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30일 '살아있는 전설…' 방송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알파걸'이 부상하고 사회 각 분야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의 파워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다.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가 붕괴되면서 새롭게 모계 중심의 가정문화가 부활하고 있다.
SBS TV 'SBS 스페셜'은 모계사회의 전통과 독특한 혼인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신비한 소수민족 자바를 조명하는 '살아 있는 전설-여인국 자바'를 30일 오후 11시5분 방송한다.
최근까지 외부와 통하는 길이 없어 그들 고유의 전통과 풍습을 지켜올 수 있었던 자바는 1천500년 전 역사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전설의 여인국인 동여국(東女國)의 후예로 밝혀지며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1950년까지 여자 추장의 지배를 받았던 이곳은 1973년까지 외부로 도로가 나 있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자바의 모계사회는 '인류 사회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여인을 중심으로 가족을 이루며, 남자는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전한다.
제작진은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해발 4천m 이상의 고개를 몇 개나 넘어 차로 꼬박 사흘을 달린 끝에 가파른 협곡에 자리한 자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중국 땅에 있지만 중국인도 아니고 티베트인도 아닌 자바인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쓰고 있었으며 4중 통역을 거쳐야 간신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바인들은 요새처럼 우뚝 솟은 4~5층 규모의 특이한 돌집 '디아오러우'를 짓고 살고 있고, 독특한 제조법으로 20년 이상 삭힌, 썩은 냄새가 나는 돼지고기 '워꿔'를 즐겨먹는다.
이곳에서 자식들은 평생 어머니 품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살며 남자도 여자도 결혼하지 않는다. 대신 일정한 나이가 되면 짝을 찾아 주혼(走婚)을 한다. 주혼은 낮에는 각자 모계 가정에서 따로 살고 밤에만 함께 지내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목숨을 건 구애의식 '파방쯔'를 해야 한다.
파방쯔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이 살고 있는 집의 거친 담벼락을 10m 이상 맨손으로 기어오르는 것으로 어떤 사람은 올라가다가 떨어져 다치기도 하고 심지어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이처럼 목숨을 걸고 사랑을 쟁취해도 자바의 연인은 부부처럼 함께 살지 않으며 어느 한쪽의 마음이 떠나버리는 즉시 주혼 관계도 끝나버린다.
주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전적으로 어머니가 맡아 키우며 아버지의 빈자리는 함께 사는 외삼촌이 채워준다. 결혼이 아닌 연인 관계이므로 남녀 모두 일생동안 여러 명과 주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바를 처음 발견하고 이들의 삶을 연구 중인 중국의 오지탐험가는 "이곳을 발견한 후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신세대적 사고방식이었다. 사랑을 합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이곳에서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을 토대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자바 사람들을 통해 흔들리는 결혼, 가족 해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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