여 개교가 폐쇄된다.
헤고피안은 “이것이 우리의 평가 거부에 대해 그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이유”라며 “또한 전국에서 그렇게 많은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이번 승리를 축하한 이유라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의 문화와 환경, 세계에 부합하는 평가 필요
가필드 교사들은 일제고사 반대에 그치지 않고 대안적인 평가 모델도 개발, 제시했다.
일제고사 거부 운동에 나선 교사들은 교사연구 모임을 만들고 2달 동안 연구, 협력해 MAP를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들은 온라인 페이지(scrapthemap.wordpress.com)를 만들어 여전히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헤고피안은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평가다. 우리의 환경과 부합하지 않는 평가, 우리가 오늘날 세계에 필요하다고 믿는 기술의 유형을 발전시키지 않는 평가가 문제다”라며 “우리의 평가 모델은 단순히 표준화하는 일제고사와는 많은 차이를 가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